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정원
(the Garden of Words, 2013)
빗줄기 사이로 그리고 폭풍의 적막함 속에 언어의 정원에는 무슨 꽃이 필 것인가? 오늘 소개해드릴 애니메이션은 초속5센치미터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입니다. 러닝타임이 46분 정도밖에 되지않는 아주 짧은 애니메이션인데 영상미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2000년대 들어 주목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하나이다. 츄오대(中央大) 재학 시절 일문학을 전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중심인물의 심리를 대사 안에 이식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때로는 관조적이면서 때로는 지극히 묘사적인 신카이 감독의 대본은 그를 ‘빛의 연금술사’로 불리게 한 섬세한 광원효과와 극사실주의적 작화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현실의 무게감과 낭만의 애잔함 모두를 가감없이 전달한다.
이러한 경향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올 여름에 발표한 신작 <언어의 정원>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언어의 정원>에서 드러나는 미술/연출상의 완성도는 <별의 목소리>나 <초속 5센티미터> 등의 이전 수작을 능가하였다. 대사와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내용의 깊이 또한 기존 작품에서 나타난 수준에 모자람이 없었다. 본 리뷰에서는 <언어의 정원> 속 핵심 소재들을 바탕으로 이 작품이 함의한 메시지를 면밀히 탐구해보고자 한다. 영상미가 너무 뛰어나서 순간, 정말 이 배경이 그림인가? 하고 의문을 품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비오는 날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이영화의 실제 배경이된 신주쿠공원이다. ...스토리속으로..점핑점핑...
비 오는 아침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신주쿠교엔에 간다. 인적 없이 푸르고 축축한 정원엔 비와 선선한 공기가 그윽하다. 15살 다카오는 언젠가 멋진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연하 애인과 살림을 차렸고, 형이 독립을 시작하자 그는 혼자다. 6월의 비 오는 어느 날 공원 벤치를 찾은 다카오는 걷는 법을 잊어버린 듯한 이십대 중반의 유키노를 만난다.
투명한 꿈을 품은 애어른 다카오와 ‘그날’ 이후 거짓투성이인 어른아이 유키노는 고즈넉한 공원 정자에 앉아 비 오는 날이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린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일본 옛 시집 <만요슈>에 나오는 시에서처럼, 비가 와야만 함께할 수 있던 다카오와 유키노. 장마 그리고 이어지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도 소나기처럼 우연했던 이들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을까?
초콜릿과 맥주를 마시는 그녀와 구두를 디자인하는 그의 모습은 흔히 만나 볼 수 없는 그들만의 개성이지만 비가 내리는 정원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친숙한 공간을 통해 두 남녀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물들이고 있으며 비와 구두,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사랑보다 더 큰 위로를 담아내고 있다.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유키노)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지요. 나약하기만 하고, 어른들의 세계에 갇혀 뒤에 숨어버립니다. 구두를 만들고 싶다는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어주고, 또 응원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고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그녀의 삶은 아픈 상처들뿐이지요. 모순적인 그녀는 비오는 날 그 소년을 만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영화의 진가는 비가오는 풍경이 아닌 소년의 구두와 그녀의 눈물을 통해 발휘되지요.
빗방울에 담긴 정서가 일정한 여운을 끌고가는 것 역시 인상적입니다. 비오는 날의 그 정원이 없었다면 소년과 그녀의 사랑 역시 없었을테니까요. 제자리걸음을 걷던 그녀, 그리고 소년은 그녀가 다시 걸을수 있도록 그녀를 위한 구두를 제작하게되고.. 그녀는 다시 세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깊어가는 가을에 빗소리에 흠뻑빠져 영화에 조금씩 동화되어갑니다.
