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큰 기대하지 않고 본 잔잔한 웃음이있는 영화였습니다. 보고 난 후에 오는 교훈도 있고 여운이있는 다시보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믿고보는 영화배우 정재영이 있어 살아난 영화라고 할 수 있고, 능글맞은 그의 연기를 보고있으면 실제로 외로운 섬에 갇힌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고민들을 들어냈습니다. 회사원의 구조조정, 신용불량, 카드빚, 히키코모리, 소통의 부제 등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만한 고민들을 한강다리 난간에 서있을 수 밖에 없던 이 남자이야기이고, 세상과 단절 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분명히 고민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전혀 눈물이 나오는 슬픈 구석이 없는 영화입니다. 우울한 사람이거나 감정적이신 분들은 오리배가 떠나가는 장면에서 입은 웃으나 약간의 눈물은 흘릴지 모르겠습니다. 아 영화를 보기 전에 정말 유명한 작품인 <케스트 어웨이>를 보고 보신다면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 됩니다.
- 감독 소개 -
<천하장사마돈나> 이해준 감독의 본격 연출작입니다. 2006년 <천하장사마돈나>로 국내 모든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쓸고, 베를린, 홍콩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한국을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던 감독입니다. <천하장사마돈나>로 남다른 소년의 유쾌한 성장기를 선보인데 이어, <김씨표류기>에서는 좀 더 엣지있는 유머로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찾아가는 두 남녀의 즐거운 무용담을 담았습니다. 독특한 시선으로 재탄생하는 캐릭터로 가득한 ‘이해준표’ 영화는 그렇기에 그 어떤 영화보다 인간 본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남극일기>, <안녕 UFO>, <아라한 장풍대작전>등 화려한 작품들의 조연출로 경력을 쌓은 그가 데뷔전을 치른 작품인 <김씨표류기> 그 만의 위트와 재치가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 영화 내용 -
첫 장면부터 흥미를 유발할만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김승근(정재영)은 한강다리위에서 전화를 받습니다.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몇마디의 대사로 이해가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이해준 감독의 특유의 재치와 빛을 잘 사용하는 영상미로 무겁기는 커녕 죽음이라는 주제가 가벼워지기까지 합니다. 언제나 우리 옆에있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한번 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김승근은 그렇게 한강에서 뛰어 내리지만 위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빌딩이 둘러싸인 한강 중앙에 위치한 밤섬으로 떠밀려 갑니다.죽으려고 각오하고 시도를 했는데 살았을 때에 허무함은 자신의 삶을 본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됩니다. 얼마남지않은 배터리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취했다고 설명을 하지만 역시나 구조대원은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장난이라고 치부해버립니다. 죽으려고 했지만 다시 삶을 개척해나가야 되는 아이러니에 갇히게된 남자주인공 설정이 기발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설정 때문인지 이 영화에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주인공들 이름이 이렇구나 라는 이질감이 있습니다 ^^.
삶의 희망 과 의미(?)을 주는 밤섬에서 김씨(편하게 쓰겠습니다,...)는 처음에는 탈출하려고 애를 썼지만 생각해 보니 섬 밖에는 자신이 살아갈 공간, 위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 이후로 구조대원이나 유람선이 보여도 숨어버리는 새로운 삶을 개척합니다. 현대인으로서의 느끼는 스트레스들을 모두 버리고 난 후의 인간 김씨는 배가 고팠고, 비를 피할 집이 필요했고, 따듯함을 제공하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불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모든 고민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밖에 남지 않은 겁니다. 그 과정에서 김씨의 고군분투는 정말 정재영의 원맨쇼를 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 짜파게티가 정말 먹고 싶어지는데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영은 영화 속에서 6개월 동안 보여질 외형적 변화를, 촬영 중 그것도 단 3개월 만에 표현 해야하는 미션을 안고 있었습니다. 여느 샐러리맨과 다름 없던 모습은 무인도 생활을 하며 여유를 찾은 후에는 날렵해진 몸매와 탄탄해진 근육, 검게 그을린 피부 까지 섬에서 살아온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변해갑니다. 이를 위해 촬영 중 식사도 거르고 운동을 하는 한편 매일 밤 태닝 까지 해야 했던 정재영의 노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여주인공인 정려원 또다른 김씨로서 등장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영화 러닝 약 40분정도 정재영혼자서 원맨쇼를 보여줍니다.그러다가 서로의 구원자가 될 여자 김씨가 등장합니다. 정려원은 속히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외모 컴플랙스로 인해서 사람들을 만나기를 무서워 하다가 결국은 컴퓨터로 모든 해결하고 방에서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또하나의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자 김씨는 세상을 관찰하는 도구로서 카메라로 세상을 훔쳐봅니다. 그리고 하루의 즐거움이 달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것 입니다. 그리고 일년 중 단한번있는 민방위 훈련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세상이 하나의 통제로 멈춰버려서 그 때 세상을 여기저기 훔쳐봅니다. 그러다가 ! 밤섬을 관찰하게되고 그곳에서 쌩뚱맞게 생활하고 있는 김승근(정재영)을 보게됩니다.
