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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와 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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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난 나무를 찍고, 자넨 영화를 찍고~”!



예순 살의 박력 있는 나무꾼 카츠는 아내와 사별한 후 속만 썩이는 아들과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고요하기 그지없던 산골마을에 나타난 영화 촬영팀. 우연히 만난 카츠에게 촬영지를 안내해달라는 그들은 급기야 출연까지 요청하고, 얼떨결에 그는 단역배우가 된다.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데다 마을 사람들까지 환호를 보내자 은근 기분이 좋은 카츠.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그와는 달리, 점점 영화에서 멀어져가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감독 코이치. 숨막히는 촬영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는 우연히 카츠를 만나 가까워지게 되고, 그의 응원에 힘입어 각오를 다지게 되는데... 끊이지 않는 난관과 아비규환(?) 속에 과연 그들은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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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와 비
キツツキと雨 , The Woodsman and the Rain , 2011








<딱따구리와 비>는 두메 산골 나무꾼 아저씨 카츠와 어리숙한 신예 영화 감독 코이치가 만나 천천히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극의 쉐프>, <요노스케 이야기> 등으로 잔잔한 울림과 유머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개성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또한 평범한 듯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야쿠쇼 코지와 꽃미남 연기파 배우로 잘 알려진 오구리 슌이 서로 매치가 안될 것 같다는 예상을 뒤엎고 쿵짝이 잘맞는 조화로운 호흡을 보여준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위기나 클라이막스 없이 진행 되지만 시기 적절한 때 양념을 치는 유머와 점차 발전해가는 두 남자의 우정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벌목꾼 아저씨, 난데 없이 좀비가 되다
일본 기후현의 한 산골마을에서 벌목꾼으로 일하는 예순 살 카츠는 속 썩이는 아들과 함께 살며, 부인의 3주기를 앞두고 있는 외로운 중년이다. 그는 어느 날 마을의 좁은 길에서 만난 영화촬영 팀이 영화를 찍을 만한 강을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자 어쩔 수 없이 강까지 데려다 준다. 우여곡절 끝에 강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스태프 한 명이 카츠에게 좀비로 출연해 달라 부탁하는데, 그는 탐탁지 않아하면서도 얼굴에 좀비 분장을 하고 걷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연기를 한다.



여기서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동료 벌목꾼들이 카츠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연기를 했냐며 관심을 가지고 환호하자 카츠도 신이 나서 영화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이전에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던 러시프린트 상영회(여태까지 찍은 촬영 결과물을 보는 상영회)에 까지 참석한다.









상영회에서 틀어준 영화 화면 속에서 좀비 연기를 하는 자신을 발견한 카츠는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영화를 감상하던 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아마도 이때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중구난방 같았던 한 컷 한 컷이 모이면서 전체를 만들어 가는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고, 그 전체의 일부로써 자신이 기여했다는 사실에 신기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또 평소에는 숲 속에서 나무들에 둘러싸여 나무를 넘어뜨리기 바빠 잊고 살던 ‘자신’이라는 존재를, 영화 화면 속에서 뚜렷이 발견하는 일은 그에게 작은 흥분을 일으켰으리라.



