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영화는 노인 '니모 노바디'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기억해내기 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복잡해진다. 기억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오를수록 여러갈래로 분화되는 미스터 노바디의 삶들. 9살, 철없는 그시절 부모님의 이혼 이후 함께한 부모와의 삶을 끌어안고 자신의 삶또한 살아나가야했던 니모의 하루하루. 그리고 118세가 되어버린 니모.
지금까지 니모가 어느 순간,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모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미스터 노바디.
주인공 니모 노바디는 자신의 과거를 세 명의 여인과 얽혀 추억한다. 애나, 엘리스, 진이라는 세 명의 여성은 그의 기억 그 자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의 기억 속에 모두 뒤얽혀 있다. 즉, 그녀들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 세상이 바로 니모 노바디가 회상하는 그의 과거다. 이 이야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평행 우주'이론을 생각해보면 된다. 우리와 똑같은 인물들이 다른 공간 속에 존재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평행 우주 이론은 수없이 영화나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다. 작년에 발간되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1Q84'라든지, 미드 <프린지>의 2시즌 등등. 평행 우주라는 소재는 영화나 책 속에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한 다른 갈림길에 대한 미련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한 것을 저 곳의 사람들이 선택한다면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르겠지? 라는 기대심리에서 비롯된 것 말이다.
그렇게 니모의 과거 속에는 네 명의 여인이 존재한다. 니모의 엄마, 엘리스(사라 폴리 역)와 결혼한 니모는 '그녀와 결혼을 해서 세 명의 아이들을 낳은 니모'와 '결혼식을 마친 뒤 가스 폭발로 인해 사망한 엘리스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남편 니모' 라는 모습을 통해서 그려진다. 이는 니모에게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대한 '선택'의 결과였다. 그리고 애나와(주노 템플 - 다이앤 크루거 역) 사랑하는 니모는 '애나와의 아름다운 첫만남 혹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던 만남'과 '재회를 한 이후, 다시 만나게 되는 둘과 그 반대' 등의 모습을 통해서 그려진다. 그리고 진과 결혼한 니모의 삶 또한 무척이나 다르다. 즉, 이 세 명의 여인들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니모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객석의 반응은 감탄과 환호, 갸우뚱거리는 복잡한 술렁거림으로 나뉘었다. 너무나도 많은 삶을 사는 여러명의 니모를 만나게 되는 대혼란을 경험해서일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다.니모의 삶만큼 이나 말이다.
한 인간의 머릿속과 마음속의 상상력에 의지한 기억의 회고를 따라다니게 만드는 이 영화의 서사적 특성은 매우 독특한 기쁨을 선사한다. 흡사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 우주를 시간여행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머릿속 상상력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판타스틱하고 놀라운 상상이 구현하는 눈부신 영상에 숨이 막히고, 마음속 기억을 따라가면 갈수록 '선택'에 따른 상황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니모의 인생에 함께 휩쓸려 그 고통과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도록하니 말이다.
태어나기 그 이전의 기억을 말해주던 아기천사 '니모'의 모습. '존재의 시작'을 말하기 위해 등장하는 순백의 니모가 가르쳐주는 '인중(人中)'의 비밀에 흐믓한 미소를 지은건 오직 나뿐이었을까? "스스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무엇으로 확신하는가?"라는 물음을 끊임없는 주변과의 관계속에 숨어있는 답들로 채워내려는 니모를 비롯한 관객들의 '선택의 여정'으로 내용을 풀어낸 영화 <미스터 노바디>의 복잡한 모양새에 깜빡 속아넘어가는 즐거움이 정말 최고다.
간단히 안내를 하자면, 오토바이 사고-> 차사고 -> 권총살인(욕조) ->최면시도 로 계속 되풀이되어 보여지는 대혼란속에 분화되는 니모의 삶은 앞으로 갔다 뒤로갔다가 하며 불규칙한 인생을 펼쳐놓는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관객들 입에서 "대체 누가 진짜야?"라는 탄식이 새어나왔음은 물론. 이 '인생'이라고 하는 미스터리에 빠져 끊임없는 선택에 뒤따라오는 결과적 삶에 대한 개인적 후회와 성찰이 가져다 주는 판타스틱한 스토리의 마법에 빠져들다보면 관객은 니모와 함께 로맨스도, 판타지도, SF까지도 함께 경험하고 난 후 최고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가능성'으로 가득찬 삶의 경이로움을 잘 보았다면....이제는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할 차례라는 결론. 과거는 애써 기억하려 하고 미래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우둔함, 되돌릴 수 없다는 '시간의 한계'를 지닌 삶이기에 제대로 선택하기가 더 어렵다는 변명...그 한계만큼이나 열려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자유로움,
무슨일이 일어날 줄 알게 되는 삶이라면 더욱 '선택'하기 어려워질 삶이기에 그저 가만히 있을수밖에 없는 체념, 붙잡고 싶을만큼 소중한 삶의 순간에서만큼은 호흡을 잠시 멈춰서라도 그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던 경험, 내가 '나'로 살았다고 하는 확신에 찬 기억에 대해 스스로 무엇으로 증명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 이 모든 것들을 영화 속 '미스터 노바디'의 파란만장한 인생 속에서 모두 얻게 되시길 바래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유쾌한 한컷.
'애나'역의 하이틴 배우 주노 템플은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크랙>에선 여선생을 추종하는 맹신열혈제자로 나와 좀 얼빵하지만 소녀같은 순진한 매력이 넘쳤는데 이 영화에선 그야말로 한층 더 성숙해져서 (훨씬 더 예뻐짐) 10대의 달콤한 향기 물씬나는 분위기에 상대배우 뿐만아니라 객석까지 달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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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않은 길을 가보려 하시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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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드죠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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