그때 부터 어둠속에서 살고 있던 정려원은 그 사람을 관찰하게되고 방안에 어쩔 수 없이 빛이 더 들어오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아름다운 정려원의 미모를 조금씩 더 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립된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처지로 느껴지고 측은한 느낌이 드는 김승근에게 대화를 시도할 큰 결심을 하게됩니다.
- 10년간 자연생태계보전 상태인 밤섬에서의 촬영. -
이해준 감독의 주문에 따라 스텝들은 방방곡곡을 누빈 3개월. 전국의 강변과 숲을 뒤진 제작진은 충북 충주 남한강 일대에서 흡사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적당한 규모의 모래사장과 그 뒤로 펼쳐진 야생 숲, 여자 김씨가 남자 김씨를 바라보는 시점샷을 촬영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감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강변을 찾아냈습니다. 충주 시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더해져 강변에 추가로 모래를 퍼다 나르며 확장 공사와 진입로 공사를 진행한 제작진은 제 2의 밤섬, 충주 강가에서 밤섬의 모습을 완성합니다. 또한 생태보호를 위해 밤섬의 모래사장에서만 촬영을 허가 받았던 제작진은 밤섬의 숲을 찾아 헤메인 끝에, 충주, 영동, 청원 세 곳의 숲을 합쳐 밤섬의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밤섬에 불시착하는 영화의 초반부에는 경계의 대상인듯 날카로운 느낌이 나는 영동의 숲에서, 밤섬에 정착하며 안정을 찾아가는 영화 중반과 후반은 청원의 온화한 느낌이 드는 숲에서 각각 촬영, 남자 김씨의 심리 변화에 따른 비주얼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세 지역 모두 평범한 시골의 풍광이지만, <괴물>, <쌍화점> 등 드러나지 않는 CG로 인정받는 한국 최고의 팀, EON의 손길을 거쳐 실제 밤섬처럼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도심 속의 정교한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 열린공간 VS 닫힌공간 -
이해준 감독 스스로 공간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출발한 영화 라고 말할 만큼 언뜻 보기에 <김씨표류기>는 인물과 공간의 변화와 상호작용이라는 오락영화의 가장 큰 요소가 배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밤섬으로 상징되는 남자 김씨의 열린 공간과 좁은 방으로 상징되는 여자 김씨의 닫힌 공간은 그 개성과 특징이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그 대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에서 영화적 재미를 추구합니다. 남자 김씨를 만나고 창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밝아지기 시작하는 여자 김씨의 공간은 방안 쓰레기의 질감과 무게감까지 살려내려는 세심한 조명으로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제한적 공간과 인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던져지는 상황속에서 흥미로운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연출은 모든 게 넘쳐나는 세상, 부족한 것 많은 남녀의 희망발견이라는 주제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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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서 유쾌한 영화 찾는사람.
