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브라이트'
★★★ 주인공에 동화되고 상황은 체감되는, 실감나는 공포 영화.
공간 활용이 유려한 몇몇 공포 영화들이 있다. 단박에 떠오르는 건 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다. 두 영화 모두 밀폐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2일 개봉한 영화 <버닝 브라이트>도 완벽히 밀폐된 집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물이라는 데서 기존의 공간 활용형 공포 영화 선상에 놓인다. 공포의 대상으로 귀신이나 유령의 존재를 짐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정일 텐데, 의외로 이 집 안에서 활약하는 공포의 실체는 2주 굶은 식인 호랑이다.
보통 공포 영화에서 갇힌 공간은 피해자 역할에 놓인 주인공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가두면서 형성된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군분투를 제대로 보여주는 주인공 켈리 테일러(브리아나 에비건 분)가 호랑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끊임없이 여러 방문을 연쇄적으로 닫으며 폐쇄적 상황을 만들고, 그로써 안전을 확보한다.
문제는 호랑이의 발길질 서너 번이면 문은 쉽게 파괴되며, 켈리는 또다시 자신을 숨길 공간을 탐색해야 하는 데 있다. 더군다나 이 영화에서의 공간은 말 그대로 꽉 막힌 공간이다. 탈출을 위한 비상구는 주인공의 기지로 개척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 담보돼 있지 않다. 그렇기에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켈리가 위험천만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영화의 주 재미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뛰어난 상황 설정, 영화 주인공보다 먼저 공포를 느껴라
<버닝 브라이트>는 방 개수가 많은 2층 집, 무시무시한 호랑이,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만으로 채워지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공포 영화인 셈이다. 귓가를 울리는 호랑이의 그르렁 소리와 그림자 형상은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게 한다. 연출을 맡은 카를로스 브룩스 감독은 '공포와 섹시'의 관계를 알고 있는듯 하다. 호랑이를 전면에 등장시켜 주인공과의 혈투를 그려내기보다는 위협을 느끼는 주인공의 표정과 행동에 더 집중한다.
영화의 목적은 관객이 켈리의 상황을 생생하게 체감케 하는 데 있다. 결과부터 말하면 영화는 그 목적을 웬만큼은 달성한다. 극 초반 켈리의 미숙한 대처가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지점들이 있지만, 켈리와 같은 상황 안에 처해있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감정적 이해가 앞서니 넘어갈 만하다.
영화는 이처럼 위험천만한 상황 안에 감정 몰입을 부추길만한 단 한 명의 주인공을 던져 놓음으로써, 관객도 모험에 참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주인공의 상황에 동화되는 것은 기본이며, 주인공이 놀라기도 전에 관객이 먼저 놀라는 독특한 체험도 가능하다.
반복되는 호랑이와 인간의 추격전 양상이 어느 순간부터는 다소 고루해진다. 이는 추격 양상이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켈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켈리의 신경쇠약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는 터울이 많이 나 보이는 동생 톰이다. 어머니를 잃고 자폐증을 앓는 아이인 동생 톰은 다급한 켈리와 달리 여유롭게 호랑이의 위협을 피하면서 켈리의 고투를 오버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종종 몰입은 이런 부분에서 깨진다. 가만히 있어주기만 해도 켈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텐데, 철부지 동생은 여기 저기 돌아다녀 누나의 속을, 관객의 애간장을 태운다. 첫 탈출을 감행하며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켈리가 톰을 구하기 위해 제 발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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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K SOUL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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