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플라워
Solar Flower, 2022
어떤 관계를 맺음에 있어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딱히 나쁘게 평가할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인간과 인간 사이를 필요에 의한 목적으로만 두는 것보다야 훨씬 인간적이라고 볼 수도 있기에 말이다. 다만 의리는 마치 남자들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믿음의 약속과도 같은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 소중한 사람의 잘못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지키고자 눈을 감아버리는 행위는 진정한 의리라 할 수 없다. 보스 대신 감옥에 가는 부하의 의리 역시도 진짜 의리가 아닌 것처럼.
김래원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를 연상케 만드는 솔라 플라워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흔한 건달 3류 영화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정을 통해 어리석은 한 남자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부터 감옥과는 무관한 삶을 살 것처럼 보이는 선엽(오원빈)이 출소하는 어색한 장면을 보여주며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교복을 입은 그의 여동생 하늘(김민)을 바로 등장시키며 상황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정체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지만.
사회로 돌아온 그의 삶은 죄를 뉘우치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남자 아니면 또 다른 범죄자의 인생으로 그려질 것이 틀림없지만, 영화는 그를 그 중간에 교묘하게 놓아두며 그 어디에도 안정적으로 머물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마 조직 생활을 하는 식으로 그렸다면 좀 더 멋지게 선엽의 캐릭터를 꾸몄을 가능성도 있겠으나, 그는 조직의 보스 태선(박정철) 밑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남규(신현탁)의 밑으로 들어가며 다시금 중간 그 어딘가에 다리를 걸치게 된다.
이런 배경들이 선엽이라는 남자를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로 만들고 있으며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도 엇물리게 하며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남규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그 부분을 더욱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는데,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유도를 했다는 선엽의 반란이 언제 일어날 것인지! 혹은 태선의 손을 잡고 언제 남규의 위로 올라서게 될 것인지를 계속 기대하게 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유형의 이야기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차라리 여동생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줄 선주(서지희)라는 캐릭터를 집어넣으며 그를 변하지 않는 존재로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그는 남규에게 열심히 두드려맞고 착취당하며 자신만의 삶을 돌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선주와의 관계 역시 죽은 여동생을 잠시 대신하는 형태로 그리며 발전 가능성을 낮추고 있으며, 그녀는 그의 여동생 하늘이 될 수 없기에 결국에는 그 자리를 다시 하늘에게 물려줄 수밖엔 없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결과는 바로 선엽의 죽음이다.
어리석게도 끝까지 죄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엽의 인생은 남규와 태선에 의해 계속 갉아 먹히고, 유일한 탈출구였던 선주의 손을 놓치게 되면서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영화는 여동생 하늘과 다시 만나게 된 선엽의 모습을 담으며 그래도 그들이 함께할 수 있음을 연상하도록 만들지만, 사실 최선의 결과는 살아남아서 선주와 미래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삶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비포장도로 위에 놓여있기에 아름다울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겠지만.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태선 역을 맡은 이가 과거에 그래도 이름을 꽤나 알렸던 배우 박정철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배우 신현탁이 연기한 남규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자극적으로 날뛰다 보니 거기까지 신경이 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영화 캐릭터임에도 정말 싫을 정도로 열연을 펼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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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당하고만 사는 주인공 캐릭터라도 응원할 수 있는 사람.
인간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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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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