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안
- 이안 감독, 어떤 영화도 원작만 있다면 완벽하게 뚝딱!
이안감독은 대만의 대표 감독이다. 또 아시아인으로써 헐리웃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의 감독이기도 하다. 물론, 이안 감독은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온전히 대만 혹은 중화권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연출기법이나 촬영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헐리웃 정통만이 아닌 아시안 감독의 증표 같은 것들이 보인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흰 바다와 병치시켜 인물의 내면을 3D로 보여주던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브로큰백 마운틴’에서는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푸른 초원과 대자연이, ‘센스 엔 센서빌리티’에서는 고풍스런 옛 유럽의 정경속에 간간히 드러나는 어떤 소품들이 미국 헐리웃 감독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감독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코 이안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의 정통한 아메리카 스타일의 방식도 드러나기도 한다.
이안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그의 정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는 멜로물의 감독도, 액션 감독도, 예술 감독도 뭐 하나 뚜렷하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모든 장르의 영화를 손을 본 감독이다. 게다가 대부분 그것이 성공을 거두었다. 더 대단한 것은 그 성공이 대중과 티켓량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카데미 상에서도 각본상, 연출상 등의 상을 거머쥐었으며 칸과 같은 눈이 높은 곳에서도 그에게 트로피를 주었다. 그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비평가나 평론가들은 진화하는 감독의 능력에 엄지를 치켜들었으며, 대중 또한 극장을 나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장르의 영화를 꾸준히 해도 대중, 예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든데, 그는 둘 다 잡은 것이다. 그것도 여러 장르를 두루두루.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그의 헐리웃 초기작에 속한다. 1995년 작으로 ‘결혼 피로연’과 ‘음식남녀’로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에서 인정을 받은 그가 헐리웃으로 넘어가 만든 첫 영화다. 한국으로 따지면 박찬욱의 ‘스토커’나 봉준호의 ‘설국열차’ 쯤이 될 것이다. 특히 당시 아시안계 감독이 헐리웃 영화를 만든 적이 거의 없기에 더 큰 부담을 갖고 작업에 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안 감독은 첫 영화를 그냥 안전하게 가지 않는다.
영국인의 자존심과도 같은 작가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정’을 영화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자존심 강한 유럽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대표 국민 소설과도 같은 오스틴의 작품을 아시안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했을 때, 반가움 보다는 반감이 더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실제 그러기도 했고. 하지만 이안 감독은 마치 도박판에서 마지막 남은 한 장을 아무 두려움 없이 펼쳐 보이는 것처럼 멋지고 완벽하게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 시켰다. 대중뿐 아니라 비평가들의 마음도 사로잡은 것이다. 그 후 이안 감독은 헐리웃을 대표하는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많은 자본을 투자 받아 여러 장르의 영화를 모두 성공시켰다. 그가 성공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강 이렇다.
그의 대표적 영화 ‘와호장룡’은 전통적인 중국 무협이었고 그 후 2년뒤 만들어진 ‘헐크’는 그가 결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SF영웅 이야기였다. 사실 이안 감독이 헐크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SF와 그는 전혀 메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헐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소화해 냈고, 어느 영웅 이야기보다 살아있고 숨 쉬는 서사를 만들었다. (헐크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덜 사랑을 받았지만 나는 매우 좋았다.)
그리고 또 2년 뒤 이안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큰 점을 찍는 영화 한편을 만든다. 퓰리처 상 수상 작가의 애니 푸리의 단편 ‘브로큰백 마운틴’이라는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영화로 그는 그간 편협했던 동성애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었다는 찬사와 평을 받으며 세기의 중요한 상들을 싹쓸이 한다.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비평가 협회, 베니스 등지에서 감독상을 받게 된다. 또 그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색계’를 만들며 탕웨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를 발굴한다. 최근엔 결코 영화화 될 것 같지 않았던 호랑이와 인간이 바다에 표류하게 된 ‘파이 이야기’를 영화로 옮김으로써 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안 감독은 자신의 특성을 구분해 놓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원작이 있다면 멜로든 무협이든 드라마든 SF든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한다. 결과는 대부분 좋았고, 훌륭했다. 마이다스의 손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그의 손에 들어가면 훌륭하고 완벽한 영상을 갖춘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떤 면에서 보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감독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 이성 때문에, 혹은 감성 때문에
‘센스 엔 센서빌리티’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이성과 감성’이다. 알겠지만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 그 원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두 자매가 나온다. 두 자매는 영화의 제목을 대표하는 상징들이다. 엠마톰슨이 맡은 엘리너는 이성을 대표하는 상징이고, 마리앤은 감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엘리너는 쉽게 자신의 어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그것을 이성으로 통제하고 자신의 현실과 상황을 먼저 생각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때 감성이 그녀의 이성에 침투하면서 엘리너는 내적 갈등을 하게 된다.
마리앤은 반대다. 이성보다는 그녀의 직감, 느낌과도 같은 감성을 믿는 성격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또 표현한다. 그렇기에 조금 무례해 보이고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건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 역시 마리앤의 그런 감성적 성향은 방해를 받게 되는데, 이성적이여야 하는 현실과 상황들이 그렇다.
이성적인 엘리너는 에드워드에게 향한 감정을 결코 표현하지 못하고 그와 이별하게 된다. 그것은 후에 있을 루시라는 에드워드의 약혼녀를 마주쳤을 때, 스스로 다행이라고 느끼겠지만 결국은 답답하고 쓸쓸할 것 같은 엘리너의 상황까지 오게 되는 역할을다. 또 그녀는 에드워드가 약혼녀와 떠나게 되었을 때도 어떤 표현도 하지 못하고 홀로 후회스러운 상처를 갖게 되며 절망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자신의 감성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만 행동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리앤은 자신을 구해준 윌러비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것을 과감하고 열정적으로 표출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그를 기다린다. 모든 사람이 그런 마리앤의 행동을 경거망동하다고 여기더라도, 마리앤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는 윌러비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하지만 윌러비는 마리앤처럼 온전히 감성적이지는 않은 남자였다. 감정적으로 마리앤을 사랑하긴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이성을 선택한다. 현실을 보고, 사랑하는 감정보단 그의 미래를 책임 질 수 있는 집안의 여자를 찾아 가게 된다.
이 둘의 결말은 영화를 보길 바란다. 다만, 생각하면 더 좋을 것은 이성과 감성은 늘 함께 있지만 그 두 감정을 적절하고 균등하게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거란 것이다. 영화를 보니 원작자인 제인 오스틴이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보였다. 이 간단한 상징을 통해 어찌 이리도 깊고 정확한 인간의 한 면을 끄집어 낼 수 있었는지. 소름끼치도록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설득력있고 현실적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이성과 감성이라는 상징을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로 끄집어낸 오스틴의 재능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 구성의 방식
아주 정통한 기-승-전-결의 방식이다. 고전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고전 소설, 특히 영국 소설가들은 정통한 기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초점은 마리앤과 엘리너이다. 이 둘의 삶의 남자들이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랑 방식을 비교하듯 편집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더 명확하게 이야기의 주제에 관통할 수 있게 된다. 헷갈리지 않고 이야기만 잘 따라 간다면, 문제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구성이다.
- 이 영화의 한 컷
이성의 대표격인 엘리너의 마지막. 에드워드와 행복한 장면. 그녀는 결국 감성을 드러내고 선택하면서 희망적인 삶으로 향하게 된다.
* 케이트 윈슬렛의 절정에 오른 미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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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을 책으로 재밌게 본 사람
이안 감독의 영화를 신뢰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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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sung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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