짜파게티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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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원종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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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은 충혈됐다. 그는 지금 자신이 갚아야 할 대출금을 전화로 확인하는 중이다. 발 밑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지금 자살을 계획 중이다. 전화를 끊은 남자는 뛰어내린다. 행동은 명확하다. 빠르게 달리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사이, 남자도 사라진다. 넓은 수면 위로 점 같은 파문이 인다. <김씨표류기>는 한 남자를 옥죈 절망적 피로감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그 남자가 예감한 생의 마지막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남자의 이야기는 사후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계속된다. 남자의 자살은 실패했다. <김씨표류기>는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 한강 한복판에서 표류를 결심하는 남자 김씨(정재영)와 그를 지켜보게 된 여자 김씨(정려원)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김씨표류기’다.사실 한강의 무인도에 표류한 남자라는 설정은 사실 어딘가 무색한 지점이 있다. 수많은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한강의 밤섬에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아무리 무인도라지만 버젓이 섬 위를 활보하고 불까지 피우는 그 생활이 어느 누구에게 방해 받지 않은 채 몇 개월 간 유지될 수 있다는 설정엔 모종의 설득력이 필요해 보인다. 단지 그 상황의 리얼리티보다도 그 상황 자체를 합당하게 인식할만한 설득력이 필요하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강에서 표류 중인 남자라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활용하기 전에 그 참신함을 온전히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합리적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 <김씨표류기>는 심플한 아이디어를 상징적 컴플렉스로 치환한다. 도시 한복판에 고립된 남자, 김씨는 이미 사회로부터 유기된 삶을 살고 있었다. 정지된 카드로 채워진 지갑, 대출상환을 독촉하는 전화, 일방적인 해고 통보와 희박한 취업가능성, 무능력을 이유로 이별을 고하는 애인까지, 김씨의 삶 자체가 죽음을 결심할만한 계기로 작동한다. 하지만 밤섬에 떠밀려와 죽음에 실패한 김씨는 말한다. “죽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는 자신을 몰락시킨 도시의 한가운데로 도피해 혼자만의 자급자족적 삶을 꾸려나간다. 하이레벨의 개그나 다름없던 아이디어에 현실적 생기가 돈다. 게다가 그 남자의 고립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설정에서 사회적 무관심과 도시의 무심함이 읽힌다. 남자가 섬에서 나갈 수 없는 상황보다도 남자가 섬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계기와 그 남자의 삶을 인식하지 못하는 도시의 정서가 부각된다. 이는 아이디어에 설득력을 마련하는 날개나 다름없다. 남자 김씨의 밤섬 표류기가 자리를 잡을 때 즈음, 여자 김씨(정려원)가 등장한다. 여자 김씨는 흔히 말하는 히끼꼬모리에 가깝다.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방과 폐쇄적인 일상은 그녀를 규정하기 쉽게 만든다. ‘몇 번의 클릭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웹 안에서 ‘회원가입’을 통해 ‘얼마든지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아바타처럼 살아가는 그녀는 ‘하루를 열심히 산 것 같은 착각’을 위해 만보기 운동에 열중하기도 하며 세상과 자신을 단절해주는 방안에서 규칙적으로 부팅되고 로딩되듯 일상을 반복한다. 그녀가 유일하게 창문을 여는 건 일년 중 단 두 번, 세상이 멈추는 ‘민방위 훈련’이다. 그때마다 그녀는 DSLR 망원렌즈를 통해 세상을 관찰한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남자 김씨를 발견하고 그의 표류기를 꾸준히 관찰해나가다 결국 그 삶에 접촉을 시도하는 유일한 대상이 된다. 영화의 중추는 단연 아이디어에 있다. 아이디어의 기반은 고립과 진화다. 도시 한복판에서 원시적 자급자족의 삶을 연명하기 시작하는 김씨는 수렵과 채취, 사냥을 거듭하다 종래엔 농경의 단계로 삶을 발전시켜 나간다. 