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Count, 2020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국위선양이라는 단어와 조합해서 이를 해석해본다면 이는 국가적 이미지와 사회경제적 가치의 상승효과로 이어진다고도 볼 순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그저 16강이라는 기록에 머무는 것일 수도 있다.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대회,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었지만 아쉬움도 남았을 대회! 만일 이것이 20세기의 기록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20년 전에 4강도 진출했고 10년 전엔 16강도 찍었던 대표팀이기에 협회의 자화자찬은 그 정도에서 멈췄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배우 진선규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기록될 영화 카운트는 실존 인물인 권투선수 박시헌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복싱이 소재임에도 그가 직접 복싱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사건(88년 서울올림픽 결승 편파 논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그 이야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도 아니다. 금메달을 따고도 나라 망신의 주역이 된 그를 계속 언급하며 그 이후의 삶을 드러내 진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진짜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위해 박시헌을 다시 링에 올리기보단 그를 대신할 제자 윤우(성유빈)를 내세워 그 사건을 재구성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88년 올림픽의 그림과 비슷한 것은 아니며 결과 또한 같다고 볼 순 없다. 실력이 있음에도 반드시 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대결과 심판, 코치를 비롯한 어른들의 횡포는 박시헌이 금메달을 따게 된 상황과 결코 같다고 볼 순 없다. 다만 그것을 원하는 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모략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두 개의 이야기를 유사하게 만들고 있다.
어쨌거나 시헌은 부조리를 깨부수기 위해 윤우와 함께 도전하고 다시 실패한다. 동수(이홍내)와 만난 결승에서 유리한 상황임에도 심판의 편파에 의해 가로막히게 되고 결과마저 동수의 승으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헌은 88년 결승에서 시헌의 상대가 느꼈을 분노를 그 상황에서 느꼈을 것이고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승부도 조작할 수 있는 거대한 조직! 개인의 힘으로 결코 깨부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그렇게 영화는 88년 논란의 주역이 누구였는지를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럼에도 감동 실화는 결국 윤우의 마지막 승리로 완성되고 그 사건의 가해자로 살아온 박시헌을 구원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당연하게도 그 과정은 힘겨움의 연속이었고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완성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아마 영상으로 담기지 않는 시간 속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으며 박복한 인생을 살던 박복안(김민호) 역시 멋진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 남자가 되었고, 놀림만 당하던 시헌의 친구 만덕(고규필) 역시 미래를 볼 줄 아는 특유의 능력 덕분에 성공했을 것이 틀림없으니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영화가 끝난 뒤 등장한 자막인데,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어떤 심판매수도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그 말을 사용한 것은 곧 그 경기의 결과가 정당했다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기에 굳이 넣을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또한 이는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당한 불합리한 판정들에 대한 문제와도 상충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만일 신아람의 1초 사건과 오노 사건 등등을 그들이 이와 유사하게 영화로 만들어 마지막 자막으로 심판매수는 없었다고 말했다면 과연 우리가 그것을 좋게 볼 수 있었을까!
최근 있었던 축구협회의 사면 논란은 스포츠를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적인 목적과는 별개인 스포츠 관련 사건들! 선수들의 노력과는 무관한 수상한 무리의 정신 나간 행보들! 선수들의 피와 땀을 능멸하는 그들의 행위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박시헌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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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올림픽 복싱 편파판정 논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배우 진선규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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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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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권혁재배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 고규필, 김민호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9분 개봉: 2월 22일 간단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지만 승부 조작 논란에 휩싸여 은퇴한 뒤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이 된 ‘시헌’(진선규). 우연히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발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복싱부를 창단한다.<해결사>(2010)의 권혁재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카운트>는 판정승 논란으로 은퇴한 뒤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교사로 부임해 후배 양성에 힘쓰다 2001년 국가대표팀 코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한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실화에 상상을 덧대 만들어진 스포츠영화다.영화는 전형적인 성장물의 흐름을 따르며 상당 부분 배우의 힘에 기댄다. <범죄도시>(2017), <극한직업>(2018), <몸값>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 진선규가 첫 장편 주연을 맡아 제자 역의 성유빈, 장동주, 김민호, 이홍내 등과 함께 깨지고 부딪히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선보인다. 배우들의 열연과 우직한 스포츠맨 정신은 납작한 캐릭터, 뻔하고 단조로운 스토리, 심심한 개그 코드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감동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오랜 시간 복싱을 취미로 삼았고 진해 출신인, 박시헌 선수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진선규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면 고창석, 오나라 등 감초 조연들은 잔잔한 코미디를 담당한다. 묵직한 카운터 한 방은 없지만 무해함과 진정성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다. 복수, 범죄, 막장으로 가득한 고자극 콘텐츠들에 지쳐 잔잔한 힐링물을 찾고 있다면 제격이겠다.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