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영국정부수반으로 최초의 여성수상에 올랐던 마거릿 대처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대처 수상역은 맡은 배우 메릴 스트립은 그녀 자신이 대처수상으로 빙의된 것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모는 물론 제스처와 억양까지 바꾸고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억양 자체를 영국식으로 바꾸어 대처수상의 목소리톤을 재현했다. 만약 메릴 스트립의 불거진 광대뼈만 아니었다면 대처 자신이 연기하는 것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식료품 상인으로 출발, 정치활동을 벌인 아버지의 영향 속에서 자라난 수재 마거릿은 집안 일을 도우며 학업에도 열중하는 모범생으로서 또래 여자애들 대부분이 멋내기에 정신이 팔려있을 즈음, 진학을 선택하여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꿈과 야먕이 컸던 마거릿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가족과 가문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존경하옵는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유독 아버지를 믿고 따르며 성장한다. 대학 졸업 후에는 새내기 정치가의 길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치감각을 지닌 채, 당시 여성차별이 심했던 영국정치계에 발을 내민다.
동지이자 그녀의 파트너인 남편을 만나고 두 아이를 낳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기 시작, 마침애 각고의 노력 끝에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으로 당선된다. 행정부의 수반까지 오르면서 그녀의 인생살이는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초선의원 시절, 남자들이 대부분 지배하던 영국 정치판에서 그녀가 겪어내야했던 불편한 감정들, 수상 당선 후에도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여러 차례 리더십을 시험받기도 했던 순간순간이 그녀는 빛나는 괴력을 발휘하며 철의 여인이란 수식어가 그녀의 이름 앞에 늘 따라붙게 되었다. 그녀는 수상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외모와 억양을 고쳐가면서까지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그녀는 세계 불황의 끝자락에 수상이 되어 강한 영국을 내세우며 기업 노동조합과 한판 씨름을 벌임으로써 그녀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무사히 위기를 해결하고 어려운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 원만한 타결과 해결책을 이뤄내 이후로도 안정적인 영국 경제를 전개해왔다. 그녀가 맞은 두 번째 리더십 시험대는 아르헨티나와 벌였던 포클랜드섬의 탈환 전쟁. 거리상 무모한 대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리한 상황에 있었지만 대처수상은 강력한 결단력과 리더십으로 이를 탈환하였다. 그녀의 성과와 대처방식은 지금도 국제적인 분쟁이 있는 지역에서나 혹은 영토분쟁에 있어 자주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이후 그녀의 독단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그룹들에 의해 축출 위기에 처하고 결국 스스로 수상의 자리를 내놓고 명예 은퇴를 하게 된다. 영화는 바로 은퇴 후의 그녀의 삶에서 시작한다. 영화 도입부에서 등이 구부정하게 굽은 왜소한 할머니 하나가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이른 아침시간에 식료품점에서 우유 한 팩을 사면서 우유 한 팩의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사실을 의아해한다. 그녀가 바로 한 때 영국정부의 각료를 호령하던 대처수상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어떤 존재였다는 비범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지켜보면서 마음 한켠 퉁- 하고 내려앉을 뻔 했다.그래도 한때 수상의 직에 있던 사람인데 경호원도 없이 직접 식료품점으로 우유를 사러와서는 가격을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영화의 흐름은 은퇴 후 대처의 삶과 과거 소녀시절의 대처 그리고 수상시절의 그녀의 모습을 오간다. 은퇴후 대처는 수상예우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녀의 죽은 남편이 그녀를 떠나지 않고 늘 24시간 옆에 살아있는 것 마냥 행동하여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멘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는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여성이 이렇게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과거와 망상에 휩싸인 나약하고 늙은 노인의 모습이 되어 그녀가 걸어왔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회상하듯 보여준다.
대처는 어느 순간 결단을 내리고 남편의 물건을 전부 처분해버림으로써 더 이상 그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과감히 떨궈내려한다. 결국 어느 날 아침 그녀가 홀로 식료품점을 방문한 해프닝은 작은 소란으로 종결되지만, 그녀의 인식이 현재가 아닌 오래 전 부모님의 식료품점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실제 그녀는 수상이 될 즈음부터 이미 일반 가정주부처럼 살아본 적이 없다는 점 또한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1980년대 '철의 여인'으로서 불린 대처는 은퇴이후 존 메이어수상이나 토미 블레어 등 후속 영국 수상의 정치를 TV와 신문매체를 통해 접하고 자기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여성의 몸으로 시대를 바꾸고 경제를 바꾼 막강한 권력을 쥔 그녀의 삶의 궤적을 빙의처럼 빠져들어 해낸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배우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주체 못할 넘치는 개성을 잠 재우고, 외모며 말투까지 대처의 재현은 연기가 아니라 마치 빙의된 것처럼 관객인 나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녀에게 마음껏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요즘 한국에도 철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비유되는 여성이 있다. 대처가 자신의 입지를 밝히고 뛰어든 시대와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다르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영국, 여전히 편견이 강한 우리나라. 여성 수상과 여성 리더십의 발휘는 새로운 세계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을 깨닫게 해준다.타고난 정치적 카리스마로 한 나라와 세계를 호령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일은 남자지만 즐거운 경험이다.마지막으로 감독은 맘마미아를 연출기획한 영국의 여성 감독인 필리다 로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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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여성의 일대기를 보고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