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의 이상한 밤
O Horten, 2007
겨울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얀 설원이 인상적인 영화 <오슬로의 이상한 밤>. 40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 온 기관사에게 은퇴를 앞 둔 하루 동안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담은 코미디 영화이다.
그동안 접하긴 어려웠던 북유럽, 특히나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라로 대표되는 노르웨이 영화라는 희소성과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이키기 충분한 작품이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와 작은 항만도시 베르겐을 잇는 열차의 기관사로 있는 오드 헤튼. 한 번의 사건 사고도 없이 모범적인 기관사로 일해온 그에게도 은퇴의 날이 찾아온다. 영원한 줄 알았는데 벌써 은퇴라니 오드는 실감이 나질 않고 착잡한 기분마저 든다.
은퇴를 하루 앞두고 동료들이 마련한 축하자리에서 기분 좋게 한 잔하고 동료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다 같이 파티를 할 계획이었지만 동료가 알려준 현관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주변을 서성이다 가까스로 비상계단을 찾아내지만 실수로 다른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시 나가려던 오드는 집에 살고 있던 소년에게 들키게 되고 잘 때까지만 같이 있어 달라는 소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들어주기로 하지만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그만 잠들어 버린다. 아침이 되서야 눈을 뜨게 된 오드는 파티는 고사하고 마지막 기차 운행마저 놓치고 마는데...
영화 <오슬로의 이상한 밤>은 은퇴를 앞둔 노년의 기관사 오드가 겪게 되는 하루 동안의 기이한 일들을 통해 노년의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느낄 수 있는 사색적인 영화이다.
주인공 오드는 마지막 열차 운행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아무 탈 없이 일을 마쳤다는 것과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의미의 축하 파티이지만 정말로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인지 오드는 마음껏 즐기지를 못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실감이 나질 않는 모양세. 한평생 기관사로 일하며 별다른 사고 없이 모범적으로 살아왔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누구나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심지어는 영원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가끔 하곤 한다.
이러한 생각은 각자의 성향과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랜 시간 기관사라는 특정한 직업이 있었고 자신의 일상이 그 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습관처럼 해 온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이 보다 공허한 것이 또 있을까?
은퇴가 사람의 인생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노년이라는 나이는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새로운 것을 하기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노년이라는 상황적인 문제가 오드의 심정을 더 복잡하게 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후회를 한다. 오드는 우연히 만난 시세너와 친구가 되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어릴 적 일을 털어 놓는다. 모두가 했던 스키 점프를 자신은 겁이나 할 수 없었다고, 스키 점퍼였던 어머니가 많이 실망했을 거라는 자조섞인 말투...
이 모습을 보고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릴 적 고민을 노년이 된 지금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큰 문제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누군가에는 대단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주변에 의해 휘둘릴 수 있지만 어쨌든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에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개인의 문제를 누군가가 크다 작다 라고 판단 할 수는 없지만 후회를 한다는 건 결국 평생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백세시대라는 말처럼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고는 있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 때가 있다는 말처럼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하지 않고 후회 하는 것 보다 하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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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북유럽 영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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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쿠로쿠마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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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호텐(바르드 오베)은 40년 동안 똑같은 노선의 기차만 운전해온 노 기관사. 은퇴 직전의 마지막 운행을 앞두고 있는 그는 동료들이 열어준 은퇴파티에 참석했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자신이 운전해야 할 마지막 기차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온갖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을 계속 맞닥뜨리게 된다. 노르웨이 영화 <오슬로의 이상한 밤>을 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노르웨이의 이웃 동네인 핀란드 출신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주인공 호텐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를 꼭 닮았다. 껑충하고 구부정한 몸짓, 반백의 콧수염을 기른, 어딘가 허점이 많을 것 같은 말없는 북유럽 출신의 남자. 캐릭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흡사하다,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이것은 어쩌면 추운 나라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개봉했던 아이슬란드 영화 <노이 알비노이>에까지 이르면,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열대지방 사람들에게 눈과 겨울은 다른 세상 이야기이고,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낭만적인 비일상이다. 그러나 사방천지 눈과 얼음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긋지긋한 현실이다. 영화의 앞부분으로 호텐의 삶에 대해 몇 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데, 그는 이런 북유럽의 날씨처럼 단조롭고 재미없게 살아온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그의 인생은 탈선을 모르고 앞으로만 곧게 달리는 기차와 같았을 것이다. 소심하고 용기가 없는 그는 트러블이 생기면 일단 자리를 피하고 보는 사람이다. 그 나이가 되도록 독신이고, 변변한 친구도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따뜻한 마음도 받아들이지 못한다.그러나 은퇴 파티를 시작으로 호텐은 가는 곳마다 해괴하고 웃지 못할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단골식당에 갔더니 주방장이 경찰에 잡혀가고, 불 꺼진 수영장에서 혼자 유유히 수영을 즐기다가 갑자기 알몸의 커플이 들이닥쳐 사랑을 나누는 바람에 황급히 도망간다. 그 와중에도 그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어서 숙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데, 사실 이 점이 <오슬로의 이상한 밤>의 개그 코드다. 이 사람이 지금 진지한 건지 웃자고 하는 건지 헷갈려서 더 웃기는 형국이다. 이런 웃음은 아름답지만 적적한 노르웨이의 밤거리 풍경과 맞물려, 어딘가 현실에서 약간 어긋나 있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텐이 겪는 이상한 밤의 종착지는 어떤 괴짜 발명가와의 우연한 만남이다. 그는 호텐에게 자기 집에 있는 운석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운석은 우주를 거쳐 이 집에 도착한 게 아니다. 운석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 말은 영화 전체가 품고 있는 주제를 함축한다. 인생은 낯설고 기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호텐은 소박하지만 대단한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오슬로의 이상한 밤>은 이런 단순하고 보편적인 테마를 무겁지 않은 깔끔한 소품집처럼 보여주는 영화다.
2011년 2월 7일 월요일 | 글_최승우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