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
<데이비드 키스 린치 > (David Keith Lynch, 1946. 1. 20 ~)
몬태나 주 미줄라에서 태어나 미술을 전공했으며, 1966년 〈6명의 아픈 사람들(Six Figures Getting Sick)〉이라는 단편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77년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헤드 Eraserhead》를 만들었으나 제대로 개봉도 하지못했다. 내용도 난해하고 굉장히 기분 나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극장주의 눈에 들어 심야영화로 장기상영하게 되고,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때부터 그는 컬트의 귀재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전설적인 코미디언인 멜 브룩스 눈에 띄어 브룩스가 제작한 1980년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엘리펀트 맨 Elephant Man>을 감독한다.이 영화는 존 메릭이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로, 작품상을 포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다. 그러나 전부 수상실패. 1984년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연출,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1986년 같은 제작자의 투자를 받아 <블루 벨벳 Blue Velvet>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전작과 달리 흥행에 성공하고 이때부터 그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199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광란의 사랑 Wild At Heart>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이며, 그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같은 해에 린치는 TV용 드라마를 제작했다. 미스터리 수사극이며, 제목은 트윈 픽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아이돌 격인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고 FBI 수사관이 파견되면서 마을과 주민들의 흑막이 드러나는 내용이며, 시즌2로 막을 내렸고 1년 뒤 극장판도 나왔다.
1997년 <로스트 하이웨이 The Lost Highway>를 만들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들 중 씨네필 사이에서 호불호가 가장 강하게 갈리는 영화이며, 동시에 가장 난해한 영화다. 이 영화로 린치의 전성기 1부는 막을 내린다. 다만 OST는 대 호평. 스매싱 펌킨즈, 나인 인치 네일스, 마릴린 맨슨, 데이비드 보위, 매거진의 배리 애덤스, 람슈타인 같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1999년 위독한 형을 보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한 어느 노인의 실화를 각색한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를 만들었다. 어둡고 음산했던 전작들과 달리 밝고 감동적인 내용의 영화였는데, 린치가 이런 영화까지도 만들 수 있냐며 비평가들과 영화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겉으론 밝고 감동적이면서도 속을 보면 현실 속 어두움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2001년 TV 드라마 파일럿을 하나 제작했으나 외면당했다. 그 때 프랑스의 어느 영화제작사가 자금을 지원해서 40분 가량을 덧붙여 영화로 완성했으니, 그 이름은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이 영화로 그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다.
2006년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을 만들었다.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는 사실 로라 던(여배우, <광란의 사랑>의 여주인공)이 린치의 옆집으로 이사 왔는데, 둘이 우연히 만나서 수다 떨다 디지털 캠코더로 짧은 동영상 몇 편을 찍기로 했고, 그렇게 찍고 놀던 중 린치는 이것을 영화로 개봉하기로 결심하고 단편들을 모은 다음 몇몇 장면을 추가로 찍어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제목도 로라 던과의 이야기 중 나온 LA의 지역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한다.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특별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 Chacun son Cinema>의 한 편을 제작했으며, 그 해 칸 영화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인랜드 엠파이어>는 실제로 한 동네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여배우 로라 던 (린치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광란의 사랑>의 주연배우) 과 린치 감독이 찍은 여러개의 단편 영화들에 몇몇 장면들을 추가하여 완성된 영화이다. <이레이저 헤드>, <멀홀랜드 드라이브>, <로스트 하이웨이> 등의 작품이 절묘한 이야기와 린치 감독만의 어두운 스타일이 결합된 영화라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이런 린치 감독의 컬트적인 스타일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그 기괴함을 나타낸다. 등장하는 두 남녀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고, 창녀로 추정되는 여자는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다. 갑자기 두 남녀는 사라지고, 갑자기 텔레비전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여성이 있는 장소로 전환되고, 또 다시 그녀가 보고있는 기괴한 토끼의 가족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세 장면 사이의 연결 고리는 전혀 없어보이고, 오직 비현실성과 불완전함으로 가득 차 보인다. 오직 공포와 환각의 이미지만으로 매워진 영화의 분위기는 데이빗 린치의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보여준다.
비로소 다음 장면에서 영화 속 주인공인 퇴물 여배우 니키 (로라 던) 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제대로된 내러티브가 진행되나 싶다가, 이윽고 니키는 이런 이야기와 의식의 흐름 속에서 분리된다. 자신이 출연하여 연기하는 영화 속 이야기는 마치 실제 자신이 '현실' 속에서 겪는 경험들과도 비슷하고, 니키가 출연하는 영화를 둘러싸고 여러 괴담이 오간다. 결국 어느새 니키 자신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서 내일이 오늘이 되고, 과거가 지금이 되는, 이상한 시간의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허나 니키가 존재하고 있던 세계가 뒤틀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그녀가 '여배우'로 존재하던 공간과 역사는 어느새 창녀로 존재하는 세계로 탈바꿈하고, 한번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공간과 시간을 바꾸며 변화한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세 장면도 다른 형태로 등장하여 니키가 존재하는 (계속 변화하는) 세계와 연결되는데, 영화 속 인물들이 넋 놓고 주절거리는 대사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실제로 니키가 유산을 하였고, 남편과도 매우 불안정한 관계에 놓인 인물이라는 사실들이 계속해서 언급된다. 이를 통해 <인랜드 엠파이어> 속 기괴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세계가 곧 니키의 감정들이 구체화된 세계라는 것과 영화 속 뒤틀린 이야기가 '절대'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닌임을 조금이나마 눈치 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퍼즐과도 같은 <인랜드 엠파이어>라는 영화를 의식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볼 것인 것이냐이다.
린치 감독의 <인랜드 엠파이어>는 기존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었던 규칙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21세기에서 영화가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영화들이 이야기나 이야기를 통한 철학, 교훈 혹은 메시지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이야기를 단지 감독 본인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속 이야기가 불완전 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레이저 헤드>의 몇몇 상징주의 (영화 속 인물이나 행동 사물에 상징을 부여하는 것) 해설을 보면 기승전결을 무시하는 린치 감독 영화 속 이야기를 재조립하여 그 속에서 교훈과 메시지를 뽑아낼수는 있지만, "나는 <이레이저 헤드>를 느낀 것이지, 생각한 것이 아니다" 라는 린치 감독 본인의 말처럼 영화 속 린치 감독의 세계관과 그의 표현들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이야기를 분석하느냐? 혹은 표현을 느끼느냐?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
|
 |
기존의 영화들이 요구하는 '의식적인 영화 보기'가 아닌 '무의식적 영화 보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
|
| 글: 시네박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