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아내에게
今度は愛妻家 , A Good Husband , 2009
이제는 제 2의 '이와이 슌지'가 아닌 멜로 영화하면 떠오는 감독 중의 한명인 '유키사다 이사오'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일본 영화가 생소한 사람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재일동포의 문제를 다룬 와 시한부 인생의 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그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명감독이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부부간의 사랑이야기 속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며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아이돌부터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진까지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통해 실력을 인정 받은 슌스케(토요가와 에츠시). 예술가의 기질을 갖고 있어서 인지 그는 언제나 자유분방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철없는 어른이다.
그런 그의 곁을 지키며 내조에 힘을 쓰는 아내 사쿠라(야쿠시마루 히로코). 본인이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슌스케를 보며 이것저것 챙기 주기도 하지만 늘 아내가 바라는 것을 거부하는 난장꾸러기 같은 슌스케가 걱정이다. 그러던 어느날 온천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사쿠라의 행동이 이상하다. 어리광을 부려도 잘 받아주지도 않고 어딘가 냉정해진 분위기이다.
그러던 어느날 혹시나 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제는 슌스케의 어리광을 받아주기가 힘에 겨웠던 것일까. 사쿠라는 슌스케에 헤어지자고 한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슌스케도 이 상황은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로 사진을 찍어달라며 부탁을 하는 사쿠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랜 시간 사진을 멀리했던 슌스케는 떠나는 아내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내의 환한 미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카메라 속에 담은 아내의 모습. 그녀의 미소와 모습들은 아직 내 머릿속에 그대로인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 속에서는 덩그러니 남아 있는 빈 공간만 있을 뿐이다. 내 앞에 분명히 사쿠라가 있었는데... 대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일본 멜로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의 한명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부부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리뷰를 보다 보면 스포일러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영화를 이야기 할 때 중요한 부분들이기 때문에 몇 군데 집고 넘어가려 한다.
영화 초반부를 보고 있으면 평범한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철없는 남편의 투덜 거림을 자상한 아내가 받아주고 생각 했던 것과는 좀 더 밝은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서면 이전과는 반대로 좀 더 분위기로 전환이 된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그동안 해왔던 남편의 행동과 아내 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반전 아닌 반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슌스케가 행복해 하며 담아낸 사진들 속에서 아내의 모습 대신 빈 공간만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아내의 부재를 그제서야 알아차린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고 부부가 단둘만 있을 때 사쿠라가 보였던 것은 이미 아내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잊지 못한 슌스케가 그녀를 떠나 보내지 못하고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유분방하고 그저 밝은 사람으로만 보이던 그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의 고충을 털어 놓으며 슬퍼하는 그를 보면서 그 또한 인간이고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부재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다른 동물 보다 똑똑하는 인간이 어떻게 이럴 때는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
평소 있을 때는 모르다가 그 존재가 상실된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체 살아가다 없어지면 그제서야 후회를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선까지 온 것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이때 나와야 할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 속에는 부부인 슌스케와 사쿠라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갖고 있고 서로 서로 관계된 인물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길이지만 본이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꼴이 되버린다. 아내의 사고가 슌스케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슌스케는 결혼을 했음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온 탓에 아내의 속을 많이 썩혔다.
그리고 등장하는 여장을 한 남자 분타.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을 오카마라고 하는데 이미 과거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새로 삶을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살아왔지만 앞으로의 날들이 후회로 다가올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인생을 바꾸었다. 물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 선이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는 끼쳐서는 안되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는 것이 결혼이라면 한 사람만 생각하면 그건 결혼이라 할 수 없다.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이, 친구사이 등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맞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만 생각하다 보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도 제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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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멜로 영화의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