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Killing Romance, 2021
사실 영화에 보편적인 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다수의 관객이 선택한 흥행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식에 맞춰져서 만들어진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미 성공한 작품의 형식을 카피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식일 것이며 손해를 덜 볼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일 것이다. 개성이 너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특이한 영화는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칫 컬트적인 이미지만 얻은 채 주류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발전을 위해선 그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킬링 로맨스가 새로운 길을 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음악과 춤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발리우드 영화들이나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이야기로 정신을 쏙 빼놨던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들! 어쩌면 그 이전의 다양한 무언가가 있었기에 킬링 로맨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매우 독특하며 어지럽고 상상 이상으로 화려한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다수의 만족을 채워주는 영화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불호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지만..
배우 이하늬의 개성을 그대로 압축해서 만든 캐릭터 여래(이하늬)는 그래서 그녀의 몸에 딱 맞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기존에 그녀가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순 없으며, (만일 그녀의 이런 모습을 모르는 이들에겐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을지도) 그렇기에 오히려 조나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선균의 매력이 더 제대로 폭발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악을 저지름에 있어서 거리낄 것 하나 없던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짜증을 유발하는 이 영화 속 최고의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봤을 때, 우리가 흔히 주인공이라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는 조나단이 아닌 바로 여래와 그녀를 돕는 범우(공명)일 것이다. 남편 조나단을 죽이고 싶은 아내 여래의 간절한 바람은 범우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고, 그는 마치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그녀의 남편을 당장에라도 죽여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여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하는 약한 남자다. 심지어 거의 죽어가는 조나단을 다시 살려 여래의 마음을 뒤집어놓은 이가 그였으니.
이 모든 이야기는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웃기면서도 비상식적인 상황을 계속해서 연결하며 엉망진창인 흐름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타조에 의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 조나단의 모습은 영화가 아니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판타지마저 제공하며 권선징악의 프레임을 제대로 완성한다. 그것이 바로 여래가 진정으로 바라던 가장 이상적인 죽음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던 마무리. 행복을 꿈꾸던 그들의 로맨스가 여래이즘에 의해 끝나버린 순간의 기적처럼.
아마 이 영화에 등장한 뮤지컬스러운 노래가 그 두 곡의 잦은 반복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더 흥미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노래들은 그들 각자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사랑했던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요인이 되거나 톱스타 여래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으로 활용되는 것까진 좋았을지라도, 너무 자주 반복된 덕분에 마지막엔 유치함이 극대화되는 모습마저 보였기에 이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랑의 세레나데로 다시 그녀를 유혹하려던 그의 노래가 좀 심하게 방정맞아 보여서 웃기긴 했지만..
동화적인 전개 방식이나 판타지스러운 이미지의 활용, 독특한 캐릭터 등등의 기본적인 재료들은 제대로 갖추고 있기에 이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부분들은 수정해서 새롭게 편집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니면 마지막 노래로 서로를 공격하는 그 장면만이라도 손을 본다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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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이하늬의 똘끼 넘치는 연기력 대결이 궁금한 사람.
독특한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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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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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원석배우: 이하늬, 이선균, 공명장르: 코미디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07분개봉: 4월 14일간단평음료 CF로 대박 터져 톱스타에 오른 이후 10여 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킨 여래’(이하늬). SF 영화 ‘낯선자들’의 주연을 맡아 믿을 수 없는 발연기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만다. 낙담한 그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남태평양의 ‘꽐라’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섬의 유력자인 ‘조나단 나’(이선균), 일명 ‘존나’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은퇴한다. ‘꽐라’, ‘존나’ 같은 네이밍에서 대략 짐작가듯이 <킬링 로맨스>는 웃음을 향한 야심(?)을 대놓고 드러낸 코미디 영화다. 웬 외국 할머니가 ‘한국에서 날아온 이야기’라며 동화책을 읽어주는 컨셉트로 문을 연 영화는 여래와 존나가 결혼한 후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잠시 사업차 한국을 방문하며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알고 보니 존나는 핵. 초. 나르시시스트로 여래를 예쁜 인형 취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제약하고 있던 것이다. 존나로 인해 고대하던 연계가 복귀가 좌절된 여래는 옆집에 사는 전직 팬이자 현직 사수생 ‘범우’(공명)와 함께 그를 ‘킬’ 하기로 한다. 이원석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킬링 로맨스>는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2013)의 B급 감성과 웃음, <상의원>(2014)의 어딘지 동화 같은 미장센이 믹스된 인상이다. 과장된 캐릭터와 연극적인 톤, ‘휙컥훅’ 같은 줄임말을 활용한 노골적인 개그 그리고 뜬금없이 왕왕 등장하는 뮤지컬적인 요소, 깔끔하게 한큐에 정리해 버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타조까지 영화는 여러 장르가 혼재된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덜커덩거리는 버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존나의 주제곡으로 그룹 HOT ‘행복’, 여래의 메인곡으로 가수 비의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을 요소요소에 활용한 점도 특징적이다.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지만, 이하늬 이선균 공명 세 배우의 코믹 연기가 일단 찰지고, 연출 미술 콘셉까지 모처럼 만나는 색다른 시도의 영화임은 틀림없다.
2023년 4월 1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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