밤섬은 마치 인류의 진화를 대변하는 소우주와 같다. 물론 이 과정의 묘사에서 두드러지는 건 진지함보다도 대사와 행위를 통한 유머다. “어류보단 조류가 맛있다”며 “진화는 어쩌면 맛있어지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엉뚱한 해석을 펼쳐내는 대사와 나레이션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좌하는 효과적 유머가 된다. 밤섬을 무대로 상대배우 없이 혼자 극을 끌어가는 정재영의 연기도 탁월하다. 마치 일인극 무대를 이끌어가듯 독백에 가까운 대사를 홀로 주고 받는 정재영의 연기는 설정의 한계를 연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실험적 상상력에 보편적인 설득력을 입히는 건 세심한 스토리와 리드미컬한 연출력이다. 가장 강력한 장기는 소품활용능력이다. 작고 큰 소품들이 더러 등장하는 <김씨표류기>는 귀여운 이미지를 통한 간결한 방식으로 의미로 전달한다. 특히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자장면은 <김씨표류기>를 위한 핵심적 소품이나 다름없다. 우연히 발견한 ‘짜파게티’ 수프를 통해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김씨는 ‘사람을 똑똑하게 만드는’ 욕망을 통해 삶을 진화시켜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배달된 자장면을 거부하고 자신이 ‘진짜루’ 만들어낸 자장면을 먹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이를 지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진솔한 감동을 일궈나간다. 자장면을 거부한 김씨가 ‘자장면이 희망’이라는 결의를 전할 때, 소유가 아닌 성취를 목표로 하는 인간의 결의라는 숭고함이 함께 전해진다. 소유를 위한 소비에 길들여지다 빚더미에 오르는 도시에서 몰락한 김씨가 소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자장면은 소품의 기능성을 넘어 의미를 얻는다. 일상적인 소품들이 이색적으로 활용되는 형태만으로도 흥미를 부르지만 효과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생명력이 더해진다. 다양한 소품들은 의미를 발생시키고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영화에서 묘사되는 두 개의 공간, 밤섬과 방은 고립과 폐쇄라는 심리를 통해 도시의 각박한 정서 그 자체를 대변한다. 전자가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발전된 무대라면 후자는 그 아이디어를 보충하기 위한 인위적 수단처럼 보인다. 남자 김씨의 밤섬과 여자 김씨의 방은 대비적이지만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건 아니다. 밤섬이 하나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과 달리 방은 인테리어처럼 배치된 느낌을 준다. 전자에 비해 후자의 설득력은 다소 연약해 보인다. 그만큼 두 공간의 정서를 연결하는 캐릭터의 설득적 가능성 역시 차이를 드러낸다. 하지만 두 공간은 고립을 결심한 이의 터전이 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의미를 발생시킨다. 처지가 다르지만 정서적으로 연관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성립되는 과정에 심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단지 후자보단 전자의 공간에 흥미를 유발할 여건이 많다. 후자는 로맨스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인위적 배치의 기능성이 강한 덕분이다. <김씨표류기>는 결국 남자의 기구한 표류기로부터 기이한 방식의 멜로에 선착하는 영화다. 거짓의 자아를 내세운 웹페이지를 헤매며 지저분한 방에 자신을 가둔 히끼꼬모리 여자는 우연히 관찰한 ‘수줍음이 많으며, 더러운 걸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는 변태’에게 짧은 영어로 교신을 시도하며 고립의 보호벽을 차츰 무너뜨려나간다. 마찬가지로 섬에서의 고립을 받아들이고 지저분한 표류에 적응한 남자는 자신에게 접속을 시도하는 여자의 정체를 의식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김씨표류기>는 도시의 물질주의 정서 속에서 고립된 남자와 개인주의 정서 속으로 침전한 여자의 연대를 통해 희망을 역설한다. 그 희망은 극복의 대단원적 메시지가 아닌 단순한 마주침으로 얻어진다. 어떤 희망적 결과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지만 그 만남은 어떤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다 때때로 뭉클해지고 결정적으로 벅차 오른다. 더럽게 웃기다가도 더럽게 슬퍼진다. 기교와 재치로 일궈낸 이야기는 소박한 감동을 수확한다. 그리고 이해준 감독 역시 <김씨표류기>를 통해 성공적인 독립이란 선명한 의미를 얻었다.
2009년 5월 6일 수요일 | 글_민용준 기자 (kharismania@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