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우연히, 우연히... 그러나... 반드시
클래식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전국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은 곽재용 감독이 4년간의 시나리오 작업 끝에 완성한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시나리오에 어느 누구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곽재용 감독의 손끝에서 무려 4년이라는 작업을 거쳐 탄생한 영화 <클래식>은 60~70년대의 낭만과 재기발랄한 현대의 감성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영화 <클래식>은 1960~70년대와 현재라는 30여 년의 시간차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과거를 배경으로 했던 <해적, 디스코왕 되다>, <몽정기>등의 영화들이 일부러 더 유치한 컨셉을 고수했다면, <클래식>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차분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전략을 택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옛 추억을 향수 할 수 있게 하면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영상으로 전달하려 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 전체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품들 하나 하나, 색감, 음악 등이 모두 영화 제목과 같이 ‘클래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릴 적 아빠를 잃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지혜(손혜진)는 친구 수경(이수인)이 좋아하는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에게 수경 대신 두 달 동안이나 대필 연애 메일을 보낸다. 그러면서 지혜는 점점 상민에게 빠져들게 되는 자신을 느낀다. 한편, 엄마가 외국 여행을 떠난 동안 집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지혜는 엄마와 아빠의 편지와 일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한다. 그 안에서 엄마와 첫사랑의 연예편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생량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영화 <클래식>에서는 과거를 흑백 화면으로 처리하여 이분법적인 화면을 만들기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이 들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색감을 찾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는데 세피아, 코랄, 타바코 필터 등 다양한 색감의 필터를 테스트하고 콘티까지 고려하여 마침내 찾은 것은 타바코 필터였다. 필터를 통해 착색된 옐로와 마젠타 색은 <클래식>에 가장 어울리는 올드하면서 우아한 색감으로 화면 전체를 물들이면서 관객과의 추억 여행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준하(조승우)는 친구인 태수(이기우)에게 약혼녀에게 쓸 편지 대필을 부탁받고, 약혼녀 주희(손예진)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녀는 지난 여름 준하가 시골 삼촌댁에 놀러갔을 때 만났던 소녀였다. 둘은 몇 번 마주치면서 친해지게 되고, 주희는 준하에게 강 건너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쪽배는 강으로 흘러가버리고, 둘은 잠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 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많이 아팠나본데,
여름 방학 때 시골에 다녀온 후 부터는
꽤 건강해지고 표정도 밝아졌다는군
<클래식>의 가장 큰 관건은 캐스팅이었다. 특히, 30여년의 시간차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갈래머리에 검정 교복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야 할 주희와 지혜를 모두 연기해낼 배우를 찾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난항 끝에 곽재용 감독은 주희와 지혜에 가장 유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손예진을 선택했는데, 그녀는 <클래식>의 주희와 지혜 역에 맞춤옷처럼 꼭 맞는 배우였다. 더 이상 그녀는 <취화선>의 소운과 <연애소설>의 예쁜 아이 수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TV 드라마 <뉴 논스톱>, <피아노>를 통해 신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오른 조인성이 상민 역을 맡았다. 복학한 대학생으로 연극 무대에서 후배들을 호통 치는 모습과 지혜를 향한 마음을 표현 못하고 주저하는 상민의 모습에서 그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 <와니와 준하>, <후아유> 등에서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은 조승우가 있다. 친구의 약혼녀를 향한 일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아파하는 준하의 모습을 조승우는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영화 속 상민과 준하가 실재한다면 바로 그들 아니었을까.
태수에게 편지를 써줄수록 준하는 주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하게 된다. 그러던 중 준하는 주희의 학교에서 하는 음악회에 초대받아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와 재회하게 된다. 한편, 지혜는 상민, 수경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가고 그 곳에서 상민은 둘에게 선물 상자를 건네준다. 집에 돌아와 선물 상자를 열어본 지혜는 그 안에서 카드를 발견하는데...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위에 떠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클래식>의 제작팀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6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교복에서부터 집안에 걸려있는 달력까지 작은 소품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곽재용 감독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의상팀은 우선, 주희와 준하의 교복을 제작하기 위해 60년대 말 졸업 앨범을 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여기에 고교 얄개 시리즈를 비롯한 그 당시의 영화 자료를 참고하여 700벌에 달하는 교복을 만들었다.
또한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는 산업의 발전으로 인하여 변화가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자료 조사가 힘들었다. 그러나 제작팀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사진이나 인터넷을 토대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1~2년 사이에 변화한 것을 모두 체크하였다. 우체국 현판이나 길거리의 간판이 그 당시 변화한 것들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나온 수원 우체국의 현판과 우체통, 수원 길거리를 채우는 간판 모두 소품팀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또한, 작게는 주희방에 장식되어 있는 못난이 삼형제 인형, 유리로 된 서울우유 병, 나무로 직접 깎아 만든 편지칼 등 카메라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소품팀의 손이 안간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영화는 두 가지 사랑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둘 다 삼각관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성을 띄고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은 영화가 어둡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슬프고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 중에도 영화를 밝게 해주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태수가 눈을 감고 뛰다가 축구 골대에 부딪히는 장면이나 수경과 상민이 미술관에서 카트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 등이 영화를 한층 더 밝게 해준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 중 하나는 OST였다. 특히 주희와 준하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하면 할수록’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미술관 장면에서 나오는 ‘고백’은 정말 장면과 어울러졌다. 특히 주희와 준하가 가로등 아래서 만나는 장면과 지혜와 상민이 소나기 아래를 뛰어가는 장면 모두에서 나오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두 시대를 이어주며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편의 시보다 순수하고, 한편의 소설보다 애절한...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가만히 눈을 감아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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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의 로맨스가 보고싶은 관객!
손예진의 팬이라면 누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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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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