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 2012

얼마 전 별세한 이란의 예술 영화 감독 압바로 키 아로스타미의 작품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그의 이전 작과 같이 그의 예술적인 작품 세계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나 전작 <사랑을 카피하다>처럼 '사랑'에 대한 그의 깊은 고찰을 엿볼 수 있다. 영화라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또 실험한 키 아로스타미 감독은 이번 작에서도 꽤 도전적인 묘사와 표현을 했음에 틀림없다.
사실 잘 만들어진 포스터 덕에 감독이나 배우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바로 선택했다. 포스터만 보고도 현대인들의 고독, 결핍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영화 <셰임>을 불현듯 떠올리게 만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의 방향은 흘러갔고, 다만 달랐던 부분은 결말에 대한 쇼트와 명확한 주제가 결말부에 치다를 수록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이랄 수 있겠다.

영화는 시종일관 정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런 장르의 예술 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영화는 결말부에서 그 정적을 대놓고 깨부셔버린다. 영화 내내 미묘하고 모호하며 위험한 관계를 지녔던 타카시와 아키코가 노리아키에게 모든 사실이 발각되게 되면서 타카시 집 안에서 문을 걸어둔 채 이도 저도 못하는 장면인데, "인생은 경험이다"라며 늘 여유를 유지하던 타카시가 처음으로 겁을 먹고 숨는 굴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화가 난 노리아키는 급기야 유리창에 돌을 던지며, 창이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영화는 끝이 난다. 바로 이 부분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고찰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며, 어쩌면 이 결말부 전까지 감독의 현대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 앞에서 타카시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을 우리들에 대한 돌직구일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바로 아키코의 남자친구 노리아키의 등장과 함께 굉장히 미묘해지고 모호해지면서 위험해진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바로 타카시의 차에 노리아키가 탑승하면서 시작되는 장면인데, 소위 말하자면 '콜걸'과 '고객'이라는 관계 사이지만 이를 남자친구인 노리아키 앞에서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노리아키는 이들의 관계를 의심하기는 하지만, 이 노인과 아키코의 관계는 할아버지와 손녀와의 관계에 가깝다고 판단하였고 이 늙은 여우 같은 타카시는 모호한 대답으로 비로소 자신을 아키코의 할아버지로 믿게끔 둘러댄다. 더욱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은 바로 다음 장면에 이어지는데, 시험을 마치고 온 아키코가 타카시의 차에 탑승하며 이 세 명의 인물이 한 공간에 존재하게 됨으로써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눈치를 보며 상황 파악을 하지만 자신의 비밀스런 행적이 떳떳하지 못한 아키코, 여차 둘러댔지만 마음 속으로 역시 떳떳하지 못한 타카시, 아무것도 모르며 철썩같이 할아버지와 손녀로 믿고 있던 노리아키. 이 위험하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세 관계는 마치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느슨한 관계인 것이 3명의 남자와 모두 부끄러운 관계로서 맞닿아 있는 <우리 선희>에 비해 이 영화에선 둘 사이의 단기적으로 보이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콜걸'과 '고객'이라는 은밀한 관계에 있어서는 '사랑'이라는 말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사랑을 대하는 자세를 꼬집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두고 평을 할 때 '유리창'에 상징적 의미를 두고 바라본다. 그럴듯 한 것이 연출이 그렇도록 의도한다. 영화 시작부터 유리창에 대한 연출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현대인들의 소통의 방식을 유리창으로 비유한 연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 형체는 보이지만 맞닿을 수는 없는, 서로 소통을 하는 '척'만 하지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는 유리창의 상징적인 의미는 어쩌면 현대인들이 서로 관계 맻음을 할 때 사랑을 하는 '척'만 하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인 타카시의 대사들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교훈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그 늙은 남자는 그래봐야 세상 앞에서 떳떳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거짓말 쟁이에 불과하며 용기내어 사랑 따위 하지 못하는 찌질한 군상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거짓말쟁이들의 기만을 깨부셔주는 강렬한 반전으로 키아로스타미의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태도의 고찰 결과를 전달시켜 준다.
이러한 도전적인 연출 방식, 감독의 비판적 시선 모두 담겨져 있으며 카메라의 연출 기법, 정적인 분위기 연출 모두 담아 낸 진정성 있는 영화이지만 꽤나 호불호가 갈릴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키아로스타미가 일본에서 녹여낸 실험적인 이 도전은 정적인 분위기와 걸맞게 성공해 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작 <사랑을 카피하다>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이면서 프랑스 영화 느낌도 나고, 영화 미학적으로도 꽤 성공적인 작품이니 감상을 추천하는 편이지만, 오락이나 멜로 영화로서 이 영화에 접근한다면 그리 성공적인 방향은 아닐 것이다.
P.S. 영화 내 깔리는 재즈풍 음악은 영화에 매우 걸맞는다.
 |
|
 |
일본이나 프랑스 풍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정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
|
| 글: 진상명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