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맨
A Serious Man, 2009
‘영화 <시리어스 맨>은 속 특별한 주인공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그 자체를 살아가는 너와 나의 이야기’이다. 한 남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한 남동생의 형으로서, 한 학교의 교수로서. 주인공 ‘래리’는 수십 가지의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문제 투성이다.
잔잔하게 결혼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줄 알았건만, 이게 웬걸!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15년 동안 그들의 친구였던 ‘사이’와 새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서 말이다. 속전속결로 아내 쥬디스와 사이는 래리를 동네 변두리 모텔로 쫓아낸다.이해 못할 것은 집에서 아버지가 모텔로 쫓겨나갔지만 자식들 중 어느 누구하나도 부당함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들 대니가 엄마에게 “아버지, 어디갔어요?”라고 묻자 엄마는 “아빠 모텔로 집 나갔잖니.”라는 짦은 한마디에 자식들 모두가 수긍하며 수프를 쪼르륵쪼르륵 먹는 그들의 모습은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묻어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에서 이해하지 못할 문제로 오히려 자신이 쫓겨난 것에도 래리는 아내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도 전혀 신뢰감을 받고 있지도 않고 사랑을 받지도 않고 있는 그는 자식들에게 조차 자신의 처지를 투덜대지 못한다. 아들에게는 단지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을 때 고쳐주는 아저씨정도로 딸에게는 코수술을 하기 위해 돈을 훔칠 수 있는 돈주머니 정도로 여겨진다.
래리는 자신의 이런 처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래리의 모습은 어찌 보면 찌질 해 보이기까지 한다. 옆집 이웃이 자신의 마당을 침범해 한 마디 해도 그저 그냥 진짜 한 마디 할 뿐이다.
또한 래리에게는 나이가 충분히 많이 먹은 남동생 아더가 있다. 아더는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할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형인 래리에게 원 플러스 원처럼 얹혀서 살고 있다. 동생 아더는 주에서 금지하는 도박을 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이 매춘을 알선하기도 하는 사고를 계속해서 치는 동생이다. 아더는 영화 말미에 신에게 불평한다. 신은 불공평하다고 말이다. 신은 형에게 가족과 직업 모든 것을 주었지만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면서 말이다. 영화 속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사람은 정말 각자 자기 나름의 입장이 있다.’고 말이다. ‘어느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정말 다들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볼 수 있구나.’라고 말이다. 래리 자신은 문제투성이라고 느끼고 있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삶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참 재미가 아닌가 싶다.
‘가화만사성’이라는 집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고어처럼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래리에게 다른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 가 싶다. 래리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변호사 비용 3000달러를 써야만하고 학교에서 한국 학생 클라이브는 뇌물을 주고서 자신을 시험에서 통과시켜 달라 하고 학교에서는 자신의 교수 종신권 회의가 얼마 남자 않아 골머리고 말이다. 래리는 변호사 비용 3000달러를 감당하기 위해 부도덕적이라고 여겼던 클라이브의 뇌물을 받아들이게 된다. 래리는 출석부를 펴고 클라이브 이름 옆에 F를 지우고 C-로 고쳐쓰고 만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토네이도 경보가 일어나고 수업은 중단되고 학생들은 모두 지하실로 대피하고 있다. 래리의 창문 밖 배경은 돌풍을 몰고 오는 토네이도의 희뿌연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것은 래리의 정신적인 상태를 대변하고 있는 것도 같다고 본다. 자신이 그동안 신념같이 지켜왔던 도덕적인 선을 넘고 마는 행동을 하면서 래리의 마음속에는 토네이도만큼 강한 돌풍이 불었을 것이다. 추상적인 래리의 마음을 영화의 배경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는 모든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래리에게 특별함은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써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 ‘래리’에게 자기 자신과 같다는 동일시를 쉽게 할 수 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이 문제들을 풀어주기 위한 장치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코엔형제는 이 문제들을 풀어주기 위한 장치로서 랍비 세 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마지막 랍비는 개인적인 명상 때문에 만나지 못한다는 거절을 당하고 두 명의 랍비를 만나지만, 그렇다 할 해답을 얻는 것은 결코 없다. 그것이 감독 코엔 형제가 관객에게 전하는 문제를 대처하는 답일 것이다.
