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게 재미를 전달하려고 하는 영화가 있다면, 반대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영화가 있다.
<메종 드 히미코>는 철저히 그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게이들이 생활하는 실버 타운이라는 배경은
그 자체만으로 충격적이다. 관객의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회에서 동성애자란 아직도
내 주변에는 없는 것 같은 제3세계 인물처럼 느껴지니까. 게다가 특별한 일도 없을 것 같은 실버 타운?
이런 배경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를 유발한다.
"착각하고 있네. 난 당신 남자가 돈 준다고 해서 온 것뿐이에요."
때문에 극중 화자가 되는 ‘사오리’는 철저히 일반인으로 묘사된다. 게이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극심한 호모포비아는 아니다. 사오리가 미워하는 대상은 어머니와 자기를 버린 ‘아버지’이지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에 대한 의구심이 없는 건 아니다. 혐오스럽다는 느낌은 없을 뿐
색안경을 낄 수밖에 없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이다.
그래서 통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있는 것만큼 그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사오리는 정말로 솔직하다. 생각이 표정에 곧바로 드러난다. ‘아버지의 애인’ 하루히코의
제안을 몇 번이고 거절하지만 끝내 금전적 지원에 수긍하는 것도 그녀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현실적이다. 부러 히미코의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그들의 세계에 끼어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제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그건 영화 전체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히미코’의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듯이 어떤 감정에 호소하거나
비현실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미 ‘히미코’의 일원이기에, 동성애자이기에 특별하다.
오히려 각자의 캐릭터가 유난히 부각되었다면 영화는 수많은 뱃사공에 의해 침몰했을 것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금발의 초원>에서 각각 장애인과 노인의 진솔함을 그려낸 이누도 잇신 감독은
<메종 드 히미코>에서 동성애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실제로 그들이 겪었을 법한 일들 말이다.
흔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시도가 없어서 좋았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감독이 일반적인 ‘게이’즉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드랙퀸’이라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의
차이점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영화를 본 후 동성애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필자는
‘게이=여장을 하는 남자’로 알게 될 뻔했다. 극중 동성애자인 하루히코가 지나치게 멀쩡한 남자로 보여
‘사실 게이가 아니라는 반전?!’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
"뭐, 일반인을 끌어들이면 안되겠지요."
앞서 언급한 하루히코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오리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애인’이라는 점부터가
흥미를 자극한다. 늙은 게이가 어디가 좋다는 건지 하는 궁금증부터 아직 젊고 앞날이 창창한데도 실버타운인 ‘히미코’에
있다는 점이. 확실히 영화에서 큰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지 불안정하다. 연륜으로 성 소수자로서의 강단이
길러진 여타 인물들과는 달리 아직 감정에 휘둘리고, 변화에 민감하다.자기 자신을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도 한다. 대상이 무엇이든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아직은.
동성애자들의 실버 타운이라는 꽤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서성적이고 잔잔한 분위기로 잘 이끌어 나간 영화였다.
등장인물이 배경에 휩쓸려가지 않고 스스로 전개를 이끌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억지로 끝을 보려고 하지 않은
느낌도 좋았다. 이 영화를 보고 동성애자들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장면 한 장면에
부러 의미를 담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작은 것보다는 영화 전체를 보아야 감동이 더 클 때가 있다.
<메종 드 히미코>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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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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