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00분 내내
소소하면서도 너무나도 진실되게 두 남녀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그려놓은 역작.
두 남녀가 하는 내면 속의 진솔한 이야기 하나하나, 정말 말 그대로
모든 한마디 한마디가 명대사인 영화.
다양한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두 남녀의 모든 이야기는 곱씹어볼수록 나 자신의 내면을 울리게 한다.
이토록 여운이 강한 영화를 이제서야 만나보게 되다니.
미국에서 온 남자, 프랑스에서 온 여자, 제시와 셀린느.
부다페스트에 사시는 할머니를 뵈고, 가을학기 개강에 따라 파리로 돌아가는
프랑스 여자 셀린느와,
예전 여자친구와 안좋게 헤어지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미국 청년 제시.
둘은 우연히 기차에서 어느 시끄러운 독일인 부부를 피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어떤 강한 이끌림이 이 둘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잊지 못할 하룻밤을 만들게 해주었다.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둘이 보내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들.
Before Sunrise.
이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명장면들이 녹아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남는 장면은
LP판 청각실 장면이다.
서로 몰래 힐끗 힐끗 쳐다보는 장면 속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이 너무나도 귀엽게 영화 속에서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영화를 보는 나마저도 괜히 설레이게 만들었던 그런 명장면이다.
또한
서로를 마주보고 가상의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영화를 보면, 대부분 셀린느가 먼저 제시에게 다가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셀린느는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회전바퀴 위에서 키스를 한 것도 셀린느가 먼저였고,
위의 장면에서도 먼저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가상의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는 상황 설정을 통해
재치있고도 용기있게 밝힌 것도 셀린느였다.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받는 것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녀였기 때문에
셀린느는 이처럼 자신의 호감을 제시에게 가감없이 내비친다.
셀린느에게 있어,
인간이 벌이는 모든 행동은 결국 남들로부터 더 사랑받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항상 독립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인생을 남자에게 모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사랑은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제시의 경우,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자기 인생을 망칠것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관계유지에 정력을 낭비하느니 뭔가 다른 데에 몰두하다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제시.
바로 며칠 전에 사랑했던 애인에게로부터 상처를 받아,
호감 있는 이성에 대한 방어심리가 보다 더 앞서있었기 때문에,
셀린느에게 먼저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거리의 시인이 이 둘에게 지어준 시 또한 잊을 수 없다.
허망한 꿈! 리무진과 속눈썹!
귀여운 얼굴에서 와인잔에 흘리는 눈물!
저 눈을 보라! 그대는 어떤 의미인가?
달콤한 케익과 밀크쉐이크!
난 꿈속의 천사. 난 환상의 축제.
내 생각을 맞춰봐요.
추측은 말아요.
고향을 모르듯 목적지를 알지 못해요.
삶에 머물며 강물에 떠가는 나뭇가지처럼
흘러가다 현재에 걸린 우리!
그대는 나를, 나는 그대를 이끄네.
그것이 인생. 그대 날 모르는가.
아직 날 모르는가.
또한 여기에서도 이 둘의 성격 차이가 드러난다.
있는 그대로의 시를 음미하고 좋아하는 셀린느와는 다르게,
이미 만들어진 시에서 '밀크쉐이크'라는 단어만 붙였다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제시.
버스 안, 어느 무덤가, 놀이공원, 클럽, 술집, LP판 가게, 어느 공원 잔디 등 그들은 비엔나 길거리의 이곳 저곳을 누빈다.
목적지와 계획 없이 이루어졌던 하룻밤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고
그 둘에게만 따로 시간이 떼어져 주어진 것과 같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우발적으로 시작된 여행인지라 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할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단둘 뿐이다.
제시와 셀린느. 둘은 분명 다르다.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 달랐고, 그들의 가치관은 상충되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달랐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보다 더 끌린 것은 아닐까.
인생, 종교, 페미니즘, 죽음, 남녀관계, 사랑, 인연 그들의 가치관을 아낌없이 서로 공유하고 또 이해해주는 그런 모습들.
그들이 교회 안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둘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셀린느: 항상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죽음을 앞둔 노인과 같은 느낌. 내 인생은 단지 추억의 모음 같아.
제시: 이상하군. 난 항상 13살 같은데. 어줍잖게 어른 흉내를 내면서 어른이 될 때만을 기다리지. 꼭 연극 리허설을 하는 것 같아.
셀린느: 재밌네. 그럼 회전바퀴 위에서
할머니와 꼬마가 키스 한 거야?
또한 손금을 봐주던 점쟁이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셀린느는 흔쾌히 돈을 내고 자신의 손금을 내주는데, 점쟁이는 셀린느의 손금을 보더니
그녀가 모험심이 넘치는 탐험가 스타일이며,
여성 내면의 힘과 창조성과 같은 여성의 힘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준다.
인생의 파도에 자신을 맡기고, 자신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면 진실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 또한 해준다.
또한 마지막에 덧붙이는 점쟁이의 말이 압권이다.
두사람은 별이에요, 잊지 마세요.
수십억년 전 별들이 폭발할 때 이 세상 모든 것이 생겨났습니다.
모든 것은 별의 파편이니, 따라서 당신이 별이란 걸 잊지 마세요.
얼마나 여운 있는 말인가.
셀린느는 점쟁이의 말에 감동을 받았지만, 이와 반대로
오늘의 운세 같은 것이니 너무 의미를 두지 말라며 툴툴대는 제시.
점쟁이가 항상 진실만 말한다면 그들은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이고
돈의 댓가로 점쟁이가 기분 좋은 말을 한 것이라는
철저하게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는 제시.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밖에도 둘은 자유롭게 자신의 가치관을 털어놓고 공유한다.
전단지에 붙어있는 단순한 그림 하나가 있어도, 이를 그냥 놓치지 않고
사람이 배경에 스며드는, 환경이 인물보다 강한 느낌, 무상한 인간의 모습
등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5년, 1년, 아니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는 급한 약속을 한 뒤에, 이 둘은 헤어진다.
모든 건 시작과 끝이 있기에,그 중간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수 있다는
제시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물론 그 이후에 이 둘이 다시 재회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다시 서로의 갈 길을 가며 미소를 짓는 장면 속에서,
단 하루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1일을 보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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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이 깊은 로멘스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첫만남의 떨림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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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최민철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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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100분 내내 소소하면서도 너무나도 진실되게 두 남녀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그려놓은 역작.
또한 서로를 마주보고 가상의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또한 거리의 시인이 이 둘에게 지어준 시 또한 잊을 수 없다.
버스 안, 어느 무덤가, 놀이공원, 클럽, 술집, LP판 가게, 어느 공원 잔디 등 그들은 비엔나 길거리의 이곳 저곳을 누빈다.
또한 손금을 봐주던 점쟁이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운이 깊은 로멘스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