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흥행과 비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무간도'의 후속편으로 제작되었던 '무간도2 : 혼돈의 시대'. 형식상 속편이었지만, 실제로는 무간도2가 아니라 무간도0라 할 수 있다. 1편의 말미에서 이미 죽어버린 진영인(양조위)과 혼자 남게 된 유건명(유덕화)의 청년시절로 되돌아가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어떤 과정으로 경찰의 스파이와 조직의 첩자로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프리퀄. 1편에서 최고의 연기대결을 보여준 양조위와 유덕화가 빠지고, 그들의 청년시절을 잠깐 연기했었던 두 젊은 배우 '여문락'과 '진관희'가 2편에선 본격적으로 주연을 맡았다.
처음 <무간도>가 개봉했을 때는 내 나이가 어려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 후 <무간도>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에 빠져들면서 '원조'를 보고 싶었다. 홍콩이나 중화권의 영화는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곤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느와르 장르의 정석은 홍콩영화에서 비롯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내가 <무간도>를 처음 보기 시작할 때, 내가 가진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에 본 영화는 이내 빠져들었고, 곧바로 무간도 속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홍콩의 차세대스타이긴 했었지만, 당시로선 생소했던 젊은 배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 그런면에서 국내 개봉시에 1편만큼의 관심이나 흥행을 끌진 못했었지만, 본토인 홍콩에선 오히려 1편의 흥행과 호평을 능가하기도 했었다. 1편에서 너무나 큰 인상을 남겼던 양조위와 유덕화의 역할을 젊은 배우들이 대신 했다는 점만 제외하곤, 더 깊어진 캐릭터들의 내면, 더 확장된 무간도의 세계관, 그리고 과거인 2편으로부터 후일의 이야기였던 1편으로의 절묘한 연결고리로 인해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후 크게 재평가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고, 그 속에 피어난 우정들은 무간도 이후 수 많은 작품들에서도 설정된 컨셉이었다. 홍콩 '삼합회'라는 거대 조직은 마치 일본의 야쿠자나 미국의 마피아 처럼 흔한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그 비열한 배신 속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인물의 묘사가 기가 막혔다. 물론 이 속편은 프리퀄의 형식이지만 그 때 느낀 감동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매니아는 물론, 나 처럼 <무간도>에 몰입했던 관객이라면 곧 이어 이 속편을 봤으면 좋겠다. 첫 <무간도>에서 왜 그랬는지, 그 인물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깊은 뜻들이 모두 담겨있다.

청년시절의 진영인(양조위) 역할을 연기했던 여문락. 유건명(유덕화) 역할을 맡은 배우 진관희도 마찬가지지만 더욱 돋보이는 연기를 하려 애쓰기보단 1편에서의 양조위, 유덕화의 복장, 표정, 말투를 재현하는데 중점을 둔 듯 하다. 두사람을 1편의 두 캐릭터에 대입시키는게 처음엔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서브 캐릭터들의 열연과 좋은 시나리오에 힘입어 후반부엔 자연스레 극에 동화되는 느낌. 본인이 마음먹기엔 따라선 조직의 핵심계층이 될 수도 있었지만, 바램대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조직내 경찰의 스파이란 운명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꽤 정의로워 보이는 인물이었지만 어떤 면에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주위 사람을 이용했을뿐일수도 있는 황국장의 꾐(?)에 빠져 인생 꼬였을뿐 아니라... 허망하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전에 목숨을 잃은 것일수도. '왜 도와주느냐'는 황국장의 말에, "난 경찰이예요"라고 말하고 자신의 죽은 선배의 묘지에 경찰식 경례를 올리던 그 모습이... 씁슬하다.
1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건명(유덕화)의 과거. 경찰에 투신하여 조직의 첩자로 커왔던 유건명의 시작점엔, 보스였던 한침(증지위)의 여자, '메리'가 있었다. 감히 가질수 없는 여자, '메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가 저질렀던 살인. 그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이후 유건명 스스로와 진영인,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많은 이들의 운명의 방향을 바꾸어 놓게 된다는 걸 그는 몰랐을 것이다. 누구보다 끝까지 살아 남았지만, 결국 먼훗날 삶도 죽음도 아닌 상태에서 영원한 마음의 지옥, 무간지옥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도.
유덕화의 청년역할은 '진관희'가 연기했다. 사실 이 친구는 이 영화 자체보다도, 2008년에 청순했던 이미지의 장백지를 비롯한 다수의 중화권여배우들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뜨리게 했던 시끌시끌했던 섹스사진 유출 스캔들의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이 친구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면 무간도를 비롯한 작품들의 이야기보다도 그 스캔들의 관련 이야기들로 가득하다는. 뛰어난 외모로 촉망받던 배우였지만, 결국 그 처신으로 인해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재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지은죄에 대한 업보로 영원히 고통 받는 무간지옥은, 적어도 진관희에게는 영화속 캐릭터뿐 아니라 현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겠지.
젊은 시절의 진영인과 유건명만큼이나, 아니 어떤면에서는 훨씬 더 2편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두 핵심축이었던 한침(증지위)과 황국장(황추생). 오로지 자신말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꺼 같았던 조직의 보스 한침과, 진영인의 숨은 후견인으로서 경찰을 진두진휘했던 황국장은 1편에서 서로를 파멸시키기 위해 냉정하고 잔혹한 두뇌싸움을 벌였었지만, 애초에 그들은 신분을 뛰어 넘어 서로를 인정해주던 친구같은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