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지슬은 제주도 4.3사건을 다룬 것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로써 승화시켰다. 당시 제주도민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3만명 이상이 희생당했다고 한다. 사실 대학교 2학년 사학과 전공수업에서 당시의 상황을 담은 다큐를 본적 있었다. 아주 믿기지 않을 만큼의 팩트. 백날 책으로 보고 공부해도 팩트를 눈으로 봐야 제대로 느끼고 진상에 대한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내가 보고 있는 지금의 장면들이 과연 역사책에 나왔던 그 한줄의 사연. 고작 그 한줄의 사연이라 치기엔 당시 느낀 감정들의 울화의 들끓음은 누가 가르쳐줘서 느끼는 것이 아닌 진정 스스로가 느끼고 깨달음으로써 나오는 감정이였다.
제주도 그들의 억울한 희생이 지금은 많이 잊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실질적으로 전쟁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못했고, 전혀 의문도 모른 그들이 같은 혈족에게 무차별하고 비인륜적인 죽음을 맞이 하는 아주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룬다. 죽이는 이도 죽임을 당하는 이도 과연 원인과 진실을 알고 있을까. 너무나 억울하게 묻혀버린 그들을 감독은 하나하나 끄집어 내고 거기에 죽어간 넋들을하나하나 위로해 주고 있다.
사실 이영화 주변의 한 선생님께 추천받은 영화다. 독립영화라믄 마니아들 외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조용히 누군가의 기억에 깊이 박히는 그런 영화란 인식이 있다. 대중적이기엔 자극적 요소가 적다는 이유도 한몫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영화는 좀 다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700만명이 넘는 흥행을 했다. 지슬이란 감자란 뜻으로 이 영화에서 감자가 가지는 의미는 참 서글프다. 아무것도 아닐 것이지만 옛 사람들에게 있어서 , 그리고 그시대 제주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슬이란 존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또 이 영화에서 흥행을 일으킨 소재론 실제 제주도민이 맛깔나는 사투리로 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이 나온다. 제주도 사투리는 우리에겐 많이 낯설다. 너무나 일상적인 느낌에서 다가오는 공포적인 분위기는 너무나 아이러니 하다.
이 영화에 출연한 대부분이 제주도 마을 주민들이라고 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제주도 사투리는 영화적으로 많은 매력적 요소였다.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배우들의 거칠면서 소박한 모습들 역시 볼만한 요소이다. 대사를 치는 듯한 느낌은 전혀없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대화들 자신들의 이야기와 주변을 살피는 이야기들 집에 두고온 부모님을 걱정하고, 동굴속 피신해있는 사람들 내에 주고 받는 이야기는 그들이 우리의 모습과 전혀 다를것 없는 인간본연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있다.
그래서 이영화는 더욱 와닿고 진실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우들과 영상은 정말 안성맞춤으로 잘도 흡입되어 있다. 이 영화의 연출기법은 정말 돋보적인 듯 하다. 마치 한 작품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듯한 흑백의 미가 바탕으로 깔린 이 영상기법은 참 인상적이다.
정말 끝내주는 영상미가 아닌가? 공포스런 마을 분위기 속 찬란한 어둠의 밤. 그러나 그 어둠의 밤에 깔린 숨죽여 숨어있는 주민들의 속삭임과 한숨을 돌리는 한기는 한 장면속에 많은 것을 담아놓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 지슬의 무대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촌장의 고향과 그리 멀지 않은 전형적인 아주 작은 마을이다.
1948.10.17 해안선에서 5km 떨어진 중간산 지역 거주자들은 이유 불문하고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 말 한마디에 이유와 원인 모를 살인이 시작된다. 마을이 초토화되고 힘없는 노인들은 자신들이 왜 도망가야 하는 지 왜 자신의 터전을 버려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그들은 집에 남겨졌고 그곳에서 죽임을 당한다. 가장 비통한 장면이다. 자식들은 또 다른 어린자식을 위하여 도피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노인을 집에 두고 가는 그 심정은 어찌 말 할 수 있을까?
다양한 계층이 동굴속에서 겪어내는 고통과 심정을 말해주고 있다. 갓난아이를 안고 들어온 어미, 아이와 아내를 지켜야 하는 가장, 장래의 꿈을 품고 있는 젊은 청년, 이들은 진정 살아남고 싶다. 이 동굴속 그들의 움크림은 들어가보지 못한 나에게도 그 공간에 마치 들어간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두컴컴하고 추운 벽들의 틈 사이에 사람이 숨었다는 것. 너무나도 시린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순박했던 이 사람들을 누가 무슨이유로 이 작은 공간으로 몰아 넣은 것일까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순덕이란 여인을 사랑했던 청년이 순덕을 찾아나섰다가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순덕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서 한 군인이 순덕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여기서 군인은 아무 죄없는 순덕을 왜 쏴야 하는가 , 과연 명령이란 것에 복종을 해야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인가에 대해서 많은 갈등을 한다. 명령 불복종이란 군인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본다. 결국 쏘지 못하고, 순덕은 군인들에게 잡혀가 몹쓸짓을 당하게 된다. 과연 유린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이란 존재가 전쟁에서 맛보는 지옥같은 상황은 그 누구의 상상도 초월한다.
