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아파트에 이사를 온 케이틀린은 남동생이 있고 엄마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잊기도 전에 새로 이사온 자신의 집이 무언가 이상한 존재가 느껴지는 건
엄마의 부재가 낳은 허전한 느낌일까 아니면 정말 어떤 존재가 있는 걸까.
여기서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아빠 앨런은 과학의 힘을 빌린다. 바로 심령 과학자들이 아파트 내를
촬영하도록 하고, 그 관찰을 통해서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굿을
한다거나 점을 보는 등의 동양 정서와는 좀 다르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공포 영화의 수순을
그대로 따르기에 이젠 익숙한 장면이다.
바로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명성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처음 상영되었을 때 마지막 장면에서 넉놓고 있다가 여기저기 울려퍼졌던
비명소리는 극장안을 가득 매웠고, 인터넷 블로그와 후기에는 그 놀라운 느낌이 잔뜩 올라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보다 세밀해진 카메라들과 정밀한 촬영장비들이
대거 등장하여 반드시 녀석을 잡겠다는 의기가 충만했다. 하지만 연이어 나타나는 고단한 실패와 점점
과격해지는 녀석의 분노 표출은 3명의 심령과학자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는 익숙하면서
감칠맛나는 공포 체험의 순간들로 이어진다.
카메라 워크의 한계와 의문점들
이 영화에는 16대의 각각 특징이 다른 카메라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화소 HD카메라, 적외선 야간카메라, 일반 VHS카메라, 감시용 CCTV, 그리고 일반 휴대폰까지
다양한 화각과 비율로 카메라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다른 카메라가 보완해서 촬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런 각각의 카메라 워크는 우리가 흔히 촬영하는 휴대폰 동영상처럼 친근한 저화질 영상으로도 느껴지고,
또한 고화질 full HD 카메라와 같이 모니터에 꽉 차는 영상을 보여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영상은 영화라기 보다는 친구가 한번 보라고 전해준 일반 촬영 동영상 파일 같기도 하다.
이런 느낌과 감성이 바로 페이크 다큐의 진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과 가짜가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충분한 요소일까는 생각해봐야한다.
어수선한 화면 비율과 흔들리는 카메라 초점, 그리고 형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영상 장면은 오히려
답답한 마음을 갖게 하고 과학적 접근이라고 하기 보다는 아마추어의 공포촬영물인 것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위험도 있다. 그래서 공포스런 장면을 더 진지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몰라도 소위 말하는 갑툭튀로서는 짜증유발 결과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페이크 다큐는 더 이상 다큐가 아니라 그냥 페이크.
<블레어 윗치>로 형성된 페이크 다큐의 논쟁과 관심을 돌아보면 인간이 느끼는 공포란 미지의 것,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촬영하고, 녹음하고자 하는
인간의 접근 방식은 오히려 그것을 들여다보고 귀기울여 들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대로 공포가 되는 것이다.
그런 공포를 겪고 익숙해진 관객은 그것이 알지 못하는, 보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장면에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학습효과를 갖게 된다.
따라서 페이크 다큐는 이제 다큐라고 붙이기가 민망하게 되었다.
다큐 자체가 다큐가 아니라 영화 속 장면으로 인식되어 버린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머고의 공포는 어디서 오는가.
영화 이머고는 위와 같은 공포에의 학습과 카메라 워크의 진부함을 보다 리얼한 상황에 놓이게 하기
위하여 배우들을 활용했다. 배우들을 활용했다는 표현은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당연하면서
이기적인 말이긴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그렇게 했다.
즉, 배우들은 앞으로 일어날 장면을 알지 못하고, 마치 TV 예능 프로들처럼 아파트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배우들의 표정, 감정, 목소리, 눈빛 등을 그대로 담아내서 관객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조명 하에서는 녹색의 적외선 카메라로 어둠 저편의 보이지 않은 공간에의
무서움을 부여했고, 가구가 갑자기 허공으로 떠오르거나 전구가 폭발하는 장면들로서 상황만 인식하고
디테일한 장면을 모르는 배우들에게 직접적인 공포를 부여한 것이다.
이 작전이 성공했는지 아니면 진부한 공포설정인지는 직접 보고 느껴야겠지만 공포 영화 한편을
심오한 철학을 얻을 필요는 없을 테니 아파트라는 한계 공간과 초자연적 현상에의 적극적
접근이라는 부분에서 충분히 즐길만 하다.
결말까지 그리 길지 않은 영화이니 스포를 조심하고 더운 여름밤 열대야 속에서 편안하게(?) 즐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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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다큐류를 알면서 즐기고 싶은 사람
더운 여름날 짧은 공포로 더위를 물리치고 싶은 방콕 휴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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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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