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티풀
Pontypool, 2008
외딴 작은 마을 폰티풀.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오늘도 어김없이 지역소식을 전하는 소소한 라디오방송국에 예사롭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다. 병원을 둘러싸고 폭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지특파원을 통해 들려오는 생생한 폭동현장은 긴급한 비명소리로 가득차고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려준다. 이어서 알 수 없는 주파수를 통해 암호메시지가 도착한다. ‘안전을 위해서는 가족조차 피하시기 바랍니다...’ 이윽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라디오방송국까지 뻗어오는데...
<폰티풀>은 새로운 형태의 좀비물을 선보인다. 일반적인 좀비물은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직접적으로 물고 뜯는 혈투를 보이는 반면, <폰티풀>은 소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된다. 특정 언어들 자체가 오염이 되었는데 그 언어를 내뱉고 뜻을 이해하는 순간 감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감염자가 스스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한 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도 있게 된다.
사실 이런 형식의 바이러스 매개체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공기중 전염이라던가 체액에 의한 전염은 현실에서 흔한 발병(전염)통로인 반면 소리를 통해 병을 얻는다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정한 발음 때문인가? 특정한 뜻 때문인가? 정확한 건 알 수 없다. 특히나 <폰티풀>은 소리 중에서도 ‘영어’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언급하는데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설정이라 흥이 뚝 떨어진다. 영어라는 언어가 특별히 독창적이거나 특별한 형태인 것도 아닌데 너무 간 설정이 아닌가 싶다.
<폰티풀>은 라디오방송국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공간이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숨막히는 긴장감을 준다. 방송국 식구들을 제외하고도 속속들이 도착하는 게스트들과 외부에서 숨어들어온 의문의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특파원이 전하는 라이브는 소리만으로도 위협감을 주며 현장 못지않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매개체만 독특할 뿐만이 아니라 좀비 형태 또한 독특하다. 특정 오염된 단어를 말하는 순간 전염이 되는데 그 전염된 단어를 자기도 모르게 고장 난 기계마냥 계속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변의 소리를 카피한다. 마치 <장산범>의 한 장면 같이 목소리까지 따라하는데 참 소름돋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폭력성을 동반하고 타인에게까지 전염시키려고 드는데 전염에 실패하면 <연가시>마냥 자폭하게 된다. 소름돋는 과정이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액션이 활발한 영화는 아니다.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방법은 참 재미있다. 언어의 자의성을 이용해서 뜻을 바꿔버리려고 한다. 예를 들어 kill은 kill이 아니라 kiss라고 말이다.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면서 음과 뜻을 뒤죽박죽 바꾸자 발병에서 벗어나게 된다. 만약 이 영화가 좀 더 유명하고 청소년들도 손쉽게 관람할 만한 수위라면 국어 교과서에 예시로 등재해도 될 법하다.
초반 소소한 워밍업 장면들은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든 단조로운 대화지만 서서히 불길한 예감을 자극하기 시작하면서 몰입을 높인다. <폰티풀>은 만약 잔임함과 혈투극을 기대하는 좀비매니아라면 실망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좀비물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다. 특히나 밀실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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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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