참 이 여성분 매력적인 인상을 풍긴다.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는 얼굴 웬지 모르게 자꾸만 떠오르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장면 중 하나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두 젊은이의 사랑도 묵살되게 만드는 학살. 참 제주도 4.3사건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주는 이영화는 주변인들에게 많이 추천해주고 싶다. 영화 자체의 하나가 스토리라기 보다는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멸 감독 역시나 이영화를 통해서 앞서간 고인들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고 제사를 행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그렸노라. 나 역시 무고한 희생을 당한 고인들의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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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진실규명에 중요성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과
영상미와 시적인 느낌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새로운 분위기의 영상미를 보실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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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은서닝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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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숨기고 싶은 페이지가 있다. 한 줄로 요약되거나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좌우(左右)가 아우성치는 이 땅에서 제주 4.3 항쟁은 가장 동떨어져있는 근대사다. 이 심리적 거리는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걸까. <지슬>은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죽어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왔다. 삼키기 힘든 화두를 두고 고개를 돌리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슬>을 오해하고 외면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1948년 미군정 아래에 있던 정부는 제주도 해안선 5km 바깥의 모든 주민을 폭도로 간주하고 사살하라는 일명 초토화 작전을 개시한다. 영화는 사건 당시 죽어간 많은 사람들 중 정방폭포에서 전원 사살된 120명의 이야기에 뿌리를 둔다. 이것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오름의 하고 많은 구덩이 중 하나로 남자가 숨어든다. 이내 한명, 또 한 명 비집고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옆 마을 사람들은 다 죽어갔다는 둥 마을이 통째로 불탔다는 둥 오가는 이야기는 무시무시한데 이상하게 웃음이 비집고 들어온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죽음과 묘한 웃음을 공존시키면서 비감을 증폭시킨다. 제주도 사투리를 귀로 듣고 표준어 자막으로 의미를 확인하는 신기한 경험은 웃음과 서정을 동시에 유발한다. 영화는 진짜 사람들의 살 내음을 풍기면서 무겁게 접근하지 않는 유연함이 정서의 폭을 넓힌다. 일제 강점기와 징용을 모두 견뎌냈지만 또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동굴을 찾아 나선다. 전쟁의 위협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니 또 한 번의 피난길 또한 일상처럼 받아들여졌다. 당장 눈앞에 목도한 죽음보다는 내일을 말하는 이유다. 허리 펴고 앉기도 힘든 동굴 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생사보다는 집에 두고 온 돼지, 노모를 걱정한다. 걱정은 실랑이로 번지다 어느새 웃음으로 잦아들고 담소가 된다. 곧 닥쳐올 비극의 소용돌이를 모른 채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서글픔을 극대화시킨다.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탓에 스무 살이 넘어 마주한 실제 사건의 증언과 기록은 우리가 알지 못하던 홀로코스트였다. <지슬>은 충격과 공포를 재확인시키는 데 의무를 두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이데올로기나 프로파간다로서의 기폭제로 이해하는 건 무용한 일이다. 이 끔찍한 역사의 기록을 두 눈으로 목도하고도 우리가 만나는 건 사건이 아닌 사람이다. 영화는 무고하게 죽어간 주민들만이 아니라 흔들리는 눈동자로 총구를 겨누는 군인들의 표정까지 포착한다. 이미 죽은 사람들을 반백년이 지나 다시 살려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위(神位)', '신묘(神廟)', '음복(飮福)', '소지(燒紙)' 네 개의 소제목으로 감싸 안고 넋을 위한 제의를 치른다. 이 씻김굿에서 영혼을 달래는 음식은 지슬(감자의 제주 방언)이다. 지슬이 갖는 식물성은 모든 배고픈 사람들의 끼니가 되고 눈물이 된다. 노모는 혹시나 자신을 찾아올 아들을 위해 품속에 감자를 숨기며 죽어가고, 잡혀온 처녀에게 연민이 깃든 군인은 감자를 건네러 갔다 총을 맞는다. 피로 물든 동굴을 지나면 야속하게도 산등성이는 아름답기만 하다. 여인의 곡선처럼 그려지는 제주의 오름은 들끓는 분노 앞에서 무력하고도 처연하다. 피가 흘렀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대중영화의 소재로 가져온 영화들은 많았다. <지슬>은 역사적 사건을 가져온 게 아니라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죽이고 죽어간 이들이 모두 피해자이자 위무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지금 이 순간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던 이야기가 결국은 위무를 위한 제사였다는 사실은 마지막 시퀀스 소지(燒紙)에서 확인된다. 생명이 날아간 모든 신체 위에 영혼을 모셔온 신위를 불태우면서 현재가 개입한다. 그래서 들끓기보다 벅차오르고 서글프다. 영화가 이토록 강렬하고 아름다운 고통을 줄 수 있었나. 끝내 위무하고 치유하고 울린다.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 글_양현주 ( siwoorain@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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