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 신부의 편지
Postia Pappi Jaakobille , Letters To Father Jacob , 2009
소개할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핀란드 영화이다.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가 아름답고, 야곱 신부(헤이키 노우시아이넨)와 레일라(카리나 하자드)가 편지를 통해 서로를 치유해주고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무도 찾지않는 적막한 숲속에 눈이 보이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기수로 복역하다 사면받은 레일라, 그리고 우편배달부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와 74분 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이다. 외로움과 소통하는 인물들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각종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으며 작품상과 감독상,남우 주연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클라우스 해로' 감독은 2003년 영화 <엘리나>를 통해 장편영화에 데뷔하였는데 엘리나에서도 잔잔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풍경, 감독만의 특유한 색감과 인간의 따뜻한 감성을 잘 표현하여 여느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전달해주기도 하였다.
감동을 전해주는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힘을 더 하는건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인데 우편배달부를 제외하곤 단 두명의 배우로 74분을 가득 채울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 영화계의 노장 '에이키 노우시아이넨'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력과 레일라 역할에 몰입하여 연기 초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완벽한 연기력을 보여준 '카리나 하자드' 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있던 레일라는 어느날 사면을 받게 된다. 이는 야곱신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앞을 보지못하는 신부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제들의 편지를 읽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바로 레일라였던 것이다.
집 앞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집안은 새는 비를 받기 위한 양동이로 가득찬 곳, 오래된 고택 만큼이나 야곱신부의 몸도 망가질데로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눈 조차 보이지 않으니 레일라의 도움이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집에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라고는 우편배달부가 전부인 이곳에서 레일라가 할일은 편지로 전해오는 수 많은 사연들을 야곱신부에게 읽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오랜 수감생활로 지칠대로 지친 레일라는 아픔과 슬픔을 전하는 이들의 사연이 귀찮을 뿐이고 기도를 통해 그들을 구원해줄 수 있다는 신부의 믿음도 어리석게만 보인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한 방법은 편지를 신부님께 전해주지 않고 버리는 것인데 이로인해 편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할일어 없어진 신부님은 날이 갈수록 기운을 잃고 나약해져만 간다.
처음에는 편지를 읽어주고 답장을 해주는 것이 귀찮아 한일이었지만 절망에 빠진 신부의 모습을 보며 레일라는 생각을 바꿔 오지도 않은 편지를 자신이 생각해낸 말들로 대신하며 다시 활기를 찾게 만들어준다.
잡지책을 찢어가며 편지가 온것처럼 꾸며대 편지를 읽어주던 레일라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게 된다. 어릴적 어머니에게 학대 받을때 자신을 대신해서 맞아주었던 언니의 이야기와 그 언니가 결혼하여 남편에게 맞고있을때 분노를 참지못하고 형부를 살해했던 과거의 일들을 고백하며 지금껏 야곱신부에게 편지로 슬픔과 아픔을 고백하던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믿음으로 변화되는 순간 더 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들이 벅차오르고 동생의 사면을 위해 수 없이 많은 편지를 신부에게 보냈던 언니의 사연도 전해듣게 된다.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신부와 레일라는 고립된 삶을 살아왔고 외로운 이들의 만남의 의외로 많이 이긋나게 비춰진다.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며 힘을 주었던 신부님은 정작 본인의 고독과 외로움은 위로 받지 못했고 그나마 자신의 편지로 인해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는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것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왔다.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내가 가진 풍족한 것들이 아니였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와 그 가치를 인정 받았을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의 가치는 풍요로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줄 수 있는 단 한사람만 있더라도 삶은 그렇게 고독하지 않을 것이며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위안 받을 수 있다는 깨닮음을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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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
지친삶을 위안받고 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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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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