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토이 스토리
Toys in the Attic, 2012
보기 드문 체코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왠지 모르게 익숙한 제목인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버려진 장난감과 장식품으로 가득 찬 오래된 다락방에서의 환상적이고 비밀스런 세계.
어느 집 다락방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장난감들이 있다. 스페인 꼭두각시 인형 ‘핸섬 경’, 최고의 도자기 인형이며 귀여운 제빵사인 ‘버터컵’, 기차역장인 “테디”, 진흙 인형 ‘로랑’ 등. 아침이면 늘 맛있는 케익을 구워주던 버터컵이 어느 날 갑자기 악의 세계를 다스리는 잔인한 무리들에게 의해 납치된다. 버터컵을 구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친구들의 노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2013년 11월 7일부터 11월11일까지 열린 제 15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2013)의 와이드 부문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룬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다. 가족 관객 대상의 영화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겨울방학 극장가의 서막을 장식할 수 있었을까?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꿈과 환상을 담은 체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발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는 유럽의 ‘팀 버튼’이라고 불리는 체코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거장 이지 바르타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특별 수공예 장편 애니메이션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는 한번에 한 프레임씩 세심하게 제작하는 방식으로 50명 이상의 애니메이터,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3년 이상 공들여 작업한 결과, 탄생하게 되었다.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는 미국작가이자 성우인 비비안 쉴링에 의해 영어대사로 각색되었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명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와 존 쿠삭의 누나인 조안 쿠삭이 더빙에 참여하여 미국에서는 2012년 9월에 개봉되었다. <다락방의 토이스토리>의 포스터는 연필로 만든 칼을 쥐고 있는 스페인 꼭두각시 인형 ‘핸섬 경’, 귀여운 제빵사이지만 감옥에 갇힌 ‘버터컵’, 기차 역장인 ‘데디’, 그리고 진흙인형 ‘로랑’의 장난스럽지만 귀여운 모습, 그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근엄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 등을 선보이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환상적이고 비밀스런 세계로 초대합니다!’ 라는 메인 카피는 <다락방의 토이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유럽의 ‘팀 버튼’ 이지 바르타가 선보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미국에 팀 버튼이 있다면 유럽에는 이지 바르타가 있다. 최초로 스톱모션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78이라는 짧은 애니 한편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 십명이나 되는 아티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다. 이지 바르타는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체코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점에서 유수한 영화제에서 지속적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골렘>,<파이트 파이퍼>,<장갑이 사라진 세계>와 같은 작품들이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의 보석과도 같이 평가되고 있다. 그는 1993년 이후 프라하의 산업예술대학에서 강사로 재직했고, 프라하 극장과 영화 제작사의 그래픽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포레스트 휘태커의 더빙 출연
동료 흑인 배우 윌 스미스가 로맨틱한 주연을 맡을 수 있게 하는, 그 연예인다운 잘생긴 외모를 갖고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그의 주름진 얼굴과 커다란 덩치는 감독들이 동정이 가는 비굴한 인물이나 초라한 인물, 엉뚱한 천재나 광기 어린 인물 등에 그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는 큰 덩치와 뛰어난 운동 신경 덕에 <리치몬트 연애소동>에서 풋볼 선수로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기 영화 <버드>에서 연기한 재즈의 전설 찰리 ‘버드’파커야 말로 그가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임을 처음으로 입증해준 역할이었다.
이 역으로 그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성공 후에 휘태커는 계속 승승장구하며 닐 조던의 <크라잉 게임>같은 영화들에서 비중 있는 역할들을 보장받았다. 특별한 우정과 금지된 사랑에 관한 내용의 영화에서 휘태커는 아일랜드 공화국군에게 납치되는 영국 군인을 연기했다. 모순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그의 기술은 짐 자무시의 <고스트 독>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다면적인 인물을 맡으려는 그의 취향은 <라스트 킹>에서 우간다의 전 독재자 이디 아민 역으로 보여준 막강한 연기로 그 정점에 도달했다. 살인적인 독재자를 연기하면서 상투적인 사악한 인물표현 방식에 빠지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인물이 현대사에서 잘 알려진 인물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휘태커는 굴하지 않고 그 돈키호테 같은 독재자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불리고 그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인간적인 아민을 연기했고 그 점은 잔학한 일을 자행하는 아민을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으며, 그 노력에 마땅하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토록 훌륭한 연기는 앞으로도 휘태커에게 그만큼 어렵고 도전이 따르는 역할들을 보장해줄 것이다.
수작업이 담은 시각적인 맛은 달콤하다
판타스틱미스터폭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다 감탄을 한 적은 참 오랜만인거 같다. 한땀한땀 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대단한 상상력이 한 몫 했겠지만 그걸 표현하는 창의성과 기술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 만들 때 들인 정성이 느껴져서 쉽사리 끄지 못하고 끝까지 다 봐야만 했다. 표현을 하는 방식에 있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같은 상상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보여 지는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표현의 다양함이 주는 흥미는 영화를 보다 푹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토이 스토리’ 인 것은 아마 영화를 수입한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었을 것이다. 국내 관객에게는 낯선 체코판 애니메이션과 이지 바르타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많은 위험이 따랐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 수요가 높지 않다. 아직도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지 않느냐는 강한 편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보고 싶은’ 영화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목이다. 픽사에 의해 제작되고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던 <토이 스토리>의 제목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그저 장소만 붙였다.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는 언뜻 픽사가 만든 영화 <토이스토리>의 후속작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물론 낯선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되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 역시 <토이스토리>와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고 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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