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
ソラニン , Solanin , 2010
불안한 청춘, 위태로운 미래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6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타네다와 메이코. 꿈과 희망,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두 사람도 어느덧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어른이 되었다. 메이코는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를 다니고, 타네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두 사람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불만이 있어도 참을 수 밖에 없다.
누구나 갖는 꿈
타네다에게는 고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하지만 뮤지션의 꿈은 그리 녹록치 않다. 주변에는 뛰어난 실력자들이 수없이 많고, 현실에 치여 살아가는 타네다는 음악에 쏟을 수 있는 시간조차 많지 않다. 게다가 여자 친구인 메이코는 불만이 있기는 하나 어엿한 직장인.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메이코는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도 그러려니 하며 다니고, 힘든 일이 있어도 꾹 참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를 찾고 싶어 한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생각 때문에 그 어떤 결심도 실행에 옮길 수 없다. 타네다는 그런 메이코에게 용기를 준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용기를 얻은 메이코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자유를 만끽한다. 타네다 또한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은 음악 ‘소라닌’을 녹음하고, CD을 각종 프로듀서에게 보내며 자신의 재능을 시험한다.
너를 기억하기 위해
그러나 타네다에게 뜻밖의 불행이 찾아온다. 두 사람이 다툰 이후, 오토바이를 끌고 나간 타네다는 메이코와 전화통화로 화해한 뒤 비극적인 사고를 맞는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하던 젋은이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다. 혼자 남은 메이코와 타네다의 친구들은 그의 부재에 괴로워한다.
젋은 사람의 죽음은 그것이 갑작스럽고, 또 뜻하지 않은 사고인 경우가 많다. 예정된 죽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남겨진 사람들은 한층 고통스럽다. 그때 그러지만 않았더라면…하는 생각 때문에. 메이코는 타네다의 죽음에 가장 큰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슬픔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타네다에게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은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메이코는 타네다를 대신해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한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되어 무대 위에서 노래한다. 그를 잊지 않기 위해, 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가냘픈 몸으로 기타를 치며 무대에서 노래하는 메이코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건 정말로 온 힘을 다한 노래였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극중 타네다는 매사에 루즈한 전형적인 니트족으로 묘사된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활기를 찾을 때가 있다. 바로 노래를 할 때다. 음악을 생각하면 어려운 현실도 견딜 수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기타를 잡았을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된다. 타네다에게 있어 음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과도 같다. 음악을 할 때만 살아있는 사람, 타네다는 그런 청춘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지지해주는 메이코가 있었다.
소라닌(solanin)
소라닌은 감자의 싹에서 자라나는 독소의 이름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방황하고, 아파하는 청춘들의 한때를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로 힘들어하는 청춘. 그건 지금 이 시대에 정도(正道)가 없음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행복과 만족은 사실 그 어디에도 없다. 불현 듯 찾아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젊은이들에게는, 그러한 행복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언젠가 자신에게 찾아올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노래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
<소라닌>과 같이 노래와 이별에 관한 영화들이 몇개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태양의 빛을 볼 수 없는 희귀병을 앓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태양의 노래>. 극중 희귀병을 앓는 소녀 카오루는 해가 지면 기타를 들고 역 광장에서 자기가 작곡한 노래를 부른다. 밤낮이 바뀐 일과 속에서 카오루가 유일하게 즐거워하는 시간. 비록 듣는 이 없어도,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롭다. 그리고 그런 카오루의 앞에 나타난 남자, 코지. 그는 태양 아래로 나갈 수 없는 카오루와는 다르다. 빛나는 태양 아래 서핑을 즐기고, 항상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모습이 한층 아름답다.
제니퍼 러브휴잇과 폴 니콜스가 호흡을 맞춘 <이프 온리>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로맨티스트 사만다와 냉철한 워커홀릭 이안의 이야기다. 사만다의 졸업연주회 날,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툰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사만다는 불행한 사고로 사망, 혼자 남은 이안은 자책하며 그녀 없는 나날을 견딘다. 그런데 다시 그녀가 나타났다. 사만다가 죽은 날, 그녀의 운명이 결정되던 날이 다시 반복되는 것. 이안은 사만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사만다는 그를 떠난다. 이안은 세상을 떠날 사만다를 위한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사만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음악은 영혼의 울림이자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음악을 통해 수많은 작가, 디자이너, 화가들이 영감을 얻고 자기들만의 작품 세계를 구성해 나간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마법이다. 그래서 로맨스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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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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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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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연애중인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네다(코라 켄고)는 동거커플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메이코는 언제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느날 그녀는 고민을 뒤로 하고, 직장을 때려친다.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메이코를 보며 타네다는 앞으로 찾아올 경제적인 어려움에 걱정이 앞서지만, 메이코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음악에 열정을 불태운다. 그것도 잠시, 메이코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해고 타네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물거품 되어 돌아오는 현실에 한탄한다. 이윽고 그들은 말다툼을 벌이고, 타네다는 산책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 이후 타네다는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메이코는 한순간 삶에 대한 목표를 잃은채 방황한다. 하지만 타네다가 마지막으로 녹음한 ‘소라닌’이란 곡을 듣고 그를 떠올린다. 문뜩 메이코는 타네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 밴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음악을 다시 시작한다.<소라닌>은 아사노 이니오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부여잡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메이코와 타네다는 저마다 다른 현실에서 살고 있다. 메이코는 꿈이 없다. 그녀는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일단 직장에 다닌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다. 하지만 결국 상사의 심부름이나 하고, 복사기나 고치는 단순 노동에 한숨만 쌓여간다. 타네다는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이루려 한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압박감은 점점 심해진다. 메이코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밴드 친구들과 함께 데모 테이프를 만들지만, 세상은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물려준 약국에서 일하거나, 자신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학교를 다닌다. 그들도 음악의 꿈을 뒤로한 채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부정한다.영화는 단순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음악으로 성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 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떠나보낸 공허함, 행복이란 막연한 바람에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는 인물들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특히 타네다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메이코와 그의 친구들은 슬픔에 잠긴 채 현실이란 잔인한 전쟁터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그들은 타네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 그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서 말이다.이번 영화에서 메이코 역을 맡은 미야자키 아오이는 <나나>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 보여준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좌절과 고통을 곱씹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는 장면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타네다가 만든 ‘소라닌’을 열창하는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더불어 타네다 역을 맡은 코라 켄고는 유약한 소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현실과 미래의 중간지점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그러나 <소라닌>은 긴 호흡을 요하는 영화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원작을 가감없이 옮기다 보니 2시간이 훌쩍 넘는다. 영화는 청춘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다룬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타네다의 죽음 이외에는 큰 사건이 없다 보니 다소 지루한 느낌이다. 게다가 행복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자는 것이기에 극적 재미는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인 ‘소라닌(감자의 싹에 함유된 독성분으로 성장을 위해선 꼭 필요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봐야 하는 청춘들의 권장할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2010년 8월 26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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