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포지션
Le Concours de danse, First Position, 2011

영화는 전세계에서 모인 9~19세의 쟁쟁한 발레 댄서들이 어마 어마한 장학금과 세계 유수의 발레단 입단 기회를 가지고 겨루는 세계 최대의 발레 대회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세미 파이널 리스트들의 여정과 사연을 추적한다.
영화 제목인 ‘퍼스트 포지션’은 발 뒤꿈치를 붙인 채 발끝을 60도로 만들어야 하는 발레의 기본 자세를 의미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프로 발레 댄서를 꿈꾸는 이들의 공통적인 기본 자세인 열정과 헌신, 노력과 자기극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발레리나를 꿈꾸었던 여감독은 우아하고 매혹적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발레 세계의 면면을 세심한 관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의 세미파이널에는 5000명이 넘는 인재들이 즐비하고, 이중에 300여명의 가장 뛰어난 이들에게만 1주일간 진행되는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기회가 부여된다. 영화는 세미 파이널 무대에 출전하는 세계 각국의 발레 댄서들의 일상을 대회의 끝까지 좇아다니며 인터뷰와 관찰 형식으로 담아낸다.
그 중에는 4살때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해, 이제는 발레 신동으로 불리며 다양한 국제 대회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11살의 아란, 서아프리카의 전쟁 고아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이제는 흑인 발레리나를 꿈꾸는 미카엘라, 이번이 프로 무대에 입단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레베카, 콜롬비아의 가난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꼭 장학금을 받아 성공하려는 조안 세바스찬, 치맛바람이 거센 엄마와 모든 것을 같이하는 미코와 줄스 등이 있다.

영화는 이렇게 재능, 연령, 열정, 동기와 배경이 모두 다른 각 대회 출전자들을 하나씩 깊이 있게 담아내면서, 그저 대회에 참여한 다수의 꿈꾸는 이들이라는 무명의 모호한 집단이 아니라 그 속에 실재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하는 것처럼 긴장감을 느끼게 되며, 어느새 그들의 수상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데 기억할 것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고작 11~17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어린 인재들의 영화 속 모습을 만나보면 그들의 나이가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고된 연습에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춤을 출 땐 어느새 발레에 매혹되어 그 모든 고통을 잊어버린다고 웃으면서 말하는가 하면, 음악이 시작되면 천진난만하던 얼굴은 완전히 캐릭터에 몰두해서 온데간데 없어지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서도 가족을 위해 꼭 꿈을 이루겠다는 대견함을 보이기도 하며,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런 그들의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 헌신과 희생을 보면 나는 도대체 저 나이에 무엇을 했는가 하는 후회와 자신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입안에 씁쓸함을 느끼다 보면, 발레라는 특수한 길은 재능 있는 누군가에게만 허락된 일이고, 각종 비용을 부담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진 사람에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영화 속 하나같이 진지한 얼굴을 한 앳된 댄서들은 발 끝으로 서거나 중력을 거부하고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일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헌신과 노력과 인내가 더욱 필요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고집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미덕이라면 꿈에 대한 저 진지한 자세들을 관객들이 닮고 싶어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영화는 이렇게 대회에 참여한 이들의 꿈을 좇는 여정을 담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주변의 다면적인 상황을 묘사하기도 한다. 발레가 얼마나 비싼 스포츠인지, 어떤 부상과 육체적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지, 가족들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 등 발레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자세하고 현실적인 일들도 드러내면서 꿈꾸는 자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들을 깨닫게 한다.

모든 노력, 희생, 좌절과 고통을 치르고서도 단 몇 명만이 성공할 수 있는 잔인한 무대,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달콤하고 매력적인 무대의 막이 오르면 어느 새 관객도 모든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이 어린 발레 댄서들과 함께 온전히 무대에 몰두하게 된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꿈이 힘찬 도약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여주면서 어느새 그들의 꿈이 관객들의 꿈이 되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이들처럼 어떠한 핑계와 고통도 결국엔 잊고 완전한 기쁨에 취하게 하는 꿈의 위력을 느끼고 싶다면, 자신만의 퍼스트 포지션을 잡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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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관심이 많은 사람
지루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찾는 사람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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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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