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웨이
Halfway , 2009

영화의 첫 느낌은 생생하다는 것이다. 화면은 영화로 보이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공기 소리, 새소리에 곁들여지는 자전거 소리가 맑게 들리며 시작하는 영화의 처음은 신선했다. 영화는 청소년들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남녀 주인공은 모두 고등학생이고 영화 초반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지만, 대학 진학이 가까워지면서 도쿄의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 남자 주인공과 고향의 대학에 가기로 한 여자주인공이 엇갈리면서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사랑을 풋사랑이라고 할지도 모르고, 이들이 하는 고민은 어설프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들이 하는 사랑은 지금 우리가 하는 사랑과 다르지 않고, 그 고민 역시 지금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랑,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인 시노자키는 여자 친구인 히로와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와세다 대학 진학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선생님께 상담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이들의 대사 때문이다. 와세다 대학을 그만두려는 시노자키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뭔가를 버리고 새로운걸 시작하는건 힘든일이야. 역시 뭔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뭔가를 끝내는데 용기가 필요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생각보다 인생은 길어 그리고 시노자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만 현재도 중요하잖아요
영화 속 주인공들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우리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순간 현재의 것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익숙한 것과 멀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을 힘들어한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큰 젊은 시절이 더 용기있을 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에 익숙해지고 안주해있는 어른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극적이지도 않고,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은 학교 근처에서 멀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 주변을 다니며 아주 소소한 데이트를 하고 풋풋한 사랑을 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그들을 제 3의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남자주인공인 오카다 마사키는 현재 일본에서 뜨고 있는 배우인데, 큰 키와 뽀얀 얼굴로 여성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 청춘 로맨스의 남자주인공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와는 다르게 여자 주인공은 약간은 보이시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의 키타노 키이이다. 그녀는 다양한 작품에서 생생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개봉한 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도 출연해 한국팬들에게는 익숙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에 서툰 이들을 보다보면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쩌면 풋풋하고 설익은 이들의 사랑이 조금 부러워지기도 한다. 줏대없고 눈치없는 남자친구는 진지한 상황을 웃음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질투 많고 생각 많은 여자친구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둘러싼 상황들이 그저 짜증날 뿐이다.
어쩌면 그냥 동경일지도, 어쩌면 절절한 사랑이 아닌 그냥 좋아하는걸지도 모르는 그 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첫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이라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중요하게 생각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어쩔 줄 모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여성팬이라면, 영화 중간중간 선생님으로 나오는 나리미야 히로키와 오오사와 타카오를 보는 것도 영화 <하프 웨이>를 보는 소소한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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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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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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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을 앞둔 고3 히로(기타노 키이)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슈(오카다 마사키)를 좋아한다. 하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어느날 우연히 양호실에서 히로의 마음을 알게 된 슈는 하교길에 사귀자는 고백을 하게 되고, 히로는 뛸 뜻이 기뻐한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어린 커플. 하지만 행복도 잠시, 서로 다른 곳에 대학 진학을 꿈꾸는 히로와 슈는 잦은 싸움을 벌이게 된다. 히로는 슈에게 동경에 있는 와세다 대학을 가지 말라고 떼를 쓰고, 슈는 많은 고민을 한뒤 히로와 함께 고향인 훗카이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슈는 자신 때문에 꿈을 포기한 히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둘 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지기 쉬워서 사랑은 유리 같다고 말했던 원준희 누님. 사랑은 지나간 세월처럼 그저 흘러 내리는 거라며 사랑은 창 밖의 빗물 같다고 수없이 되뇌였던 양수경 누님. 과연 사랑은 뭘까? <하프웨이>는 사랑을 비누방울이라 말한다. 후하고 불면 몽글몽글 피어나는 비누방울. 이 아름다운 둥근원은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순간 터져버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극중 히로와 슈는 비누방울 같은 사랑을 한다. 서로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비누방울처럼 사랑이 터져버리는 위기도 있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새로운 비누방울을 만들어 사랑을 이어나간다.<하프웨이>가 단순히 순수한 첫 사랑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당연히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첫 사랑의 풋풋함을 원동력으로 하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고민이 의외로 진중함을 전한다. 히로가 슈에게 와세다 대학으로 진학하지 말라고 했지만, 괜스레 자신의 욕심 때문에 꿈을 포기 했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슈 또한 자신이 꿈꿨던 대학을 포기함에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일관한다. 이로 인해 히로는 자신의 친구들과 더불어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으며 최선의 방법을 강구한다. 특히 서예 선생을 찾아갔을 때 붓으로 “가지마, 가버려”를 반복해서 써 내려가는 장면은 사랑에 대한 그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영화는 그동안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 <하늘에서 내린 일억 개의 별>의 작가로 유명한 기타가와 에리코의 첫 장편 영화다. 언제나 사랑을 주제로,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실질적인 고민들을 보여줬던 그녀. 그래서 일까? 영화에서 첫 사랑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사랑과 이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의 배합은 잘 이뤄졌다. 또한 제작을 맡은 이와이 슈운지 특유의 역광 화면 구성과 매 영화마다 등장했던 자전거 장면은 배우들의 순수한 사랑을 돋보이게 만든다. 더불어 영화전편을 핸들헬드 촬영해 생동감과 더불어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도 잘 담아냈다. 다만 전체적으로 소품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영화가 첫사랑을 통해 그 시절에 가질 수 있었던 감성을 건드리며 관객에게 다가가는데는 성공했지만, 끝까지 그 감성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특히 영화의 열린 결말로 인해 이제까지 그들이 애써가며 했던 사랑의 고민이 갑자기 증발된다. <하프웨이>라는 제목처럼 영화가 첫사랑의 결과가 아닌 과정만을 담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보이다가도 갑자기 터져버리는 비누방울과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