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다이어리
Journal de France , 2012

레이몽 드파르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포토그래퍼이자 기자, 영화 감독이며 최근까지도 활발한 작업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942년 프랑스의 작은 농촌 마을 가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진을 찍던 그는, 1958년 파리로 떠나 1960년대 초반부터 르포 기자로서 활동하며 알제리, 베트남, 비아프라, 차드와 같은 분쟁지역에서 목숨을 건 촬영을 했다. 1966년에는 뉴스 통신사인 감마 에이전시를 창립하였으며, 이후 아프리카 차드에서 반란군에 납치되었던 고고학자 클로스트로를 극적으로 인터뷰하고 석방에 일조하면서 1977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사진 작가이자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점차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역까지 넓혔고, 아프리카 내전, 프랑스 법원, 정신병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애정 어린, 때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며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는 이러한 그의 50년 카메라 인생을 반추하는 다큐멘터리로 레이몽과 그의 아내이자 사운드 엔지니어인 클로딘 누가레가 함께 감독한 최초의 장편 다큐이다. 영화는 2010년 레이몽이 발간한 <라 프랑스>라는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찍는 과정을 담는 동시에 그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기자이자 영화 감독으로서 찍어온 영상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어떻게 보면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가 프랑스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들을 찍기 위해 몇 년 동안 끊임없이 길을 떠나는 여정을 보여주며, 또한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적 이야기들과 사람들의 모습, 레이몽의 커리어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랑스 다이어리>를 보다 보면 어느새 과거의 어느 순간과 공간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삶과 레이몽이라는 거장의 삶, 그리고 프랑스의 시골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하게 된다.
우선 영화는 레이몽이 프랑스 곳곳의 시골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정겨운 풍경들 속 빛나는 순간을 잡아내는 사진 작가로서의 모습과 인터뷰를 담는다. 그의 사진 촬영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유행인 이 시대에 기동성이나 실용성이라곤 없어 보이는 커다랗고 느린 뷰 카메라에 필름을 한 장씩 끼우고, 찍으려는 풍경을 위한 최적의 빛이 비춰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 때다 싶으면 노출계로 빛을 측정해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정한 뒤, 차나 사람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또 기다렸다가 겨우 한 장, 그리고 다시 한 장을 찍는다.

대가의 이런 방식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사진을 대해온 부주의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사진이 마치 낚시처럼 하염없는 인내를 요구하며, 수많은 순간 속에서 작가의 관점과 선택에 의해 단 한 번뿐인 최고의 순간을 건져 올려야 하는 어려운 작업임을 깨닫게 한다. 한편 레이몽은 시골 자연 풍경뿐 아니라 그곳의 할아버지들, 오래된 이발소들, 카페들, 일상의 모습들을 찍기도 한다. 이로써 사진이 작가의 자기 표현일 뿐 아니라 사라질 것들에 대한 역사적 기록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현장 학습으로 배우는 사진학 입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런 친절한 강의는 다큐 중간 중간 정적인 카메라 워크와 함께 보여지며 서서히 완성된다. 그가 알려주는 사진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받아들여 고독 속의 기다림을 이겨내고, 작가로서의 자기 관점에 대한 확신과, 주변의 모든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찍는 사진은 보다 대가의 그것과 닮아있게 되지 않을까.

한편 레이몽의 이런 사진 작업들은 그가 과거에 찍어온 영상들과 지속적으로 교차한다. 1960-1970년대의 영상들은 레이몽이 감마 에이전시를 설립하고 한창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 베네수엘라, 비아프라, 프라하, 차드 등 전쟁과 봉기가 벌어지고 있는 곳들을 찾아 다니며 생명을 내놓고 촬영한 것이다. 관객은 총알과 연막탄이 날아다니는 이 영상들을 보면서 사회적,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의 한복판에 그와 함께 있는 듯한 긴박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진실을 담는 영상의 힘과 르포 기자들의 고생을 깨닫고, 이러한 과거가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는 현재에 감사하게 된다.

전 세계의 피 튀기는 위험한 사건 현장에서 찍은 투지가 담긴 이 영상들은 1980-90년대에 와서는 프랑스의 경찰, 법원, 정신병원, 낯선 사람들을 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찍은 것으로 이어진다. 또한 사막의 아름다움, 아내와의 첫 만남 등을 담은 영상들도 등장하며 작가주의적이고 개인적인 색채를 더해간다. 특히 티베스티 사막을 흑백으로 담은 촬영분은 빛과 그림자,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다큐멘터리 치고는 로맨틱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의 부인 클로딘 누가레가 평생 남의 이야기만 들어왔다는 레이몽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정리하며 경외를 보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과거에 이야기를 나누던 레스토랑의 현재 모습이나 과거에 레이몽이 부인을 따라다니며 찍었다는 풋풋한 영상들도 보여주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프랑스 다이어리>는 단순히 레이몽 드파르동의 전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영상들과 프랑스의 정경들은 눈을 즐겁게 만들며, 그의 작업 방식은 우리에게 사진과 영상의 가치를 일깨우고 이 매체들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게 한다. 또한 사진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레이몽이 찍은 영상들을 보며 격변의 과거 속에서 죽어가던 혹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 관심을 환기하고,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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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
프랑스의 정겨운 시골 풍경들을 보고 싶은 사람
거장이 찍어온 인간의 삶과 역사가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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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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