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코(히로스에 료코)는 맞선으로 만난 겐이치(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침착하고 정중한 모습에 단번에 호감을 느끼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 겐이치는 신혼 생활을 만끽할 새도 없이 이전 근무지인 가나자와로 출장을 떠난다. 일주일 후 돌아오기로 한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던 데이코는 무작정 그를 찾아 가나자와로 향한다. 남편의 직장 동료와 거래처 사장 부인인 사치코(나카타니 미키)의 도움을 받으며 남편 행방을 수소문 해보지만 연이어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희생자는 모두 남편과 관련된 인물들로 밝혀지면서 파고들수록 점점 위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제로 포커스 ゼロの焦点 , Zero Focus , 2009
영화 <제로 포커스>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추리소설 <점과 선>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라 불리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 개봉되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의 작품으로도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멜로의 여왕 히로스에 료코를 비롯 나카타니 미키, 키무라 타에가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 나간다. 원작을 충실이 따라갔는 평을 들었으며 감독상을 포함 여우 주연상, 여우 조연상 등 11개 부문의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1개 부문의 최우수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1957년 8월, 데이코(히로스에 료코)는 맞선 자리에서 만난 겐이치(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보고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기로 한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겐이치는 말수가 적지만 그의 자상한 모습이 데이코는 마음에 들었고 겐이치도 싫지 않은 눈치이다. 도쿄에서의 신혼 생활을 위해 겐이치는 자신의 근무지역인 가나자와에 있는 후배에게 업무 인수인계차 다녀오기로 한다.
돌아오기로 한 날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조차 없자 데이코는 불안함 마음에 자신이 직접 가보기로 한다. 출장소의 사람들과 함께 겐이치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를 해보지만 어느 신원불명의 자살한 시신을 확인한 것 이외에는 큰 소득이 없다. 그러던 중 겐이치와 친했다는 벽돌공장의 사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데이코 만난 사장이라는 사람은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그가 겐이치와 친했다니 의아한 일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인 사치코(나카타니 미키)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하니 물어볼게 많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데이코가 얼마전 겐이치의 물건을 정리하다 발견한 두 장의 사진 중 한장의 집이 바로 이곳이었다. 데이코는 점점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했지만 데이코는 겐이치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본인이 직접 나서면서 겐이치 보다 주변사람들로부터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들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던 그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은 깊어져만 간다. 그와중에 가나가와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게 되고 그 희생자중 한명은 겐이치를 찾기 위해 온 겐이치의 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데이코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연쇄살인 사건은 누구의 짓이며 겐이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데이코의 앞날의 궁금해진다.
과거를 숨기고 싶은 인간의 욕심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은 역시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싶어했던 한 인간이 나은 과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친구 사이인 사치코와 히사코(키무라 티에)는 슬프지만 부끄럽게 여기는 과거를 안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대적 배경은 일본의 패망되고 12년 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의 여파로 가족과 친구들은 잃은 사람이 많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하대받기 일쑤였다. 오로지 돈 때문에 이 둘은 팡팡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팡팡걸은 일본의 패망 직후 생겨난 것으로 소위말해 몸을 파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사치코는 교육을 착실히 받은 엘리트였음에도 전쟁으로 인해 학업도 그만두고 하나뿐인 동생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어려운 시절은 보낸 두 사람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조차 싫었을 것이다. 특히나 사치코 같은 경우는 동생을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사업의 아내가 되었다. 행복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다. 추악한 과거라 생각하고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일들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을 했던 것이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재회하게 된 그녀들과 겐이치는 껄끄러운 사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그렇다. 추억이라고 하면 무언가 애뜻하고 그리운 잔상이라고 한다면 과거라고 하면 안좋은 이미지로 자주 쓰이곤 한다. 사람들이 추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치부인 과거는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다. 당당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초라했던 예전 모습은 누구나가 감추고 싶을 것이다.
원작에 충실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연출 1960년대에 처음 영화화 되었던 것과 달리 원작가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시대적 배경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고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추리극임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전개라든지 본래 추리극들이 갖는 긴장감이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원작을 따라갔기에 이야기의 완성도에서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연출가에 의해 상황이 바뀌어서 극의 흐름을 끊는다든지 하는 면에서는 확실히 안정감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의 내용은 거의 손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것은 딜레마같이 느꼈진다.
