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일본 영화는 대부분의 영화가 잔잔한 감동을 내포하고 있다. 이 영화도 역시나 그런 종류인데, 독특한 장소에 독특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일본 영화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인해 보게 되었다. 제목만 보면 식당, 음식에 관한 내용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알고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각자의 사연으로 모이게 된 세 여자와 남편의 가출로 상심이 큰 핀란드 여자, 양심 없이 매일 공짜 커피만 홀짝이고 가는 핀란드 청년이 이 영화를 꾸미는 배우들이다. 특별이 얼굴이 예쁘고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캐릭터는 분명하고 이것들이 이 영화의 개성이기도하다.
영화의 배경이 핀란드인만큼 영상미나 다채로운 풍경들을 기대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영화 장면 거의 대부분이 식당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중간 중간 시장을 보는 장면, 핀란드의 백미인 숲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었다. 이 영화의 주된 소재인 음식, 특히 오니기리와 시나몬롤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침이 고였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인데, 이들은 음식을 제대로 찍을 줄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꾸며내는 것 없이 음식의 그 본연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색깔이나 식감, 소리 등 깔끔한 영상이 마음에 들었다.
명대사들도 좀 엿볼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우리는 늘 모든걸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라던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기 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예요." 등이다. 전자는 알고 있던 말이지만 직접 들으니 격하게 공감이 되었고, 후자 같은 경우는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주인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정말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이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보통의 우리와는 다르게 사람들을 따뜻하고 편견 없이 대한다. 요즘에는 잘 볼 수 없는 그런 모습들이다. 주인공인 사치에는 스스럼 없이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잘 곳과 음식을 대접할 줄 안다. 영화 내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마저도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조바심 내거나 절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계속한다. 이런 모습들이 사치에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즉 수사학적이지 않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상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인물들의 저다마의 사정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되는 그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수사학적인 영화들은 민망하리만치 스토리를 부자연스럽게 전개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종종 등장한다. 배경은 핀란드지만 일본의 느낌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중 후반대에 여자 네명이 선그라스를 끼고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저마다의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참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언젠가 나도 좋은 친구들과 좋은 곳에서 따뜻한 햇살 속에 바다를 바라보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마지막에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헤어지지만,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사치에가 "어서오세요!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 아닐까 라는 메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경쟁, 돈, 성공 등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늪에 허우적거리며 숨돌릴 틈 없이 살아가는 요즘, 한번 쯤은 꿈꿔 볼 만한 여유로운 삶. 겉으로는 부족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적으로 아주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부러울 따름이다. 북유럽,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 카모메 식당은 이 세 곳의 분위기를 모두 담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평화로움과 핀란드의 정갈한 인테리어, 그리고 헬싱키의 따뜻한 햇살까지! 어느 하나도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약간 부족한듯 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문득 헬싱키에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시나몬 향이 그윽하게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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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분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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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줄리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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