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모양
 
Shape of Tulip, 2020
 
 
 

 
 
 
 
끝을 향하던 사랑은 이별의 과정을 거치며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사랑은 그 흔적 위를 다시 걸어가거나 아예 그것을 멀리한다. 그 사람과 함께 가봤던 장소, 함께 들었던 음악, 함께 먹었던 음식을 새로운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마치 금지된 장난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익숙함에 의해 만들어진 습관적인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사랑이 공교로운 상황에서 만나게 될 때 추억은 아련하게 수면 위로 얼굴을 들이민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하며.
 
 
 
  
 
 
 
영화 튤립 모양은 사랑에 관한 서정적인 형태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서만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가령 영화 사이사이에 그들이 꾸는 꿈을 집어넣은 것은 온전히 관객들 각자의 몫으로 돌릴 수 있는 부분인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에 그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이해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꿈이라는 것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이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닮아있는 모든 것들은 각각의 개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도라는 단어를 상상할 때 우린 모두 머릿속에 포도의 모양을 그려낼 수 있음에도 완전히 똑같은 포도를 상상할 순 없다. 외적인 형태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할지라도 그 맛이나 식감 또한 일치하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말이다. 이 영화는 쌍둥이들을 통해 마지막에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담겨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유코와 닮은 유리코(유다인), 그리고 그녀와 3년 전 일본에서 만난 어떤 남자와 닮은 석영(김다현)은 비슷한 이유로 서로에게 호감을 보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가 계속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이 좋아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한국(공주)에 온 유리코는 재밌게도 다른 남자들의 수작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캐리어 굴러가는 소리가 예뻐서 따라왔다는 작업남의 멘트는 지금껏 살면서 들어본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이색적인 멘트였던 것 같다.
 
 
 
  
 
 
 
어쨌거나 유리코의 관심은 오직 3년 전에 만났던 그 남자에게 있으며 그를 다시 만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목적인데, 놀랍게도 그 일이 실제로 이뤄지며 유리코는 석영에게 작업을 건다. 한편 석영 또한 영화에서 본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한 유리코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녀를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으로 바꾸고자 시도한다. 영화에 나온 유코의 실제 성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는 승욱(김정균)의 말과 다르게 유리코는 석영이 봤을 때 성격마저 좋은 여자였다. 다만 유리코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을 부정한다.
 
 
 
  
 
 
 
그렇게 잘 이어지던 그들의 관계는 석영이 사실은 유리코가 알던 그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순식간에 무너지고 유리코는 진짜가 아닌 환영에 취한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녀가 좋아했던 환상 속의 남자와 현실에 존재하는 석영을 두고 서로를 비교하면서, 혹은 그 둘 중 진짜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렇게 가상의 이미지로 멋지게 포장되었던 것들이 전부 벗겨지며 그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 서로를 온전한 상태로 바라보게 된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과 한국말을 하는 일본인의 모습으로 재회하며.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완벽한 인간의 형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가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을 순 있지만 이 또한 현실에서 완벽하게 구현될 순 없다. 그래서 간혹 우린 우리가 좋아하는 형태로 상대가 존재하기를 바랄 때가 있다. 그 사람이라서 좋아한 줄 알았던 마음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결국 내가 좋아하는 형태를 강요하게 되고, 그 마음엔 차곡차곡 불만이 쌓여 상대를 이전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다. 우린 그렇게 이전과는 달라진 변해가는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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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유다인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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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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