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모르는 도시의 슬픈 동화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Nobody Knows, 2004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고레에다 하로카즈 감독의 2005년도 작품 <아무도 모른다> 입니다. 주연인 야기라 유야의 칸느 영화제 남우 주연상 수상으로 최연소 남우 주연상이라는 기록을 갖기도 했는데요. 사실 충격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화제성 덕분에 국내에서도 개봉 당시 많이 알려졌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모른다>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굳힌 고레에다 하로카즈 감독은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오다기리 죠의 2011년도 작품 <진짜로 일어나질지도 몰라 기적>, 2013년도 작품<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발표하는 작품들이 모두 국내에서 꾸준히 소개되는 등 국내에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감독이기도 한데요, 그럼 지금부터 영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을.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네 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온다. 집주인에게는 식구가 적은 척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12살 장남 아키라는 몰래 동생들을 짐 속에 숨겨 들여온다. 엄마는 아이가 넷이나 딸린 싱글맘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 것, 밖에 나가지 말 것 등등의 규칙을 정한다. 또 이 철없어 보이는 엄마는 아이들(심지어 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만 갇힌 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간다. 어느 날, 엄마는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이제부터 아무도 모르게 네 남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험이 시작된다. (네이버 영화 발췌, 중략)
잘 알려져있듯이 이 영화는 1988년 도쿄에서 실제 있었던 일명 스가모 아동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일단 이 사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남편과의 혼인신고가 되어있던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아이의 출생신고 또한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외도로 인한 여러가지 안좋은 상황으로 결국 헤어지게 되고, 장남이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음에도 취학통지서가 오지 않아 구청에 찾아간 뒤 장남이 호적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음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호적 신고를 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면 자택에서 출산을 하는 방식으로 계속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후 계속 거짓말을 하며 아이 다섯을 낳아 키우던 중 1988년 다른 남자가 생기면서 아이들을 집에 방치한 채 가출을 하게 됩니다. 당시 아이들의 나이는 14세, 7세, 3세, 2세였으며 어머니가 매월 보내온 금액은 7-8만 엔이었다고 합니다. 가끔 안부를 묻는 것 외에 아이들이 사는 집에는 찾아가지 않고 생활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집안에서 완전 방임 상태에 놓여있게 되었으며 그러던 중 장남의 두 친구가 차녀를 폭행, 사망하게 하는 사고가 발생, 차녀의 시체를 여행가방에 넣고 공원에 매장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후에 같은 멘션에 사는 주민들의 제보로 인하여 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중요한 복선이 있는 오프닝 장면
영화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모티브로 한 사건이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방치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마치 관찰하듯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객관적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하며 보기 보다는 저 또한 한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장남인 아키라가 장을 보러 가는 장면이나 메니큐어 장면 등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런 장면 장면들이 사회라는 정글 안에 방치되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개인적으로 애잔하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뒷맛이 씁쓸하기도 한 복잡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재밌어, 슬퍼, 무서워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내리기에 복잡미묘한 작품이라서 여운도 더 오래 남는 것 같구요.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올랐던 작품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나카시마 타츠야 감독의 2007년도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었구요, 다른 한 작품은 편혜영 작가의 단편집 <아오이 가든>입니다.
제자가 일으킨 절도사건으로 해고 당하면서 꼬일대로 꼬여버린 삶으로 인해 자살, 불륜, 배신 및 살해 등 늘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항상 절망속에서만 허덕이다 비참한 삶을 마감한 마츠코의 삶을 그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온갖 악취가 올라오는 저수지 옆 <아오이 가든>에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도 모른 채 숨어사는 형제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그려낸 <아오이 가든>에서 나온 인물들의 모습이나 어딘가 사회에서 버림 받고 외면받은 채 처절하게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들이이나 자신이 쳐한 상황을 그저 담담하게 견뎌가려고 하는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계절의 변화 외에 많은 것을 의미하는 시장 장면
사실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보고 <아무도 모른다>의 등급은 아무리 낮아도 최하 15세 미만 관람 불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의 등급은 전체 관람가 이더군요. 물론 영화에는 크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도,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영화의 내용 자체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다 생각합니다. 워낙 공포,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챙겨보지만,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영화로, 책으로 접하는 공포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 자체라고 느끼는 일이 참 많았거든요.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현실에서 허덕이고 누군가는 전혀 모르는 채 지나간다는 사실이 실제로 늘 우리 주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일이 나에게 발생할 수 있다 라는 가능성 또한 항상 존재하는 점 이니까요. 이래저래 보고 나서 괜히 머리가 복잡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구요. 뮤지컬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함께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경우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을 차용하되 극단적으로 표현된 영화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와 그 방식은 정 반대라 할 수 있지만, 두 영화에서 말하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둘다 잔상이 오래 남은 작품이기도 하구요.
많은 것을 의미하던 메니큐어
영화 중반 이후에 아이들이 집에서 벗어나 공원에서 뛰어놀던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임과 동시에 가장 슬픈 장면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으신가요? 지금까지 <아무도 모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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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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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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