사실 영화 첫 장면에 이 같은 말이 있다. 이는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는 유명한 종교학자의 말이다. 영화 첫 장면에 이 같은 말을 제시하므로 써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단순하게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수학과 같이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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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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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이슬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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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어디 쉽던가.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게 사람의 인생이다. 근데 말은 참 쉬운데 이걸 영화로 만들어 표현한다면 그리 쉽지는 않은 작업이 될 거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어떤 사람의 일상 자체를 찍어 댈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코엔 형제는 인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굉장히 사적이면서도 공감가게 풀어냈다. 어차피 인생이란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니까. 코엔 형제는 특별한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모두 보여준다.대학 교수인 유태인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최근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아내(사리 레닉)는 래리의 친구와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아들은 학교에서 말썽만 피우고 집에서는 TV 안테나를 만져 달라는 소리뿐이다. 딸은 성형을 하겠다며 아빠의 지갑에 손을 대고, 남동생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기행만 저지른다. 이런 와중에 학교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점수가 왜 F냐며 수정을 요구하다 급기야 돈 봉투까지 놓고 가고, 이로 인해 정교수 채용 문제에서 곤란을 겪게 된다. 자꾸 꼬여만 가는 일상. 도무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래리는 인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가장 위대 랍비를 찾아간다.<시리어스맨>은 유태인과 유태인의 문화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주인공 래리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태인으로서의 삶에 충실한 인물이다. 이혼문제, 자녀문제, 학교에서의 곤란한 일 등 하루가 편할 날이 없는 래리는 자신의 힘겨운 삶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가장 위대한 3명의 랍비를 찾아간다. 하지만 복잡하고 실질적인 자신의 고민에 대해 원론적이고 고지식한 대답만 하는 랍비. 명쾌한 대답을 기대했던 래리는 다시 심각해지지만, 그들의 얘기가 틀린 것도 아니다. 일상의 복잡다단한 일들에 어떤 명쾌한 해답이 있을 수 있겠나? 설사 있더라도 그건 그렇게 엄청난 대답은 아닐 거다.영화는 래리라는 인물의 아주 사적인 삶을 유태인의 정서와 생활 방식을 통해 풀어낸다. 친숙하지 않은 그들의 문화가 미국 관객이 느끼는 것만큼 우리에게 전해지지는 않지만, 진지한 통찰과 일상의 코미디를 오가는 가장 래리의 모습을 통해 코엔 형제의 블랙 코미디를 만끽할 수 있다. 문화 자체를 이해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겪는 다양한 일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인과의 문제, 아이들과의 문제, 남동생을 통한 가족의 문제 등 묵묵히 지고 가야 할 업보들이 심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그나마 TV 안테나를 고치러 올라갔다가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옆집 여자를 보는 것이 잠시의 일탈이랄까? 그만큼 래리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이번 영화에서도 코엔 형제의 은근한 유머가 빛을 발한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을 압박하다가도 다시 인생 뭐 있냐는 식으로 달관하는 자세를 취한다. 아들의 경우, 친구에게 줄 마리화나 대금이 든 라디오를 선생님한테 뺏기고 매일 친구를 피해 도망 다니듯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돈을 돌려받고 친구에게 마리화나 값을 주려는 순간 학교를 향해 거대한 태풍이 다가온다.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냐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친구.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나. 사소한 일에 아등바등하지만 결국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너무나도 사적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삶을 보여준 데에는 래리를 연기한 마이클 스터버그의 공이 크다. 그는 토니상을 수상할 정도로 뉴욕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지만, 코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엔 역시 그에게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맡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본 리딩 때, 마이클 스터버그는 일상을 살아가는 고달픈 가장의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주인공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또 1960년대 미국 중서부 지역의 유태인 문화를 완벽히 재현한 프로덕션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음악과 패션 스타일, 일상 소품들 역시 시대적인 표현과 함께 코엔 형제 특유의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시리어스맨>은 너무 심각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라도 인생에 대해 쉽게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신에 버금가는 위대한 랍비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명확한 해답을 줄 수는 없다. 그들의 얘기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서 답이 될 수도, 다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탈무드’의 코엔 형제식 해석과 현대 사회에 대한 적절한 적용은 <시리어스맨>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또 다른 재미다.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 (iwai@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