이 때문인지 그는 이후에 영화 촬영장에 별일 없이 놀러 가기도 하고, 차량통제 요원을 자처하고,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좀비나 부녀죽창대의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는 등 영화 제작을 물심양면으로 돕게 된다. 덕분에 카츠와 마찬가지로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마을 사람들도 영화를 신기해하면서 구경하거나 촬영에 대거 참여하게 되고, 한가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좀비 분장을 한 사람들이 김 매고 트랙터를 모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벌목꾼은 비가 오면 일을 접어야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동안 그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벌목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있는 숲은 더욱 풍요롭게 자라난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영화의 제목 <딱따구리와 비>에서 ‘딱따구리’는 딱따구리처럼 나무를 쪼아 넘어뜨려야 하는 벌목꾼 카츠를 상징하고, ‘비’는 벌목꾼의 일을 멈추게 하는 비일상, 즉 영화 촬영이나 영화 감독인 코이치, 스태프 등을 의미할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을 훼방놓는 귀찮은 방해물이었던 이 비일상은, 카츠가 자발적으로 흥미와 열정을 느끼게 되면서 고되기만 했던 매일에 기분 좋은 휴식이자 삶을 더 즐겁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영화는 이런 카츠의 모습을 통해서 매일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일상에 비일상, 멈춤, 휴식을 받아들이라 말하는 것 같다. 또 생계를 위해, 혹은 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로 점철된 삶에서, 때로는 순수한 관심과 자발적인 동기를 가지고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행하면서 즐거움을 느껴보라고도 한다. 가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껏 휴식을 취하며 메말랐던 삶에 즐거움과 풍요를 더하는 일은 인생에 질식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비에 젖은 딱따구리에게 우산을 내밀자
한편 ‘딱따구리와 비’의 비유에서 딱따구리는 인생을 사는 우리 모두를, ‘비’는 이런 인생에 시시때때로 제동을 거는 좌절감, 자신감 부족,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감독 타나베 코이치는 여관을 하는 집안의 장남인데, 젊은 나이에 감독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비에 젖은 딱따구리처럼 불쌍할 정도로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코이치는 스태프들에게 액션, 컷이라는 소리도 당당하게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발하며, 스태프들이나 연기자들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급기야는 영화 촬영장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는 영화 판에 뛰어들긴 했지만 한없이 자신이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없어 현실과 미래에 잔뜩 겁을 먹은 채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 카츠가 나타나 영화 찍는 건 참 대단한 일이라고 눈을 반짝이고, 자신이 쓴 <유토피아 좀비 대전쟁>이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면서 재미있으니 계속 말해보라고 재촉하고, 촬영장에서 쓰라면서 노송나무로 직접 만든 감독용 의자를 선물해 준다. 뭣도 모르는 나무꾼 아저씨가 하는 말임에도, 자기 일이 멋진 일이라는걸 깨닫게 해주고 순수하게 자신의 작품을 재미있다고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생기자 코이치는 점차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여기는 자신의 일을 잘 해 내고 싶었는지 코이치는 촬영장에서도 의욕을 찾고, 배우들에게 ‘한번 더’를 주문할 때도 자신감을 얻는다. 그 와중에 카츠가 엑스트라로 동원해온 동네사람들 덕에 촬영장에도 활기가 생기고, 스태프들도 이런 변화와 감독의 열의에 감화된 건지 이전보다 더욱 성의를 보인다. “빨리 찍으라”고 코이치에게 재촉만했던 그들이 이제 “레일을 깔고 찍으면 어떨까?”하고 좀더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서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뭘 하든 역부족인 것 같은 좌절감, 자기 불신과 회의에 몸을 떨곤 한다. 하지만 비는 자연현상이고 도망친다고 쫓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인생에서 이런 감정들도 피할 수 없는 요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인생의 ‘비’를 마주하여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걸음씩 나를 단련하는 일이다.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곁에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니 인생 속에서 비 맞으며 홀로 서있는 누군가를 보게 된다면 카츠가 그랬듯 그에게 다가가 장점을 발견해 주고 그의 꿈에 관심과 인정과 응원을 보내면 어떨까. 진심의 한 마디 말이 그 사람에게는 폭우 속에 내밀어진 우산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또 카츠의 응원에 코이치는 물론 스태프들과 배우들까지 바뀐 것처럼, 이런 행동은 연쇄작용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욕과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한편 카츠가 코이치와 교류하며 속만 썩이는 아들에게도 생각이 있을거라며 태도를 바꾸듯이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사람은 남을 감싸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점차 더 갖게 될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우리가 서로 빗속에 우산을 내밀고, 좌절한 어깨를 감싸는 위로를 보내며 함께 걸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무는 다 똑같다
어느 날 촬영장 밖의 나무 아래에서 카츠와 코이치는 점심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이 장면은 둘의 우정이 가능했던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카츠는 코이치의 나이를 물어보고, 저 산에 있는 저 소나무가 너랑 같은 25살 나무고, 예순 살 된 나무는 그 옆의 어떤 나무라고 말한다. 코이치는 다 똑같아 보인다고 대꾸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나와 나이, 성별, 직업, 배경 등이 다른 누군가와 자신을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이 안 통할 거라며 벽을 만든다. 하지만 숲의 나무들은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해 보이며, 나이나 종류나 출신에 상관없이 각각의 나무들이 조화롭게 의지하고 기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나이어도 젊은이는 언젠가 노인이 되고,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생에서 때로 좌절하고 지치는 건 같다. 인간 사회를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같은 종들이 모여있는 만큼 거기에 이해와 교감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영화는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편견으로 세운 벽을 두기 보다는, 숲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듯 비슷한 모습으로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닮아보자고 말한다. 카츠와 코이치가 각자 가진 차이에 마음을 닫지 않고 서로에게 휴식과 응원이 되어주며 인생에 긍정적인 파문과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최근 일본식 힐링무비를 표방하는 많은 영화들, 예컨대 <해피해피 브레드>, <카모메 식당>, <수영장>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들과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좀 덜 지루하고, 더 분명하며, 때로는 폭소하게도 만든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영화가 진행되며 보이는 인물들의 성장, 변화나 좀비 영화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은 긴 영화 상영 시간을 잊게 만든다.



또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 무심함과 은유와 상징을 이용한 세련된 화법으로 전하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웃음 터지게 만드는 고단수의 유머가 빛을 발한다. 타인의 존재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 그 존재가 나에게 꿀 같은 휴식과 든든한 응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영화이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유머가 있는 영화를 원하는 사람
나이나 배경을 초월한 교감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인생에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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