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가 일상이 돼버린 도시 키르쿠크의 파손된 스타디움에서 아수는 엄마, 남동생 여러 난민들과 함께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다. 이웃의 아름다운 처녀 힐린을 마음에 담고 있지만, 전쟁과 가난에 얼룩진 일상의 무게가 버거울 뿐이다. 가난과 폭격의 두려움을 안고 버겁게 살아가는 스타디움 주민들. 유일한 즐거움은 삼삼오오 축구를 하거나, 때때로 하는 축구중계를 모여서 보는 것. 아수는 축구를 하다 지뢰사고로 다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동생과 주변 이웃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축구경기를 계획하고, 마침내 쿠르드족, 아랍인, 투르크멘족은 시합을 하기 위해 스타디움으로 모이는데…
* 출연진의 다른영화 :
킥 오프 Kick Off , 2009
필자의 친구 또한 현재 카타르에서 축구 선수들의 몸값을 측정하고 여러 데이타베이스 분석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중동에서 얼마나 축구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익히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그들이 생각보다 좋아하는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영화 <킥 오프>를 보고서는 스포츠가 이렇게 까지도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영화는 중동 지역의 축구 열기에 대해 고스란히 알 수 있는 영화다. 솔직히 축구는 유럽 국가가 전세계의 축구 실력으로는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유럽 국민들의 노력과 오랜 전통이 있겠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중동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축구의 열기는 희망과 절박함이라는 가치가 반영되어 여느 곳 못지 않게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인 이라크 지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의 축구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홈리스(homeless)인 사람들과 난민이 넘치는 곳에 거주 하는 경기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축구와 이라크/ 이란의 이야기를 담았다.
<킥 오프>는 우리나라의 대표 영화제인 부산 국제 영화제를 통해서 2010년에 개봉하여 소개된 중동지역 작품이다. 그 당시에도 입소문을 통한 흥행 몰이를 이어가 상영되는 내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티켓팅이 좋았고, 역시나 그 에 따른 리워드 또한 따라왔다. 부산 국제 영화제뿐만 아니라 베니스 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렷다.
마을 간의 축구경기 준비에 동원되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마치 일상적이면서도 유럽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문화로 다가왔겠지만 전쟁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그 곳 사람들에게는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을 터이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마음과 전신적 안정을 찾고 마을 사람들이 한 대 모여 웃을 수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통해 자연스럽게 희망과 화합을 되찾으려 노력한다.그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주인공인 아수는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은 동생이 있다. 이 동생이 가장 좋아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축구를 볼 때 밖에 없기 때문에 아수는 동생을 위해서 축구 경기를 계획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개최된 한 하이의 용기가 주변인인 쿠르드족과 여러 아랍인들과 시합을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모인다. 매일매일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에게 축구는 그 들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잠시나마 전쟁의 두려움을 놓을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의식주라는 기본적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그 이상의 욕구가 발현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디서든지 싹이 트기 마련인데, 필자가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이 바로 가난과 전쟁 때문에 주인공인 아수와 사코의 관계였다. 영화 속 주요 배경인 그 스타디움은 그들에게는 축구를 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놀이 공간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장소인 것이다.
<킥 오프>에서의 특별한 장소로 등장하는 경기장은 여러 영화에서 다뤄지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경기장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구조물 안에서 누군가는 싸움을 하는 콜로세움을 떠올리며 누군가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떠올린다.
전쟁이라는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인 아수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동생 아수를 위해서 경기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한다. 전쟁, 싸움은 모두 어른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일으켜 놓고는 결국 화해와 화합을 이루는 것은 순수한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가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뿌리박힌 그들의 편견과 선입견은 쉽게 바꾸질 않고 '악'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두 형제가 바라는 그저 축구 한 경기도 치뤄지기 힘들다.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을때 아이들은 또 다시 웃는다. 다음을 기약 할 수 있는 그들의 미소는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감독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축구'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 왜 감독은 하필이면 축구 였을까 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축구 또한 두 팀이 만나서 경쟁을 펼치고 승패가 결정되는 제로섬 게임일 수 밖에 없는 경기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유니폼을 교체하고 서로 악수도 하며 웃으면서 긍정적인 경쟁을 하고 구장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경쟁은 죄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다른 의미의 경쟁을 얘기하면서 이러한 긍정적인 경쟁과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고 싶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하거나 가치관 없이 어떠한 일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에서 다뤄지는 각자의 다른 가치관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로서, 장사로서,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킥오프>의 쿠르드족에게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빛이다.
이 동아줄 같은 위안이 현실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가 비난 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군 부대인 자이툰 부대 또한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나라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인지 엔딩 장면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
글: 라락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한 도시 키르쿠크. 한 순간에 집을 잃은 난민들은 파괴된 축구경기장에서 고된 삶을 보낸다.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아수(샤완 아터프)는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절망뿐인 삶에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 속에도 이라크가 출전하는 축구경기를 보는 것은 작은 기쁨이다. 어느날 아수는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난민촌 사람들을 위해 4대 민족 초청 축구경기를 열기로 마음먹는다.4년마다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공 하나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축구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가난과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도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에는 현실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킥 오프>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축구를 통해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고향을 등지고 경기장으로 온 난민들은 폐깡통으로 울타리를, 비닐과 위장막으로 지붕을 만들어 살아간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모든 것이 부족한 이들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여력조차 없다. 단순히 먹고 살기에만 급급하다. 그럼에도 축구는 그들에게 작은 기쁨이자 행복이다. 사람들은 이라크 국가대표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모여 앉아 응원하고, 아이들은 바람 빠진 공이라도 차는 재미에 쏙 빠져 온 종일 축구만 한다.<킥 오프>는 난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주인공 아수의 과정을 지켜본다. 아수는 민족간 축구경기를 열기로 하지만 가진건 오래된 오토바이 한대뿐이다. 친구와 함께 동분서주로 돈을 모으고, 경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구입하지만 모든 것이 허술하다. 축구경기가 이웃들을 위한 축제지만 정작 그들은 관심이 없다. 오로지 경기장 밖으로 쫓아내려는 공무원들의 압력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만 고민 한다. 이처럼 영화는 꿈과 현실의 실질적인 간극을 여과 없이 다룬다.<킥 오프>는 역경을 딛고 승리를 쟁취하는 스포츠 영화와 그 궤를 달리한다. 감독은 축구를 소재로 했지만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는 것에 주력한다. 아수는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아수의 동생은 오로지 자살 생각뿐이다. 또한 이웃 주민들은 폭탄테러 때문에 경기장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모습은 전쟁의 상흔에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 잃은 흑마는 전쟁으로 살 곳과 희망을 잃은 이라크 사람들의 현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 영화의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월드컵 축제 분위기 속에 회색톤의 영상만으로도 우울해지는 <킥 오프>는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를 단숨에 가라앉히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통의 순간을 보여주며 역설적으로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는 그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다. <킥 오프>를 보면 진정 축구로 하나가 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7월 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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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스트 오프 Brassed Off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