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길어올리기
2010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는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韓紙)를 소재로 한 영화로,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작업에 참여한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과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있는 영화감독 지원(강수연), 뇌경색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필용의 아내 효경(예지원)을 중심으로 한지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우리의 전통과 한지에 담겨져 있는 역사적 가치까지 논하고자 하는 영화이다.
<서편제> 나 <취화선> 등 지금껏 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를 담아내었던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본다면 이번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는 그에게 있어서 파격적인 변화를 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천년 견오백( 紙千年 絹五百)
1962년 항일 전쟁영화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데뷔한 임권택 감독은 1996년 가족구성원의 갈등을 그린 영화 <축제>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현대물에 도전한 셈인데 필름만 고집하다 생애 최초로 디지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판소리의 정서를 담아낸 <서편제>나 조선 후기의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 등 한국적인 문화를 찾기 위한 감독의 열정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지천년 견오백( 紙千年 絹五百)' "한지는 천년이 가고 비단은 오백년을 간다" 라는 말처럼 오랜시간동안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한지는 역사를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였고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문에 바르는 창호지, 족보나 불경의 영인(影印)에 쓰였던 복사지, 사군자나 화조도를 치던 화선지(畵宣紙), 연하장, 청첩장 으로 쓰이던 태지(苔紙) 까지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 하고 지금은 질기고 오래간다는 특성 때문에 각종 공예품과 의상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우리의 한지를 임권택 감독은 스크린으로 불러들여 한지 장인들의 고집스러운 집념들을 보여주고 그 우수성과 제작과정 들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려한다.
7급 공무원 한필용(박중훈)은 전주시청 청소과에 근무하다 한스타일과에 소속된 조선왕조실록 복본 사업부로 발령을 받게 되는데 임용장을 받는날 송하진 전주시장은 한지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표한다. 한지에 이름과 직위를 새겨 임용장을 교부할 만큼 한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것을 알게 된 필용은 승진을 위한 특별한 기회라 생각하고 한지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상사로 근무중인 필용의 고등학교 동창이 인정할 만큼 필용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고 결혼한 후 에도 바람을 피우다 걸려 아내 효경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 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도 못하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효경은 아직까지도 필용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다.
마침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하기위해 전주로 내려온 지원(강수연)을 도와줄 사람으로 필용이 나서면서 효경의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필용과 지원은 업무와 상관없이 이성으로써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조선왕조 복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필용은 남품업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영세한 한지업자들을 상대로 적은 예산을 가지고 설득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신이 한지 최고의 장인 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해 나가는것도 힘이들고 옛날 제작방식 그대로 복원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이 너무나 까다롭기만 하다.
마음으로 그 빛을 보듬어 "달빛 길어 올리기"
7급 공무원 필용에게 주어진 조선왕조실록 복본사업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제작방식을 사용하여 만든 한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한지업자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킨다.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는 한지업자와 공무원과의 갈등, 필용과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의 관계, 한지의 제작과정과 조선왕조실록의 복본화 작업 등 크게 몇 가지 줄거리를 드라마와 다큐를 혼용하여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의 영화로 탄생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실제 한지 산업과 관련된 상황들을 대입하여 한지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한지사업자들의 갈등을 극대화 시키고 필용과 지원,효경의 삼각관계에 집중하는것이 옳다고 할수있겠지만 임권택 감독은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배제한채 전통한지를 부각 시키는데 집중 하였다.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는데 열중했던 거장 임권택 감독의 뚝심이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한지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충들은 직접 그들과 생활해본 것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보여주는데, 전주 한지의 본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흑석골을 등장시키고 그곳에서 몇 대째 전통한지를 만들며 가업을 계승한 대성한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실제 전주를 대표하는 한지업계중 유일하게 여자의 몸으로 억척스럽게 전통한지를 생산해 내고 있는 여성이 한 명 있는데, 극중 회의장면에서 한지의 규격에 대해 논 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롯이 사람의 눈으로, 손으로, 감각으로 한장 한장 전통을 빚어냈던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문가들이 내어놓은 산성도나 백색도 따위는 그들의 기준으로 만들어놓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본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닥나무 껍질의 티눈을 제거하기 위해 몇날을 고생하시던 그 분의 어머니를 뵌적이 있다. 이제 몸이 쇠하여 병원에 입원해 계시면서도 혼자서 힘겨워 하는 딸을 안스러워하며 도와주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고 계신다. 한지장(韓紙匠)이 되기까지 평생 남편의 곁에서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이제 가업을 물려받은 딸을 위해 기꺼이 모든것을 내어 주시고 있다. 바로 이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빚어진 한장의 종이가 '한지(韓紙)'라는 이름으로 달빛과 함께 길어 올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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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한지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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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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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한지과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시장이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복원 사업에 매달리는 중이다. 3년 전, 자신 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 효경(예지원)이 지공예가이기도 하지만, 승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 더 열심이다. 그 사이 필용은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감독 지원(강수연)과 티격태격 대다 종국엔 교감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예산이 깎여버린 사업의 진행은 순탄치 않고, 아내 효경마저 필용과 지원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지는 조강지처, 화선지는 첩이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이러한 한지 예찬이 넘쳐난다. 직설화법을 넘어, 비전문배우들이 한지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심지어 지원의 작업을 빌어 다큐멘터리 화면를 그대로 삽입되기도 한다. 이를 단순한 정보전달 기능이 아닌 임권택 감독의 전통과 한지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달빛 길어올리기>는 오히려 간결하면서도 진득한 드라마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임권택 감독이 실로 오랜만에 연출하는 동시대를 그린 작품이기에, 박중훈이 넉넉하게 연기한 필용의 일상이 종종 잔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롱테이크와 함께 영상미로 유명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답게 탄성을 짓게 하는 유려한 장면들도 제법 여럿이다. 전주시가 관여했다고 해서 ‘관’스러운 느낌으로 충만한 것도 아니다. 그 보다 중요한 건 그 스스로가 장인인 이 노감독이 ‘천년이 가는 한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여기 모인 사람들, 다 마친 사람들이죠. 달밤에 종이 뜨는 저 사람들이나 그걸 기록하는 나나”라는 클라이막스 속 지원의 대사처럼, 어떻게든 ‘혼’을, ‘정신’을 이어나가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지만 또 세속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전작들과의 변화의 지점이라면 형식이 아닌 이러한 시선일터다. 대신 <서편제>나 <취화선>을 필두로 그가 줄곧 그려왔던 삶에 대한 집념, 그리고 ‘광인’의 기질을 드러내거나 초탈한 듯한 면모를 보였던 예인 혹은 직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효경은 스러져가는 전통에 대한 명백한 상징이다. 그러나 극의 중심이 필부들의 시선과 그리 다르지 않을 필용이 한지에 대해 배워나가며 맞게 되는 삶과 태도의 변화라는 점에서, <달빛 길어올리기>는 좀 더 쉽고 친근하다. 관조와 여유는 늘었지만 진심은 그대로다. 임권택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2011년 3월 18일 금요일 | 글_하성태 기자 ( woodyh@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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