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펼쳐지던 1943년 여름, 소련군은 전차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은 군인 한 명을 발견하게 된다. 이 군인은 신체의 90%에 화상을 입었지만, 놀랍게도 완벽하게 회복됐고, 전차병으로 복귀하게 된다. 당시 소련군은 ‘화이트 타이거’라는 전설의 독일 전차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기습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이트 타이거의 공격으로 화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나이데노프 하사는 전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부상 회복 후 그는 화이트 타이거에 맞서 계속 전투를 벌이게 되고, 종전이 된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화이트 타이거에 맞설 준비를 한다.
* 출연진의 다른영화 :
화이트 타이거: 최강 전차군단 Belyy tigr , WHITE TIGER , 2012
러시아의 전쟁영화는 참으로 인상 깊은 작품이 많았다. 특히 <제9중대>와 같은 영화는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보았다. 그래서 러시아의 다른 전쟁영화에 큰 기대를 하게 되었고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화이트 타이거>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핵심은 2차 대전이라는 사실과 '화이트 타이거'라는 가상의 전차가 어우러지는 것에 있다. 러시아가 반격하던 시기로 영화의 배경은 묘사되지만 '화이트 타이거'라는 독일의 전차에는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거의 죽다 살아난 나이데노프는 전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다시 전차병으로 복귀하여 화이트 타이거와 맞서 싸우게 된다. 이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를 가지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독일과 소련의 치열한 전차대결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전차전 장면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치열한 전차전보다는 전차의 폐허와 같은 황량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관통하는 느낌은 '쓸쓸함'이었다. 죽다가 살아난 나이데노프의 마음도 그렇고 영화 중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전차의 폐허는 전쟁이 사람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는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전우애를 나타내는 장치는 거의 없다. 나이데노프에 소속된 병사들이 나오지만 거의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나이데노프와 화이트 타이거로 압축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고독함이 느껴지고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는 전쟁이 주는 황폐함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화이트 타이거의 위용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다. 전차와 교감을 나눈다는 설정이 있어서 그런가 화이트 타이거 자체가 인격화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전차에 타고 있는 사람 사이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전차의 싸움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이유로 전쟁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장감과는 성격이 다른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은 개인적으로 마지막 항복조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이트 타이거가 사라진 이후 무조건 항복에 동의하는 장군들이 모습이 나오는데 이후에 식사하고 후식을 먹으면서 잡담을 나누는 장군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허무함을 엿볼 수 있었다.
화이트 타이거의 신비하고도 강한 모습과는 달리 후식 하나에 감탄하며 무기력한 대화를 나누는 장군들의 모습에서 전쟁에 패배한 이들의 감정 또한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이 항복하고 남은 병사와 장교, 장군들도 항복함으로 전쟁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이데노프는 화이트 타이거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히틀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대화의 내용은 '나의 투쟁'에서 유래한 듯한 자기변명의 연속이었지만 이 장면을 통해서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느낌의 히틀러, 사라진 전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이데노프의 모습을 통해서 전쟁의 끝이란 총성이 멎고 항복문서에 조인하면 서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증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의 욕망이 마음속에서 나올 때 화이트 타이거는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