물론 확실히 스토리가 단단하지만 그 시대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공감대가 적은 내용이기도 한다. 그리고 추리극이 긴장감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아쉽게 느껴지긴 한다.
이야기가 하나씩 풀어지기 시작하면 주인공의 위협을 받는다거나 주변을 조여조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차분하고 담담한 연출이 지속된다. 그럼에도 영화가 호평을 받은 것은 뛰어난 원작과 그것을 그대로 그려낸 감독도 있었으며 감정 연기를 잘 보여주었던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영화로 느껴보고 싶다면?
글: 권준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제로 포커스>는 일본의 전설적인 추리소설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인 <제로의 초점>을 원작으로 이누도 잇신이 연출을 맡고, 히로스에 료코, 나카타니 미키, 가무라 타에 등이 가세했다. 또 일본 영화에서는 드물게 여러 도시에서의 로케이션과 긴 촬영 기간으로 1950년대를 제대로 담아냈다. 탄탄한 원작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아직 원작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데이코(히로스케 료코)는 맞선으로 만난 겐이치(니시지마 히데토시)에게 단번에 호감을 느끼고 결혼을 한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은 업무 인수를 위해 이전 근무지인 가나자와로 일주일간 출장을 떠난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 보자던 남편은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나자와로 온 데이코. 그곳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와 거래처 사장 부인인 사치코(나카타니 미키)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행적을 쫓지만, 관련자들이 사망하는 등의 미스터리한 사건만 벌어진다. 붉은 코트의 여자가 남편과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 이전의 남편에 대해, 일주일간의 행방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데이코는 감춰진 진실에 다가간다.<제로 포커스>는 한 남자의 의문의 살인을 추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맞선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한 아내는, 사실 남편의 총각 시절이나 그의 지방 출장 생활, 관련된 사람들 등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남편이 행방불명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남편의 실체를 알아가는 아내는, 그 뒤에 감춰진 커다란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부인과 남편, 남편의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 그 친구의 남편 등 단순한 치정극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살인 사건이라는 중심 이야기를 사람들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가지만, 이 모든 것이 ‘사랑 놀음’이라는 식의 김빠지는 마무리는 하지 않는다.영화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관련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고, 어떤 식으로 인물들이 연결이 되며,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어떤 것이었고, 그래서 결국 반전은 무엇이다라는 식으로 전개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패전 일본이라는 시대상이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전쟁 발발국이지만 패전국이기도 한 일본이 전쟁 이후 어떤 고난의 시대를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인물들은 전후 일본이라는 시대적인 아픔이었고, 새로운 출발을 향한 생채기였으며, 지울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운명적 고난을 상징한다.이누도 잇신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구성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에 충실하지는 않는다. 탄탄한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롭지만, 영화 후반부에 이야기를 한 번에 정리해주는 친절함도 보인다. 중간에 영화를 보지 않아도 내용은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제로 포커스>는 ‘미스터리한 사건’보다는 ‘전후 일본의 시대적 아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경위를 통해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었나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왜 그런 일을 벌였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일본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도 중요하다.<제로 포커스>는 기존의 일본영화들과는 다르게 대규모 촬영이 이루어졌다. 도쿄, 이바라키, 시즈오카, 나가노 등 일본 전역에서 로케이션이 이루어졌고, 1950년대 배경을 위해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에서도 촬영이 이루어졌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 비교적 저예산 영화들을 만들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은 도호, 덴츠, 아사히TV 등 메이저 스튜디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했다. 여기에 <굿’바이>의 히로스에 료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타니 미키, <전차남>의 기무라 타에 등 일본의 대표적인 여배우들도 함께 했다. 덕분에 <제로 포커스>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영화상 주요 부분의 11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제로 포커스>는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전후 일본의 시대상과 그 안에서 파괴되어 가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시대적인 모습과 캐릭터의 감정선을 잘 짚어주는 연출, 인물들의 깊은 슬픔을 제대로 표현한 연기,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대가의 탄탄한 원작 등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야기적인 재미는 물론,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도 역시 적절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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