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섬
2022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세에 있을까 아니면 내세에 있을까! 모두가 현실의 행복을 최우선시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은 하나의 보험을 더 들어놓는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사후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 그래서 이는 우리의 눈을 가리기에 적당한 미끼가 된다. 좋은 곳(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천국의 세계)에 가셨으리란 말은 결코 보장된 진리가 아닌, 그저 달콤한 위안으로 작용할 뿐이다.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은 (적어도 지금까진)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과 포스터 속 주인공의 모습 때문에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 아닐까 싶었던 영화 가려진 섬은 오히려 고수, 허준호 주연의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와 조금 닮은 부분이 있는 작품으로 종교적 의미가 상당히 짙은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무당으로 나오는 소미(석보배)를 중심으로 한 굿이나 재(齋)와 같은 장면들은 곡성이나 방법을 비롯한 빙의 공포물을 떠오르게 만들지만, 이 영화의 흐름은 오히려 귀신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캐릭터들을 활용하며 음산한 분위기는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강제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온전히 인간적인 캐릭터들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며, 아울러 그 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사건들 또한 매우 현실적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혜정(강유라)이 당한 성폭행 사건과 창신(서지원)의 복수는 충분히 사실적이며 인간적인 행위다. 즉, 귀신을 보고 환각에 빠지거나 그로 인해 사고를 당한다는 식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문제는 너무 많은 부분을 강제적으로 은폐하며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도 그들 중 누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누가 죽은 존재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우린 모두 죽은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는 창신의 말은 당연하게도 사실일 것이며, 이장(최령)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니 이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이장이 어떤 상태인지도 확인하긴 어렵지만, 일단 그와 소미는 살아있는 존재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은 결국 주인공인 정혁(김호창) 때문인데, 만일 그가 뭍에서 죽어 섬으로 오게 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훨씬 쉽게 풀렸겠으나 그는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런 주제에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된 것! 아울러 이장 또한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미의 경우 무당이니까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어째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그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며, 제사상의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영혼결혼식까지 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아마도 이 마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은 죽은 자들일 것이며, 이 마을을 지배하는(그들을 위함이라는 명목은 가지고 있지만) 이장과 그들의 영혼을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소미, 그리고 외부인인 정혁만이 살아있는 자들일 것이다. 소멸의 위기에 처한 혜정을 돕고자 이장의 숨겨진 아들인 정혁을 이용해 권력의 지배구조를 재구축하려는 소미의 설계로 끝나버린 이 이야기는 그래서 상당히 엉성하고 어설프며 아쉽게 느껴졌다. 차라리 정혁을 죽은 존재로 만들어 그들과 함께 구천을 떠돌게 하다가 마지막에 그 사실을 공개했더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정혁이지만 이야기의 구조상 소미와 순호, 혹은 창신과 혜정이 이야기의 중심에 번갈아 놓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정혁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주변에 두었더라면 관객들 역시도 정혁을 위주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른 이들의 행위에 점점 의문을 품고 의심도 하며 그들의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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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영혼,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미스테리 장르의 영화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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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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