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칸
Compartment Number 6, Hytti nro 6, 2021
낯선 장소에 툭 떨어졌을 때! 그곳이 마치 나를 거부하는 공간처럼 여겨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공포의 대상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나에게 찾아오는 타인은 구원일까, 아니면 또 다른 지옥일까! 새 학기의 시작에서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불안 같은 감정들은 여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낯설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자아낸다. 처음 보는 곳은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며 우리의 기억에 무언가를 각인시킨다. 그것은 이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그 안에 남아 삶의 소중한 양분이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의 이야기를 그린 6번 칸은 당연하게도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로맨스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만들겠지만, 이 영화가 과연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로맨스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캐릭터와는 다소 동떨어진 료하(유리 보리소프)라는 인물은 거칠고 감정적인 이미지를 지녔기에 그가 라우라(세이디 하를라)를 대하는 초반의 행동들은 보기 불편하고 어쩌면 그가 주인공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 정도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종착역이 사랑의 완성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라우라의 입장에선 그녀가 얻고자 했던 대부분을 얻어낸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정되었던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와 함께하기로 한 여행이 혼자서 떠나는 고독한 여행으로 뒤바뀐 상황은 오히려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 셈이 되었고, 그 경험은 아마 앞으로도 겪기 힘든 소중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처음은 늘 그렇게 기억되는 법이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이리나와는 정반대 성향(마치 MBTI의 E와 I의 차이만큼)을 보이는 라우라를 떠나보내면서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데, 그 조용하고 소심한 듯 보이는 성격이 오히려 료하의 그것과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것이 비포 선라이즈의 교감과는 같다고 볼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평범한 자극이 오히려 폐쇄된 공간의 복잡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벗어나기 힘든,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편하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의 대립을 통해.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언제나 요동을 치며 뒤바뀔 수 있음을 드러내고자 캠코더를 도둑맞는 상황을 연출하고 라우라가 전화부스 안에서 겁에 질리는 상황도 만들어낸다. 바로 이 순간 그녀의 옆에 료하를 두어 그녀를 안심시키고 마음의 빈틈을 공략하도록 하는데, 반대로 료하 역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그녀를 지켜주고자 계속 노력하게 만든다. 이 거짓과도 같은 감정의 흔들림은 진정한 감정의 변화인지, 혹은 공간과 상황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키스 이후에 보인 료하의 행동을 통해서도.
다시 혼자가 된 라우라에게 닥친 계속되는 시련은 다시금 료하에 의해 구원을 얻게 되고, 그녀는 그의 도움으로 결코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제한된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허나 힘겹게 도착한 장소임에도 그것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오히려 눈에서 뒹굴며 쌓은 추억이 더 소중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이는 캠코더를 통해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이자 경험이며 이리나는 결코 알 수 없는 라우라만의 추억이다. 암각화를 보며 얻는 기쁨이 아닌, 료하와의 추억을 통해 만들어낸 그들만의 기쁨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연을 맺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그런 상황을 모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들보다는 직접 실행에 옮기는 이들에게 1%라도 기회가 더 찾아올 것이니, 그런 행운을 얻고자 한다면 직접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할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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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추억이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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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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