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2021
 
 
 
 
 
 
 
대화는 오직 필요에 의해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무 말이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절거리는 농담은 차라리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목적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령 모르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경우엔 그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투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가끔은 친한 사이에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는데, 다수의 친구와 어울릴 때는 편하게 나오던 말들이 단둘뿐인 상황에선 어색해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대화를 주제로 한 영화 컨버세이션(conversation, 대화)은 차라리 칫챗(chitchat, 잡담)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주어진 대사 안에 담긴 내용들이 그렇게 의미가 담긴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관계의 단순성 또한 영화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있다. 그저 그들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고 그 잡담의 의미가 사실은 거짓, 견제, 불만 등을 담아내는 식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기에 말이다. 사건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대화로만 풀어내는 영화의 한계랄까!
 
 
 
 
 
  
 
 
 
 
 
영화가 시작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집중시켜야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은영(조은지)과 명숙(김소이), 그리고 다혜(송은지)의 대화는 청자의 관심을 확 끌어당기지 못함에도 길게 늘어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나누는 일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젊고 진중한 척하면서도 한없이 가볍다. 그래서 주제가 하나로 통일되는 느낌이 없고 이것저것 던져보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느낌이 강하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그저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말들이 난무하는 느낌마저 들면서.
 
 
 
 
 
  
 
 
 
 
 
이는 바로 이어지는 명숙과 다혜의 대화를 통해 또 다른 형태를 드러내지만, 그 결과 역시 이전의 보이지 않던 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 번째 대화에서 기세가 죽어있던 다혜가 명숙을 두고는 위에 올라선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다혜의 성격을 더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명숙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다혜는 계속 춥다며 빨리 대화가 끊어지길 바라고, 그 대화의 주제마저도 서로가 원하는 느낌은 강하지 않기에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그저 명숙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다혜는 얼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형태의 대화는 뒤이어 은영이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거는 장면으로도 연결되는데, 그 대화가 진지하게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시간을 보내는 의미로는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그녀가 말한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각인되기 위한 연출이었을지도 모를 이 장면은, 그럼에도 정작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식당에서 접근해온 외국인의 상황이나 그 이후 이어지는 불어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재미없는 장면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영화는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남성들의 대화 장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들 또한 신경전이 오가는 대화 스킬을 구사하며 상대를 자극하고,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주절대다가 어색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진짜 주인공 은영과 승진의 과거 연애사를 보여주는데, 연인 혹은 썸 그 어딘가에 위치한 그들의 대화 역시도 갈등을 품은 줄다리기 형태로 이어진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들키고 싶지 않지만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네 입으로 직접 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은근히 비추면서.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대화 방식은 존재하지 않지만, 좀 더 나은 소통 방식은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간혹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거나 상대를 자극하려다 말실수가 나오곤 하는데, 그러한 요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더라면 조금은 덜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2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며 보기엔 재미 요소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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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오직 대화(대사)로만 이뤄진 영화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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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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