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사이드
The I Inside, 2003
영화 <아이 인사이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팁을 드리고 싶네요. 영화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 보자! 스릴러나 반전 영화를 조금 많이 봤다는 분들 중에서 간혹 너무 자잘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시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기 놓여 있는 컵은 뭘 상징하는걸까? 저 사람이 왜 저런 대사를 이런 타이밍에? 물론 영화가 끝나고서는 그렇게 고민하셔도 됩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영화가 흐르는 대로 죽 빠져드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반전 류의 영화는 그 반전을 예상하면서 보는 것도 좋기는 한데, 진정한 반전영화의 참맛은 속은 걸 깨닫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게 이런거였나?' '이런 의미가 있었나?' 간단히 표현하자면, 음식을 향과 색감만 보고 '흠, 이건 이런 재료가 들어갔고, 맛이 이럴꺼야.' 라는 것과 '맛을 보니 이런 맛이?! 아.. 이런게 들어갔던 거였군' 라는 두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예상하면서 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번 쉬면서 감독이 주고 싶었던 그 자체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첫 번째 힌트
문득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내가 병실에 있다. 라는 설정은 오래 전부터 써오던 극의 시작 방식 중 하나입니다. 아이인사이드 도 그런 도입부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첫 번째 층은 '영화'라는 빌딩의 로비 쯤 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라는 것은 건물과 마찬가지로 최상층에 올라서서 풍경을 바라보려면 1층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합니다. 그 올라간 순간에 보이는 풍경이 감독의 입장에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첫번째 힌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출입구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듯이 말이죠. 비밀번호에는 설정한 사람많이 알 수 있는 의미가 담겨진 경우가 많습니다. 애인의 생일이라던가, 집을 가지게 된 날이라던가. 타인이 볼 때에는 그저 숫자의 배열일 뿐입니다. 이 장면 또한 처음에 보았을 때에는 단순한 숫자의 배열로 밖에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감독이 던지는 첫번째 비밀번호이며, 영화의 결말이라는 풍경을 보았을 때 그 의미를 알아차리게 될겁니다.
감독이 던지는 두 번째 힌트
영화가 진행될 수록 관객과 주인공은 하나의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바로, '혼란'입니다. 우리가 '반전'이란 출입구를 향해서 가는 일은 황금이 가득 쌓인 감독의 보물창고로 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그 가는 길에 여러가지 힌트와 함께 함정을 설치해 놓았지요. 힌트와 함정은 둘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주인공과 관객은 동시에 혼란에 빠지는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트랩과 힌트의 배치를 적절하게 완급조절을 잘한 경우입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관계되어 있는 여러 인물들이 '티키타카'를 하듯, 적절한 타이밍에 주인공에게 힌트일지 함정일지 모를 중요한 대사를 던집니다. 앞서 '흐르는 대로 영화를 봐라'라고 말씀을 드렷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됩니다. 아이인사이드 빌딩은 층에서 층으로 올라가는 길목마다 전망에서 무엇을 봐야하는지 안내판을 설치한 상황입니다. 쉽사리 지나쳤다가는 좋은 풍경을 보고도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게 되버리는 것이죠. 밤하늘의 별똥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먼(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안내판같은 존재들이니까요.
감독이 던지는 첫번째 질문
여러 개의 안내판들을 지나왔다면 중간 즈음에 유독 잘 보이는 안내문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는 대사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집니다. - 왜, 사람들이 항상 말하잖아? 과거의 일들 중에서 꼭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다고.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하고, 안타까워 합니다. 이런 결과에는 반드시 처음의 선택이 존재합니다. A라는 결정을 했기에 B라는 일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과정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A와 B 사이의 C다.
after before 사이의 choice다.
사람은 살면서 하루에도 수 백개의 선택을 합니다. 아침을 뭘 먹는가, 밥을 먼저 먹는지 국을 먼저 먹는지 이런 사소한 일부터, 선전포고를 할 것인가, 어느 곳에 미사일을 날릴 것인가. 라는 중대한 일까지.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결정과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서 닥친 결과에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영화가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찌보면 간단합니다. '후회하지 않게 된다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감독이 던지는 두 번째 질문
이 영화를 보게 되는 분들이 위의 장면을 본다면, 옥상으로 향하는 문 바로 앞에 서있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마지막 트랩이 하나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안내판을 성실히 봤다면 트랩을 해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트랩이 해제되고 문의 손잡이를 잡은 당신은 기대에 차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풍경을 보기 직전의 기대감과 긴장감은 감독이 던지는 두번째이자 마지막 질문과도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영화는 사이먼이 '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주변 인물들과 사이먼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몇몇 중요한 의문의 답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결말이란 풍경으로 갈 수 있는 출입문의 '잠금 해제'를 돕게 됩니다.
리뷰를 마치며. 필자가 던지는 바람
'아이인사이드'라는 영화는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10 안에 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스릴러 영화라면 메멘토, 아이덴티티, 프라이멀 피어 등등 쟁쟁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대단한 영화에는 반드시 그 안에서 배우들이 명연기를 펼치며 영화의 질과 품격을 높입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들에게 가장 중효한 점은 옥상까지 올라가는 계단 중간중간 마다 적절하게 좋은 안내판들을 부착하는 것입니다. 그 위치를 정하는 일은 감독의 몫이지만 어떻게 안내판의 내용과 보이는 모습은 배우로 인해 결정이 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내판을 보고 옥상을 향해 올라가는 관객입니다.
올라가는 계단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안내판이 부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니겠지요. 다만 올라가는 이가 너무 일찍 포기하게 된다면, 옥상에서 기다리는 감독과 같이 풍경을 감상할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게 나는 땀을 옥상의 바람으로 식히며 풍경의 감동을 느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스릴러 매니아 라면 꼭 봐야될 영화 중 하나인 <아이 인사이드>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