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참 애매모호하다. 삶에 필수적이고 어려울 때마다 큰 도움이 되지만, 옆에 있는 것을 당연시하다 보니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의견이 어긋날 때도 있고 때로는 본인의 삶을 더 무겁게 만드는 짐이 되기도 한다. <다크 스카이>에 등장하는 다니엘과 레이시 부부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표본이다. 겉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누구나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평범한 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각자의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감독이 노린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게 식상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들은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해요. 처음에는 애들 장난처럼 시작하죠.”
스릴러 영화는 주로 비현실적인 귀신, 괴물, 살인마를 다루며 관객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설정으로는 단순히 끔찍하다는 감상에서 그칠 뿐이다. 관객의 내면으로 파고들기에는 주인공, 즉 미지의 적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을 충분히 감정이입이 가능한 평범한 인물로 설정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 스콧 감독은 이 점을 시나리오에 잘 녹여냈다. 다니엘과 레이시 부부는 백에 한 명 꼴로 있는 일명 잉꼬부부도 아니고, 재벌 2세도 아니고, 금방이라도 깨질 듯 아슬아슬한 이혼 위기에 놓이지도 않았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합의하고 적당히 서로를 아끼면서 살아간다. 그건 제스와 샘도 마찬가지다. 두 아이는 지극히 평범하고 순진하다. 그 나이 또래의 소년들이다. 그래서 이 가정이 ‘선택’받았다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강조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는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미지의 제3세계 생명체를 등장시킨 이상 일반적인 상식을 따를 수는 없다. 그들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오히려 그것이 영화 전체의 흐름을 방해했을 것이다. 이유에는 생각보다 많은 개연성이 필요하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이다. 극중 부부에게 조언을 해주는 폴라드가 마치 신처럼 비중이 커져버릴 수도 있다. 관객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는 장면들이 계속되면 영화는 당연히 지루해진다. <다크 스카이>에서 딱 맞아떨어지거나 납득이 갈 만한 이유는 없다. 그것이 오히려 하나의 흥밋거리로 작용한다. 그런 시나리오다.
외계인(에이리언)은 여러 작품에서 흔하게 쓰이는 소재 중 하나다. 심지어 모습까지 비슷비슷하다.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와 빼빼 마른 몸, 초점 없는 눈. 외계인이나 화성인이라고 하면 대개 그런 모습을 떠올린다. <다크 스카이>에서는 그런 외계인을 ‘그레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 외계인들이 인간과 접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근본적으로 인간과의 만남을 그리는 경우도 있고, 인간 쪽에서 먼저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인간의 도움을 받아 지구에서 살아가는 코미디성 영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계인이라 하면, 인간과의 사투를 야기하는 ‘지구 침공’을 떠올리지 않을까? <다크 스카이>에서는 거창한 액션씬이 벌어지는 지구 침공까지는 아니지만 한 가정을 침략하는 외계인이 그려진다. 키워드는 ‘납치’다. 그 단어에서 주는 느낌으로 이미 성인인 다니엘과 레이시 부부는 일단 제외하고, 제스나 샘 둘 중에 하나인데.
“잡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들어가는 것 같아요.”
부부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이기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집에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을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방법을 고려한다. 외계인이라는 침략자들을 이해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급물살을 타듯이 방어의 노선을 바꾼다.
하지만 부부는 끝까지 이성을 유지했다. 간혹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 맞닥뜨리면, 이상한 사이비 종교나 주술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다니엘과 레이시 부부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강한 사람들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그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쓴 부모다.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주 전체에서 우리만 있거나 아니거나. 둘 다 똑같이 무섭다.”
이따금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자막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누군가의 명언이나 무언의 뜻을 담고 있는데, 도입부에 이런 자막이 나올 경우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멀뚱히 있다가 아! 저런 뜻이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 느낌이 좋다. 다소 지루하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더라도, 그 내용을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같은 내용의 소설을 두 가지 버전으로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두 번째부터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개인적으로 <다크 스카이>의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든다. 영화의 내용을 대문짝만하게 광고하는 요란한 느낌이 아니어서 좋다. 언뜻 봐서는 무슨 장르의 영화인지도 모를 정도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콘크리트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소년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하늘일 수도 있고 땅일 수도 있다. 앞일 수도 있고 뒤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스카이’라는 제목을 단 영화의 포스터 배경이 콘크리트, 즉 땅이라는 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다른 두 포스터가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것과는 무척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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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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