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다면 통화하라
<베리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스페인 영화',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 작품 <베리드>입니다. 17일의 제작기간에 저예산 작품, 영화의 배경은 관 속, 그리고 등장 인물은 '라이언 레이놀드' 한명만이 나온다는 참신성에 실화 논쟁이 불붙으면서 개봉 당시 많은 화제성을 있던 작품 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영화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할까요?
지금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분)가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눈을 떠보니 땅 아래 관 속에 묻혀있습니다. 라이터, 칼, 그리고 주인을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 함께 묻혀있는 관 속에서 폴 콘로이는 과연 탈출할 수 있을까?' 가 전부 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이 줄거리를 가지고 감독은 스릴러 영화로 풀어냅니다.
우선 오프닝부터 굉장히 눈에 띄는데요, 마치 개미가 땅 속에 굴을 파는 것과 같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진행되는 모습들이 영화의 도입부부터 시선을 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특히 영화의 유일한 배경이자 중요한 장소인 '관' 속이라는 점이 오프닝의 검은 배경과 영화 진행 중 간간히 나오는 검은 화면과 함께 전체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영화의 오프닝 부분'
'검은 화면의 등장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
하지만 '관' 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협소하고 한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인 만큼 분위기 외에는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쉬운데, 감독은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핸드폰'이라는 중요한 장치 를 설치해 놓습니다. 관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은 모두 '핸드폰'을 통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인 동시에 주인공인 폴이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외부와 통화하는 장면 자체가 영화의 사건과 이를 통한 긴장감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밧데리가 한칸씩 줄어들수록 긴장감도 함께 올라간다. '
하지만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장치로써 전화가 사용되는 것과 반대로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짜증을 유발하는 장면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인공은 지금 매우 간급한 상황이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누구하나 주인공의 이런 상황을 염두해 두지 않고, 주인공 폴의 말마 따라 '사무실에서 편하게 에어컨 바람이나 쐬며 책상에 앉아서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 의 매뉴얼에 나와 있는 발언들을 듣자면 정말 저도 모르게 짜증이 치솟더군요.
-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 인사과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이 같은 경우에는 치안부서로 연락하는 것이 맞습니다.
솔직히 관 안에서 밧데리가 가득인 게다가 통화가 잘 되는 핸드폰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외교부 등에 연결만 되면 폴은 금방 구출이 될텐데 그럼 영화가 너무 시시하게 끝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던 중 내 담당 업무가 아니니 전 책임이 없습니다.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보세요. 라는 식의 저러한 발언들은 엄청난 짜증을 유발하는 한편 어떠한 조직이더라도 그 안에 속해있는 힘 없는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영화 후반부 인사 담당자의 대사'
- 오늘 아침부로 정식으로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중략)
납치 상황을 비롯하여 CRT 회사 선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기에
합법적 절차를 진행합니다. 공식 해소 이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선
어떠한 상해에 대한 책임도 없음을 말씀 드립니다.
그러므로 이번 경우도 말씀드린바와 같습니다.
라는 장면을 보는 순간 한동안 멍 하게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관' 속에 있다 없다 라는 상황만 다를 뿐 저런 상황들은 주위에서 너무 쉽게 봐오던 장면이니까요.
'주인공의 생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는 테러담당자'
위에서 잠깐 언급한 한 조직 안에서 힘 없는 개인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생각할 때 미국이라는 '국가'에 속해 있는 미국 '시민' '폴'을 지켜줄 수 있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할 때 결국 개인은 조직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희생만 당하는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무거워 지네요.
영화가 기존의 스릴러 영화같이 엄청난 긴장감의 연속이거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낄 수가 있는 작품이지만 런닝 타임이 짧기 때문에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보는 것도 좋지만 그냥 생각 없이 킬링타임으로 보기에도 괜찮구요. 개인적으로 결말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결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 영화 <베리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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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도감이 느려도 탄탄한 스토리면 영화를 즐기실 수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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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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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단 한 장소에 한 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단편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러한 설정이 90분이라는 장편영화, 그것도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현실로 옮겨졌다. 설마 그래도 잠깐이라도 다른 장면이나 다른 공간이 나오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베리드>는 땅 속 6피트, 사방이 막힌 관 속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나마 휴대폰 영상으로 회사 동료의 모습이 잠깐 전송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관 안에서 보는 영상이니 카메라는 결코 관 밖을 나가지 않은 셈이다.이라크에서 트럭 운전을 하던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가 정신을 차린 곳은 사방이 막혀 있는 관 안. 게다가 6피트 땅 속에 묻혀 있는 관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 근처에서 라이터, 휴대폰, 칼, 볼펜 등을 발견한다. 휴대폰으로 식구들에게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국방부와 911, 자신의 회사에 도움을 청하지만 모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런 오중에 몸값을 요구하는 테러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저항해보지만 반항하다 목숨을 잃는 동료의 동영상이 전송되며 협박의 강도는 높아진다. 테러리스트와 통화를 하면서도 계속 구조를 기다리는 폴 콘로이. 하지만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는 형식적인 이야기만 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관은 서서히 무너지고 그 틈으로 모래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베리드>는 굉장한 아이디어로 완성된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도 ‘영화화 불가능’이라는 낙인이 찍힌 크리스 스파링의 시나리오에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은 매력을 느꼈다. 본인 스스로도 영화화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나리오의 독창성에 끌려 끝내 영화로 만들기에 이른다. 상식적으로 9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땅 속에 묻힌 관과 그 안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배우만 보여주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친 존재감으로 소름이 끼치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베리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관객을 관 안에 가두고 숨 막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은 한 공간에서만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에 많은 신경을 썼다. 각기 다른 7개의 관을 만들었고, 작은 공간이지만 핸드헬드와 크레인샷 등 다양한 앵글을 360도 방향에서 모두 활용하면서 같은 컷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카메라를 관 밖으로 꺼내지 않겠다는 고집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 흔한 플래시백이나 전화통화를 하는 상대방조차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관객 모두를 시종일관 관 안에 가둘 수 있었다. 혼자 영화 전체를 책임진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투혼을 보였다. 17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촬영 기간이었지만, 레이놀즈는 그 동안 8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었다.하지만 <베리드>가 형식에만 치중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큰 배경을 민간인도 테러를 당할 수 있는 위험 지역 이라크로 설정하고, 죽음에 직면한 한 인간의 처절함 몸부림과 그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이기적인 행태를 까발린다. 폴 콘로이는 살기 위해, 또 가족을 위협하는 협박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지시에 따르고 심지어 손가락까지 자른다. 하지만 그를 이곳으로 보낸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트집을 잡아 그를 해고 시키고, 정부 역시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상투적인 얘기만 늘어놓는 등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만 일관한다.<베리드>는 외형적으로는 실험적인 시도의 영화지만, 내적으로는 기업과 국가로 대표되는 거대사회의 이기적인 속성과 그 안에서 철저히 희생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글로벌 기업의 책임 회피,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미국의 관료주의,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등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잘 드러낸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관객을 동참시켜 주인공의 고통을 자연스럽게 전이시킨다. 영화의 오프닝이 수 분간 관에 몸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와 함께 암전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크게 하기 위함이다.
2010년 12월 3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 ( iwai@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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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이 느려도 탄탄한 스토리면 영화를 즐기실 수 있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