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의 눈으로 보는 왕비의 사랑
'페어웰, 마이 퀸'
이것은 반란인가? 아닙니다, 폐하. 반란이 아닌 혁명입니다.
1789년 프랑스. 왕실의 무능력과 귀족들의 사치 속에서 시민들의 고난은 더해져만 가고, 굶주린 시민들의 분노는 정점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7월 14일, 결국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무기를 손에 잡는다. 당시 정치범들을 수용하던 바스티유 감옥은 폭정의 심벌이었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수비군으로는 분노한 시민군을 당해낼 수 없었고, 당시 수비군을 지휘하던 로네이 후작이 맞아 죽음으로서 시민군은 역사에 남을 승리를 거뒀다. 이것이 바로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 프랑스 혁명의 불꽃이다.
내 이름은 시도니. 왕비의 책 읽어주는 시녀다.
그녀는 조금 특별하다. 똑똑하다고 할까, 아무런 생각 없이 윗사람의 말을 따르는 시녀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난세에 눈에 띄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야무진 손끝과 명석한 머리를 가졌지만 그것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적당히 신뢰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니가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마리 앙투아네뜨다. 극중 마리 앙투아네뜨에 대한 시도니의 열정은 대단하다. 시도니는 왕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마리 앙투아네뜨는 결코 좋은 왕비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오늘날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가 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폭정의 상징이며 근친상간, 불륜, 동성애 등 온갖 추문의 주인공이었으니. 그녀를 향한 시도니의 열망이 대체 어디서 기인했는지는 모르겠다. 몰라서 조금 답답하다. 하지만 그것도 당시 입을 다물고 살아야 했던 ‘시녀’들의 처지를 상징하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마리 앙투아네뜨, 작은 요정에서 단두대의 희생양으로
그녀는 오스트리아 여왕의 막내딸로 빈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하여 왕비가 되었다. 그녀는 몹시 아름다워 ‘작은 요정’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검소한 남편과는 달리, 사치와 향락에 젖어 왕실 국고를 탕진하고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정숙하지 못한 여자라는 소문도 짜했다.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 불륜은 예사였다. 동성애, 심지어 근친상간 설까지 있었다. <페어웰, 마이 퀸>에서는 마리 앙투아네뜨와 폴리냑 공작부인의 동성애를 보여준다.
마리 앙투아네뜨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대사가 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말의 출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마리 앙투아네뜨는 시민들의 힘든 농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때론 국정 회의에서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희대의 악녀라는 평과와는 달리, 마리 앙투아네뜨의 성격만큼은 상냥하고 밝았다고 한다. 다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읽기 쓰기가 어눌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왕실 공주들의 교육 수준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십대 소녀라고도 볼 수 있는 마리 앙투아네뜨. 그녀의 과도한 사치는 외로운 궁중생활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남편인 루이 16세는 소극적인 남자로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사냥이나 공예를 즐겼다. 권력의 후광을 걷어치우면 별 볼일 없는 남자였던 셈이다. 선량하다는 점이 그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결혼생활 7년 만에 첫 아이가 탄생한 것도 소원했던 부부사이를 드러내준다.
왕비의 사랑을 받은 여자
그녀의 이름은 가브리엘 폴리냑. 귀족부인들의 정점에 서 있는 왕비의 앞에서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여자다. 극중 마리 앙투아네뜨는 자기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에 끌렸다고 고백한다. 자기가 아무렇게나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할 때의 마리 앙투아네뜨는 왕비가 아니라, 사랑에 괴로워하는 평범한 여성처럼 보였다.
<페어웰, 마이 퀸>은 철저히 여성들의 영화다. 왕비와 그녀의 사랑을 받은 백작부인, 먼발치에서 왕비를 바라보는 시녀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주축이다. 여성들의 심리는 결코 한순간에 드러나지 않는다. ‘돌직구’스러운 대사가 아니라 눈빛,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배우들의 내공이 중요하다.

<미드나잇 인 파리> 레아 세이두
극중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녀 시도니 역할을 맡은 레아 세이두. 국내에 크게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의 청초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골동품 가게에서 서성이던 수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화장기 없는 얼굴, 풀어 내린 긴 머리, 시원스러운 미소까지. 미소가 굉장히 아름다운 배우다. <페어웰, 마이 퀸>에서는 정황 상 무표정이 주를 이뤘기에 그 미소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마리 앙투아네뜨, 그녀는 어떤 여자일까
현대에 이르러 마리 앙투아네뜨는 다양한 시각으로해석되었다. 그녀를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들이 많다. <페어웰, 마이 퀸>에서는 마리 앙투아네뜨의 약한 모습과 동성애를 부각시켰지만, 색다른 마리 앙투아네뜨를 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있다. 영화, 드라마, 소설, 뮤지컬 등. 이런 작품들을 감상할 때면 프랑스 혁명이라는 커다란 배경에 집중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극 자체의 분위기에 더 주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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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으신 분
매력적인 배우‘레아 세이두’의 열연을 보고 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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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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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남긴 희대의 소재,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 정점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기구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은 세대를 거쳐 회자되어왔다. <페어웰, 마이퀸>은 기존의 이야기와는 조금 달리, 가상의 등장인물을 중심에 놓고 잡히지 않는 사랑과 지키지 못할 사랑에 대해 말한다. 영화는 대척점에 놓인 역사의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와 영화의 주인공 시도니의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감정 묘사를 균형감 있게 잘 잡아낸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격정적 사건은 프레임 밖 파리에서 진행되는 반면, 영화는 베르사이유 궁정 안의 감정 묘사만으로 100분을 채우느라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다시금 감정선을 팽팽히 잡아당기기 위해 영화는 음악으로, 카메라 워크로 긴박감을 주려 하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과도한 음악 삽입은 임팩트를 놓치고, 산만한 주밍과 패닝샷은 과시적 장치로만 기능한다. 감정의 완급조절에 성공했다면 이보다 깊고 내밀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을 거란 아쉬움을 남긴다.
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 글_최지나 기자 (payphonelov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