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첩보 드라마
2009년 가을에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는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에 맞게 드라마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성공으로 마무리 되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 판권이 팔리며 드라마의 인기는 절정에 다다랐고, 이어 속편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나아가 극장판으로 스크린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총 20부작인 드라마를 편집해 내놓은 극장판
<아이리스>는 TV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부작이나 되는 이 이야기를 단 2시간으로 줄여놓은 내용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이리스는 주인공 김현준(이병헌)이 NSS의 지시를 받아 북한의 최고국방위원을 암살한 뒤 조직에게 버림받는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현준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후 남한과 북한의 정권을 뒤흔들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비밀조직 아이리스의 정체를 알게되고, 아이리스 멤버 목록을 알아내 그들을 궤멸시키기 위해 북한의 첩보조직과 손을 잡게 된다.
하지만 아이리스가 광화문에 핵폭탄을 터트린다는 계획을 알게되어 이를 막고자 하는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김현준(이병헌 분)과 최승희(김태희 분)의 러브스토리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러브스토리는 극 중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고, 20부작의 드라마를 이끌기 위해선 어느정도 감정선이 필요한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편집본인 영화에서는 현준과 승희의 러브스토리가 상당히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자잘한 내용들은 아예 잘려 나가거나 간략하게 정리되고 있으며, 테러를 막는 스토리 위주로 편집되었다. 이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맥이 끊겨서 수박 겉핧기식이 되어 버렸다. 20부작을 2시간 남짓으로 편집하려니 아무래도 편집의 한계가 있었을 테지만, 덕지덕지 끼워 맞춘듯한 편집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드라마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편집한 작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호화캐스팅 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멋진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고, 전투장면도 이전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얼함과 큰 스케일. 특히나, 광화문 로케이션 때는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병헌과 김태희의 연기도 제법 좋았지만, 왠지 아직은 한국형 첩보물의 어색함이 느껴졌고, 무언가의 부족함이 느껴졌다.
빅(최승현 분)의 부재가 아쉽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다 보면 중반쯤 부터 이병헌에 대적하는 적으로 빅뱅의 탑으로 유명한 최승현이 등장한다. 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공작원으로 등장해 이병헌을 위협하고 테러를 행하려 하는 악역이다. 나름대로 이병헌에 대적할만한 존재로 큰 비중을 두고 등장했던 최승현은 영화에서 싹 사라졌다. 드라마에서 어느정도 분량은 물론이고 탄탄한 연기력까지 선보이며 나름대로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던 최승현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할 수 있다.
20부작이라면 총 20시간이 넘는 분량을 2시간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인물이라도 빼야만 했을 것이다. 기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복잡해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영화로 옮겼을때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기존 드라마는 영화를 염두해두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여러 배우들과 여러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를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드라마라는 것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영화 시나리오 처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아이리스>가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때는 참 신선했다. 드라마가 처음 시도한 분위기는 <본시리즈>를 흉내내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흡사했다. 물론 그대로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많이 참조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특히 촬영하는 방식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이유도 없이 어설프게 흔들어대는 카메라와 그렇게 긴박한 연출이 필요없는 씬에서 급하게 줌인 남발해서 클로즈업을 시켰다.
또 드라마 <아이리스>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성상 멜로를 집어넣어서 20~50대 아가씨 아줌마 팬들을 얻어야 했고, 탑을 등장 시켜서 10대들을 티비 앞에 앉혀야했다. 또 김태희와 김소연의 출연으로 남성팬들의 마음을 얻어야했고, 긴박한 장면들을 많이 집어넣어서 첩보물 매니아들이 관심있게 만들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지려 했던 드라마때문에 영화 편집본은 끊기는 부분들이 생겼고, 그때문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나로써는 아쉬웠다. 그렇지만, 드라마와 영화가 다르듯 <아이리스>를 영화로 감상해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