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고 럭키
마이크 리
- 마이크 리의 연민
인간은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또 늘 지치고 힘들고, 외롭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다.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조건은 오직 그 ‘외로움’이다. 때론 그것들이 계급 구조와 사회 불평등, 열등감에 의해 오기도 하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공허와, 삶의 목적 없음, 무분별한 비관적 관점에서 오기도 한다. 이 모든 불행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게 삶인데, 우리는 이기적이게도 그것을 타인에게서 잘 느끼지 못한다. 아니, 자신의 외로움에 묻혀 타인들의 아픔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잘 캐치해서 보여주는 감독이 있는데, 그가 바로 ‘마이크 리’다.
마이크 리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통점은 연민이다. ‘세상의 모든 계절’에서는 사계절을 빗대어 인간의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해피 고 럭키’ 에서는 늘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여자 포피를 통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들을 연민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렇게만 본다면 그 연민이 매우 따스하고 밝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느끼는 연민의 감정은 따스함이나 밝음이 아니다. 오히려 차갑고 어둡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연민은 우월감이나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만 보고 있는 시선으로 가득 찬, 이기적이며 냉혹한 연민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계절’의 메리는 행복한 부부 톰과 제리가 보기에, 좀 안 되어 보이는 이혼녀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좀 안 되어’보이는 메리에게 연민을 느끼며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메리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냉정하게 쳐낸다. 그것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그들 부부 위치로 메리가 다가오려 하자 느끼는 거부감이다. 결국 부부가 메리를 보고 있던 시선은 우월감이 앞선 연민이었고, 메리에게는 또 다시 봄이 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해피 고 럭키’에서도 그런 연민이 돋보인다.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포피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고 당찬 밝고 희망적인 캐릭터다. 사실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여자이기도 하다. 그와 정반대적인 비관에 똘똘 뭉쳐 어두워 보이는 스콧에게 그녀 자신의 밝은 모습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처음에는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 싶지만 어느 순간 그녀가 이해할 줄 모르는 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녀의 노력에 부정적인 스콧은 점점 마음을 빼앗기게 되지만, 그녀는 결코 스콧에게 마음을 준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를 긍정적으로 변화 시키려고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포피 자신의 임의대로 세상을 보고 있는 이기적인 시선이 가득한 연민일 뿐이다. 그녀와 마지막 강습을 하면서 울부짖으며 토해내는 스콧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 그게 바로 당신이야! 세상이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되지! 내 마음을 뒤흔드는 짓, 근데 왜냐고? 떠받듬을 받아야 하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원해야만 하고 당신이 그걸 들이키지! 그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내게서 떠나가 버려!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하고 거부감 느껴졌던 찌질한 남자 스콧을 연민하게 된다. 그의 외로움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추측까지 하게 된다. 그의 대사 하나 하나가 상기되며, 어쩔 수 없는 그의 성향이 이해되기까지 한다. 모두가 행복하고 밝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더라도 늘, 언제나 그런 시기를 겪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예민하고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들. 그럴 수밖에 없는 삶들. 그것도 하나의 삶이니까.서점에 깔려있는 자기계발서 들은 말한다. 그것은 잘못 되고 있는 것들이라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건 무조건 나쁜 거라고. 하지만 마이크 리는 다르게 말한다. 그들은 슬픈 거라고. 그들은 그저 힘이 없을 뿐이라고. 그들을 이해해야 하지 않냐고. 그리고 그들은 결국 우리라고.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마이크 리에게 진정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 엔라하, 두 배우의 놀라운 연기.
엔라하. 그것은 영화에 나오는 스콧의 대사 일부다. 운전을 가르쳐 주며 두 개의 사이드 미러와 하나의 백미러의 꼭대기, 그 집중점을 가리켜 엔라하라고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정신 산만한 포피를 집중시키는 용도로 자주 쓰이는 단어이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스콧의 감정 통제를 위해 쓰는 상징 같은 단어이기도 하다. 또 결국 이 영화의 본 주제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엔라하, 를 스콧이 외치듯 주문을 말해야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비관과 부정에 스스로를 불행의 늪으로 초대하게 된다. 그를 그 늪에서 구하려 하는 포피의 구원의 손길도 소용없다. 엔라하, 를 외치며 그의 방식을 고수할 뿐이다. 늘 긍정하려고 노력하는 포피는 스콧이 외치는 엔라하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긍정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부정으로 더 빠져버리는 주문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그녀는 그것이 ‘악마의 주문’ 같다며 귀를 막아 버린다.
또 영화에서 눈여겨 볼 것은 두 연기자의 놀라운 연기다. 포피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는 진짜 그녀가 그렇게 사는 여자처럼 보인다. 가벼울 땐 가볍게, 당찰 땐 당차게, 때론 힘든 상황들을 겪을 때는 그에 맞게 연기를 하고 있다. 완전히 배역에 몰입하여 포피가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스콧을 맡은 에디 마사의 연기도 훌륭하다. 늘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며 짜증을 내는 그는, 한 순간도 집중을 잃지 않고 불행의 아이콘 스콧이 되어 있었다.이 두 배우가 맞부딪치는 순간의 연기는 활활 타오른다. 마치 흑과 백의 뚜렷한 명암을 보는 것처럼 확실하고 명확하다. 또는 불편하며 불안하기도 하다. 대립적인 느낌은 불안을 가져주기도 하니까.
- 구성의 방식
주인공 포피의 성격과 행동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고 있다. 그녀의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위주로 영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삶은 쉽지 않다. 누군가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가고, 서점 주인은 물건을 사가지 않으면 퉁명스럽게 대해주며, 폭력을 행사하는 자신의 반 아이도 있다. 운전강습 선생, 스콧은 얼마나 비관적인가. 또 자신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틀에 끼워 맞추며 포피를 가엽게 여기는 동생도 있지 않은가. 영화는 이런 포피의 주변 모습들과 상황들을 통해, 인물의 의도와는 달리 흘러가는 비극적 모습들을 자꾸 부딪치게 해준다. 그럼에도 당차고 긍정하며 사는 포피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포피마저도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포피의 성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 이 영화의 한 컷
포피와 스콧이 마지막 강습을 하며, 싸우는 장면. 스콧은 자신의 마음을 멋대로 주물렀다며, 포피에게 화를 내며 그녀의 쓸데없는 참견과 연민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이기적인지 이야기 하게 된다. 영화 주제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부분.
* 마이크 리는 정말 연민이 많은, 감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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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리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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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sung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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