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넌트 노바라
パーマネント野ばら, Pamamento Nobara, 2010

<퍼머넌트 노바라>는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에 위치한 오래된 미용실의 이름이다. 영화는 마을의 사랑방인 이 미용실을 운영하는 노바라와 그녀의 딸 나오코, 그 주변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와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의 어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일본 어촌의 풍경들이 정겹게 다가오면서 정취를 더해주기 때문에, 일본의 거리 풍경이나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랑이 주는 설렘이나 아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때로는 아름다운 화면으로, 때로는 코믹하거나 반전 있는 전개로 뻔하지 않게 풀어낸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는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종이 달>로 이어지는 작품을 통해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각자의 특별한 사건과 그로 인한 감정들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데 점차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의 국민 여배우 '칸노 미호'와 개성 있는 배우 '코이케 에이코', 카지마역의 '에구치 요스케' 등이 보여주는 수수하게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연기가 돋보이기도 한다.

남편과 이혼 후 어린 딸 모모와 친정에 돌아와 엄마 노바라의 미용실을 돕는 나오코는 남몰래 카지마라는 고교 선생과 새로운 연애를 하고 있다. 노바라에게는 남편이 있지만 집을 나가 다른 살림을 차린 지 오래이고, 나오코의 소꿉친구이자 술집 마담인 미짱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면서 남편이 바람난 상대를 응징하려고 한다.
또한 남자운이 없기로 유명했던 토모는 결국 도박중독 남편과 결혼했지만 그 남편은 행방불명 된 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편 마을의 아주머니들은 미용실에 모여 새로 만난 혹은 과거에 만난 남자들의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카메라가 롱 테이크로 멀리서 잡아내는 평화롭다 못해 지루해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이처럼 그다지 평범하지 않고 일순 스펙타클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시골 어촌 풍경과 대비되는 대단한 사랑놀음은 아무리 범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라도 각자 나름대로 판타지 같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있기 마련이라는 감독의 관점을 드러낸다.
물론 남자들의 막장 드라마 주인공 같은 다소 과장된 모습들과 그 덕에 충분히 영글지 못한 심리 묘사가 불만스러울 수도 있으나, 여기에 적절한 코믹함과 사랑이나 이별에 관한 단상이 담긴 대사들, 나오코의 풋풋하고 서정적인 사랑이 곁들여지면서 그런 불만족을 누그러뜨려 주기도 한다.

주연이라고 볼 수 있는 노바라, 나오코, 미짱, 토모의 연애 중 가장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는 특히 이 나오코의 이야기일 것이다. 싱글 맘이면서도 마치 첫사랑을 시작하는 고등학생인 것처럼 카지마와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나오코.
그녀가 오후의 고등학교 과학실을 찾아가 카지마와 나누는 대화나 작은 스킨십들, 저녁시간에 함께 산책하다 헤어지면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등은 관객들에게 첫사랑의 설렘과 반짝임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의 풋풋했던 사랑의 계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동시에 카지마와 함께 온천 여행을 갔다 온 뒤 전화를 붙잡고 외롭다고 우는 나오코의 모습은 사랑하고 있는 와중에도 사랑 받을 자신이 없어 느끼게 되는 불안과 고독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감독이 그리는 사랑이란 주인공들을 행복과 기쁨에 빠지게 하다가도 절망과 슬픔에 잠기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미짱이나 토모의 남편들의 행실을 보면 차라리 사랑 따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짱이 목 깁스를 하고 옥상에서 말했듯,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는 누구라도 사랑하고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사랑으로 인하여 언젠가 울게 될 지라도 사랑을 주고 받으며 느끼는 행복감과 기쁨, 충만함은 무채색의 지루했던 삶에 빛과 생기를 더해주는 소중한 감정들이며 사람은 그 사랑했던 추억으로 긴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여인들의 이야기는 ‘사랑 따위 없어도 살 수 있어’도, ‘사랑만 있으면 살 수 있어’도 아닌 사랑은 있으면 있는 대로 속을 썩이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삶을 텅 비게 만드는 골치 아픈 성질의 것임을 드러낸다. 또한 사랑을 하면서 겪는 갈등과 불안, 이별로 인해서 아파하고 상처받게 되더라도, 살아가는 한 사랑하는 일을 억지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니 사랑도 이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어촌 마을 바닷가의 파도가 발 끝을 간질이며 다가왔다가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나오코와 미짱, 토모가 이별 속에서도 웃어 보이듯 우리에게도 그럴 수 있는 강인함이 있고, 같은 상처를 지닌 주변의 친구나 가족들이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여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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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평범한 사람들의 지루하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듣고 싶은 사람
사랑 때문에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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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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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퍼머넌트 노바라>에 등장하는 여자들 대부분은 사랑에 상처받았거나, 상처 받고 있거나, 상처 받을 인물들이다. 이혼 후 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 온 나오코(칸노 미호), 바람피우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미련을 접지 못하는 마사코(고이케 에이코), 도박에 미쳐 집을 나간 남편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토모(이케와키 치즈루)는 물론이고, 남자들에게 버림 받은 나오코의 엄마, 변변한 사랑 한 번 못 해본 뽀글이 파마 아줌마 등 하나 같이 남자 복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오늘도 사랑을 한다. 상처가 있되 다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별의 슬픔을 알되, 사랑을 망설이지 않는다. “아무리 아픈 사랑이라도 안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나아. 사랑하지 않곤 살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그녀들에게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삶의 이유다.‘영원한 들장미’ 사랑에 상처 받는 여자들에게 치유의 공간이 돼 주는 곳은 마을 유일의 미용실인 ‘퍼머넌트 노비라’다. ‘영원한 들장미’란 뜻의 <퍼머넌트 노바라>는 세대와 외모를 초월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시들지 않는 장미 한 송이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를 하는 헤어샵이 아니다. 그곳은 여성들이 서로의 상처를 들어주고, 보듬어주고, 치유해 주는 공간이다. 이곳이 변화 시켜주는 건 헤어스타일만이 아닌, 상처받은 이의 마음인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용실이라는 공간. 걔 중에서도 푸근함이 있는 동네 미용실이라는 공간이 여성들의 연대를 보다 따뜻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가득한 영화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는 남자 감독(요시다 다이하치)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특기할 만한 것은 같은 남자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다수는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그도 아니면 폭력적인데, 영화는 그 모습을 대단히 희화적으로 그려낸다. 여성의 강인함을 보다 극대화시키는 구실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이고, 또 실제로 그러한 기능을 하기는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남성에 대한 감독의 일방적인 시선이 그녀들의 사랑마저도 가볍게 경도시킨다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건 분명 실체가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로 와 닿기를 바라는 게 또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이다. 그러한 기대까지 충족시키기에는 영화가 그리는 사랑의 세계가 다소 허구적이란 생각을 지을 수 없다.(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영화는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상했다.)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