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있다
2021
인간은 늘 실존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한다. 우리는 왜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반드시 하나의 정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의문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사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더욱 진지하게 만들고 있다. 호랑이가 죽어서 남기는 가죽보다 더 근사한 삶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희망은 결코 죽음 이후의 시간에 머물고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 현재를 살아있고 있는 현실의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가 꿈꾸는 최고의 바람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기에 있다라는 제목이 전하는 그 무게감에 비해 한없이 가볍기만 한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어디선가 본 이야기들의 집합체로 이뤄진 B급 액션 장르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죽은 자의 몸에서 옮겨진 신체가 산 자의 영혼을 잠식하며 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한 소재를 활용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며, 이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매우 어설프게 처리되고 있어 그 어떤 재미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의문스러운 분위기만 잔뜩 잡으며 관객들의 심리를 흔들어보고자 한 것이 전부일 뿐.
영화는 규종(정진운)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아버지인 웅식(정인기)이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의 죄를 알게 된 아버지의 모습이 영화의 마지막 포인트(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영해(박순천)와의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끝나버리며 그 의미는 쉽게 퇴색되고 만다. 즉 규종에게 중요한 인물은 웅식이 아닌 영해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인물은 여자친구인 예리(이지원)다. 그녀는 살인사건의 발단이 되어버린 인물이기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그들의 비중은 상당히 낮게 그려진다.
이는 이야기의 중심을 형사인 선두(조한선)에게 두고 있기 때문인데, 동료 형사 영조(정태우)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며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는 방식을 취하며 중요 인물인 그들의 정체는 한참 후에야 공개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건의 시작이 되었던 예리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사건을 진행했다면 좀 더 집중도는 올라갔을 것이다. 아니면 영해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배치해 그녀의 존재를 공개했다면 차라리 후반의 이야기와 연결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들을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두고 오직 선두가 규종을 쫓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를 모욕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지른 규종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며 곧 피해자가 될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는 상황, 그리고 이어지는 규종에 의한 두 건의 살인까지! 이 어설픈 과정은 선두와 영조라는 형사 캐릭터를 매우 볼품없게 만들고 있으며 관객들의 기대마저 와장창 깨트리고 있다. 어차피 죽어야 할 운명에 맞게 그들은 규종에게 살해되었고 마지막은 다시 선두가 규종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매듭지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출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선두와 영조의 손에 살해당한 살인자 강철웅(조한준)의 폐를 이식받은 선두와 심장을 이식받고 살인자가 된 규종의 이야기는 장기기증에 대한 부작용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며 그 과정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 역시도 너무 어설프게 처리하고 있다. 선두의 경우 칼에 찔려 죽을지도 모를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선택으로 처리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이를 영해의 선택으로 돌린 것 역시도 불필요한 사족일 뿐이다. 아마도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이긴 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결국 마지막에 영해가 선두를 몰래 찾아왔던 것이 밝혀지는 장면일 것이다. 마치 죽은 아들을 다시 만나러 온 듯 그의 곁을 맴도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슬프면서도 아련한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이 영화는 오직 그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만큼 나머지 이야기는 전부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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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룰러 메모리 증후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
배우 정진운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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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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