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잼
Exam , 2009

세계 최고의 기업의 입사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 그 관문 앞에 백인, 황인, 흑인, 라틴, 이슬람, 그리고 혼혈까지 다양한 인종, 종교, 성별, 전공 분야를 가지고 있는 8명의 사람들이 서게 된다. 그 마지막 관문이란 어찌 보면 굉장히 간단해 보이는 테스트이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방은 창문도 없는 밀실이며 의자, 책상 8개와 그 위에 올려진 한 장의 종이와 연필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험 감독관은 몇가지 규칙을 알려준다. 첫째, 감독관과 경비와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 둘째, 자신의 시험지를 손상시키지 말 것, 셋째, 어떤 이유로든 이 방을 나가지 말 것.
규칙을 어길 경우 곧바로 실격된다는 사실을 감독관은 공지한다. 또한 감독관은 단 하나의 답이 있으며 시험시간은 80분이라는 말을 하고 방을 나간다. 감독관이 방을 나간 후 8명의 시험 응시자들은 문제를 풀기위해 시험지를 보지만 시험지는 그냥 백지일 뿐이다. 당황한 그들은 문제를 알아내려 애를 쓰지만 시간은 점점 흐르고 그들의 초조함은 더해져만 가는데...

영국의 스튜어트 하젤딘 감독의 이그잼은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이다. 네티즌들에게는 “쏘우” “큐브”와 비슷한 영화로 유명한데, 퀄리티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의견에 공감은 잘 하지 못하겠다. 비록 영화의 완성도는 “쏘우”, “큐브”등 과 같은 명작들에 뒤질지는 몰라도 이 영화 “이그잼”은 소재만큼은 그런 영화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재의 참신함을 잘 살리지 못하였다. 연출력이 소재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는데,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97분이다. 그 중 맨 앞 설명 장면과 맨 뒤 결말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80분에 가까운 시간이 남게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험의 제한 시간 역시 80분이다. 감독은 영화와 현실의 시간 흐름을 동일하게 하여 마치 관객들이 생방송으로 영화의 화면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 하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시험 응시자들이 80분 동안 시험을 보는 동안 관객들도 80분 동안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부분에서 감독의 부족한 역량이 드러나게 된다. 그 중요한 80분에 시간 동안 영화는 너무 천천히 흘러간다. 어떠한 긴박함과 긴장감도 없이 그냥 배우들이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지루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겨우 입사 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영화의 비사실적인 설정에 반발을 가지게 되는 관객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 차제는 그리 나쁘지는 않다. 겨우 입사 시험에 목숨을 거우 우리 젊은 세대들과 젊은 세대들을 그렇게 만든 기성 세대들에 대한 비판, 다양한 인종, 종교, 성별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사회, 그리고 그 사회 속에 불협화음. 이 입사 시험장은 어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마치 우리가 어릴 때 보던 우리들의 상식의 허점을 찔렀던 퍼즐들과 같은 결말 부분은 굉장히 참신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나올 때 관객들은 충분히 전율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수많은 명작들과 비교되기는 힘들지만 이그잼은 충분히 재밌는 영화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최고의 80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
|
 |
밀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 |
|
| 글: 커넥션35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거액의 연봉을 보장하는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 그 곳에 입사한단 건 인생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세계 유수의 지원자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여기, 수천 명의 경쟁을 뚫고 최종 관문에 선 8명의 응시자가 있다. 성별과 인종, 외모가 다른 이들은 시험 감독관(콜린 살몬)으로부터 ‘감독관과 경비에게 질문하지 말 것’, ‘시험지를 손상시키지 말 것’, ‘어떤 이유로든 방을 나가지 말 것’ 이라는 규칙을 듣고, 시험지를 배부 받는다. 시험 시간은 단 80분. 질문은 하나, 답도 하나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시험지를 받아드는 지원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받아 든 시험지는 백지일 뿐, 문제가 적혀있지 않다. 잠시 당황하던 응시자들은 문제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이그잼>은 결코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는 아니다. 최근 유행중인 ‘리얼 타임 공포’와 ‘밀실 공포’를 적당히 믹스한 게, 바로 <이그잼>이다. 그러니까 <88분> <하이 눈> <심야의 FM>이 갖춘 ‘영화 러닝 타임과 동일한 리얼타임’ 포맷과 <큐브> <디센트>의 ‘제한된 공간’ 포맷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모양새가 대강 나온다. 형식상 새로울 건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를 담는 그릇(형식)이 아니라, 내용물(내용)에 있다. 다행히 영화가 내세운 ‘취업’이라는 내용물은 흥미롭다. 국내 청년 백수(백조) 100만 시대.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청년실업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의 적절한 이슈를 안았다는 점에서 즐길 거리도 공감할 거리도 느낄 거리도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이 아이디어로 더한 재미와 더한 공감을 주지는 못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속이고, 음해하는 행동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하거니와, 전개가 느슨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기발함도 금세 밑천을 드러낸다. 성별과 인종이 다른 인물들을 모아 둔(뭔가 있어 보였던) 설정 역시, 영양가 없이 소비되기는 마찬가지다.(다른 인종과 성별은 기껏해야 상대를 ‘블랙/화이트’, ‘블론드/브라운’ 등으로 닉네임 짓는데 사용될 뿐이다. 이토록 1차원적인 접근이라니.) 무엇보다, 영화는 스릴에 기대 긴장을 추구하다가, 휴머니즘과 인류애를 설파하며 마무리 된다. 맥락상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차라리 오늘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태백들의 하루를 다큐로 보는 게 나을 뻔 했다. 분명 그게 더 무서운 광경이리라.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