<언어의 정원> 표현방식
언어의 정원을 보면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비의 표현 방식이다. 가늘게 내리는 비, 굵게 내리는 소나기, 세찬 바람이 불어 옆으로 내리는 비, 천둥 번개가 치며 폭풍우 처럼 쏟아지는 비, 그리고 정원에 부딪치는 물방울, 물위의 소금쟁이, 나뭇잎, 지하철, 도시 등 대사가 없어도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언어를 완성해가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소 느릿하고 심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46분이라는 화폭에 모두 담아 수채화같은 사랑을 보여준다.
<언어의 정원>ost
언어의 정원 ED에 나오는 노래는 하타 모토히로가 부른 < RAIN>이라는 곡으로, 오오에 센리의 을 리메이크 해서 불렀다. 하타 모토히로의 RAIN 은 하타 모토히로이 言ノ葉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이번 앨범은 영화 < 언어의 정원>과 함께 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이나, 함께 실리 하타 모토히로의 사진들, 배경 또한 언어의 정원의 실제 배경이 되는 신주쿠 공원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언어의 정원> OST 를 들으며 신주쿠 공원을 거닐어 보고싶다.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영화가 끝나갈무렵 하라 모토히로가 부른 rain 이라는 주제곡이 들리며 뮤직비디오를 연상 시키느 엔딩 표현 방식 역시 너무 좋았다.
<언어의 정원> 성우
남녀 주인공은 <문학소녀>에서도 함께 연기한 이리노 지유와 하나자와 카나가 맡았습니다. 하나자와카나는 제가 좋아하는 성우지만 이 작품에서는 언뜻 보기에 어른스러워 보이는 여주인공에게서 의외로 여린 소녀의 목소리가 나와 초반에 약간 위화감이있었습니다. 조금 보다 보니까 금방 익숙해졌지만 말입니다. 의도한것인지 단순한 미스매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외모와 목소리의 조합이 어른같으면서도 여린 부분이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린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언어의 정원은 비가오면 공원에서 만나게되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수 비가오는 공원이 배경의 주측입니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때론 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도 해요. 어떤분들에게는 너무 작품이 미적지근하지 않냐는 말씀을 하시는데 떨어지는 빗소리와 두 주인공의 대사들이 마치 한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은 언제나 미래를 걱정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기도 하지만 내가 온전히 길을 잘가고 있는지를 우리는 계속 고민하죠. 하지만 언어의 정원의 주인공 타카오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잦은 결석과 여름방학에 알바만 했냐는 친구의 걱정어린 시선에도 자신의 일을 꿋꿋이 해냅니다.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에 또다른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나 스스로가 그래 지금 내가 진짜 해야할 일은 이게 이게 아니다. 라는 주문을 걸기도 하죠.
때론 극정인 만남이 좋기도하지만 언어의 정원은 쉬어갈수있는 미덕을 말합니다.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가다 보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또 하나의 감정의 선들을 말이죠. 영화가 끝난후 저도모르게 조용히 사색을 하게 되네요.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그곳은 어딜까하고 말이죠. 마치 실사와 같은 풍경묘사들이 훌륭합니다. 장면 장면 하나씩을 떼어보더라도 참으로 멋진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영화는 장면으로 봐야한다고 하지만 이영화는 귀로들으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것만 같네요.
언어의 정원은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이 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정말 끝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쉽게도 짧았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좋은점은, 짧아서 더 여운이 긴것같다. 주인공들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생각해 보게끔 한다. 그리고 진짜 사랑은 어딘가 있다고, 믿음을 잃지 않게끔 해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나에게도 어딘가 있지않을까?
비만 오면 학교를 빼먹는 남학생과 그 곳에서 만난 한 여인.. 뭔가 신비스러운듯 하면서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힘들어 하는 그들의 이야기.. 어릴때부터 확실한 꿈을 갖고 있는 다카오가 부러웠으며 현실의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유키노가 안타까웠다. 그들의 만남은 사랑이었을까? 비 오는 날이 오면 이제 이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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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저녁 집에서 혼자 외로움에 한숨짓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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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ap사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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