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자마자 전주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그 이름 만큼이나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류의 치료제이자 동시에 독약인 '술'에
집중하고 있다. 술 그 자체만이 아닌 술을 통해 생성되는 여행의 추억들, 술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속내들, 그리고 영화의 카피라이트처럼 술 같이 거절할 수 없는 여자, 이성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시선들과 함께 주인공 혁진 (송삼동분) 이 홀로 외로이 강원도 정선과 강릉을 여행하면서
'술' 때문에 생긴 난잡한 추억 아닌 추억들은 마치 우리가 느끼는 공감과 함께 스크린에 나타난다.
사람은 대체 왜 술을 마실까? 영화나 소설,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에서 술은 단지 안 좋은 기억들을
잊기 위해, 그 고통을 덜어내기위한 일종의 진통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사람들이
술을 접하는 이유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단순히 술의 진한 알코올 맛을 느끼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남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낮술>에서는 '술'을 먹는 이유 보다는, 술의 사회적 의미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부터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을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시며 미소를 띈채로 여자친구를
주제로 한 온갖 말들이 오고 간다. 보통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며는 누구나 한번 쯤은 '왜 친구들끼리
만나는데 꼭 술을 마셔야하냐?'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하기 이 전에 왜 술을 먹으며 왜 친구들을 만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는 이유는 주로 같이 흥을 즐기기 위해서 이다. 그럼 우리는 왜 흥을 즐길까?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비롯되는 피로를 친구들과 함께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거기서 '술'은
일종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술을 먹음으로써 취기에 의지해 더욱 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꺼내들고,
현실에 찌든 정신을 잠시 내려놓은채 술을 마시는 이들과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술'은 단순히 마신다기 보다는, 일종의 도피로 볼 수 있다.
친구가 취기에 꺼낸 '정선으로 여행가자' 라는 빈 말을 듣고 정말로 정선으로 오게된 혁진. 혁진은
정선을 떠나 경포대를 보기위해 강릉으로 가려고 하는 혁진에게 낯선 여자가 술을 사달라고 한다.
여기서 가장 주된 술의 기능이 등장한다.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점, 술은 거기에 연결점들을
이어주는 중매쟁이의 역할을 담당한다.
서로 오가는 술잔에 어색함은 점점 친근함으로 변하고, 굳게 닫혀있었던 입술에서 점점 서로의
궁금증에 대한 질문들이 나오고, 이윽고 대화는 활기를 띄운다.이처럼 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취기'는 사람들의 껍데기를 벗겨주고 서로에게 좀 더 진실된 상태로 비춰준다.
그러나 이러한 '취기'가 항상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향정신성 약물을 과용하면 마치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이러한 '취기'의 심도가 선을 넘어서는 순간, 말그대로 인간은 정신과 함께
의식을 버린다. 이러한 모습은 <낮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계속되는 음주로 인해 그 여자와
잠자리를 하게된 혁진,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그는 팬티차림으로 한 겨울 고속도로에
버려져있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지난 날에 대한 후회... 이러한 일들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너무나도 솔직해진 탓에, 너무나도 벌거벗었기 때문에,
안들어도 되는 진실들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찰나의 도피가 아닌 영겁의 도피를
바랬기 때문에 결국은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이처럼 술은 현대인들의 도피처이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 세상에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 주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곧 현실에서 자주
도피하고 싶을 만큼 많고 뜨거운 역경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취기에 취해 빨간 얼굴에
미소를 띄워 잠시동안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것도 좋지만, 나는 사람들이 술을 먹지 않고도
해맑게 웃는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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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의미를 알고싶은 사람
술은 먹고싶은 돈은 없고, 눈으로라도 술을 마시고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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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네박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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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자가 문제고 술이 웬수다. 아니..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거절이라고는 못하는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이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것 같은 강원도 로드무비 <낮술>은 지지리 복도 없는 남자 혁진의 5박 6일 우여곡절 인생역경을 참으로 다채롭고 위트 있게 담아낸다. 혁진(송삼동)은 지혜라는 여자에게 실연을 당했다. 친구들은 그를 위해 위로의 술판을 벌여준다. 그리고 기분전환을 위해 다음날 강원도 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다음날, 정선 터미널에 도착한 사람은 혁진뿐이다. 그때부터 그의 여정은 꼬이기 시작한다. 정선 5일장은 아예 열리지도 않고, 겨우겨우 친구가 연락해 놨다는 펜션을 찾아가지만 다음날 보니 엉뚱한 곳이었다. 더구나 혼자 놀러왔다고 담배를 빌리던 어여쁜 언니는 술도 주고, 담배도 주고, 몸까지(?) 드렸는데, 결국은 자신의 정체도 남기지 않고 모두 다 가지고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버스에서 만난 약간 사이코스런 여자, 생명의 은인이지만 눈이 참 끈적이며 애틋한 트럭 운전사 아저씨, 고맙게도 자신을 데리러 정선까지 온, 그러나 지혜랑 사귄다고 하는 친구 새끼. 인생에서 겨우 5박 6일인데... 집에 가고픈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거창한 감독이 연출한 것도 아니고, 완전 빵빵한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 여기저기서 상을 받다가 ‘2009년 미국 개봉 확정’을 결정지은 <낮술>. 영화는 대사와 상황, 배우들의 생뚱 발랄, 아리송이 더해져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잃지 않는다. 여기에 영화 속 준혁의 5박 6일을 들여다보면 ‘니가 남잔데.. 술과 이쁜 여자를 거절할 수 있겠냐?’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에 대하여 어찌 이토록 솔직하고, 유쾌하고, 처절하게 대답을 만들어 냈는지.. 다분히 현실적이며 현실을 비꼰 상상력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낮술>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우리의 뇌리에 매우 생소한 몽타주지만, 그들이 맡은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는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준혁과 강원도 여행에서 부딪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다. 그렇기에 준혁과의 캐릭터 충돌을 일으키고 술로 인해 더욱이 선택 불가의 상황이 되는 현실은, 캐릭터들의 성격에 따른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로드무비의 지루함을 걷어 낸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강원도의 모습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청정한 기운을 곳곳에서 뿜어낸다. 영화를 만든 노영석 감독은 매우 신선한 뉴 페이스로 <낮술>이 자신의 첫 작품이다. 영화 만들기에 말도 안돼 보이는 단돈(?) 1000만원으로 13일 동안 10회의 촬영으로 만들어진 영화. 그렇기에 스텝도 영화에 출연하고, 강원도에서 직접 출연자를 섭외하는 센스를 보이며, 감독은 무려 각본, 연출, 촬영, 제작, 미술, 음악, 편집, 횟집주인 목소리 연기까지 1인 8역을 해내는 대단한 투혼을 불사 지른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참 발랄하다 느껴지던데..) 이러한 제작 현실을 알고 나니 수십억 들여서 요란만 할 뿐, 관객들 가슴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영화들은 ‘반성 좀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인의 말처럼 엉성하고 허술한 부분이 영화 곳곳에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그의 두 번째 작품을 기대해 본다.
2009년 1월 28일 수요일 | 글_김선영 기자 (firstwrite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