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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네버엔딩 (2014)

조회수 3,194

영화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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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간략평

Good 좋아요!

  • <타인의 취향> <룩 앳미> <레인>의 아네스 자우이 연출작.
  • 아네스 자우이와 남편 장 피에르 바크리가 시나리오 작업뿐 아니라 직접 출연까지.
  • 112분간 구석구석 파리를 여행한 것 같은 기분.
  • 꽤 흥미로운 안티 판타지 로맨스.

Bad 음~글쎄요

  •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캐릭터들과 스토리.
  • 프랑스 특유의 난해한 코드와 안 맞는 사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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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운명적 사랑을 기다리는 그녀
알록달록 로맨틱한 무지개가 펼쳐진 파리에 오매불망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로라는 우연히 댄스파티에서 가난한 산드로를 만나게 된다. 파티장에서 블링블링한 훈남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로라는 흔남 산드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둘은 신분의 차이에는 아랑곳없이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얼마 후, 로라 앞에 치명적인 마성의 매력남 맥심이 나타나게 되고, 순진한 로라는 그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토록 운명의 남자를 기다려온 그녀, 과연 갑자기 나타난 백마 탄 왕자님들(?)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운명의 날을 거부하는 남자
점쟁이를 통해 우연히 자신이 죽는 날을 알게 되고, 그 날이 가까워옴에 따라 죽음에 사로잡히게 된 신경쇠약직전의 남자 피에르. 그는 산드로의 아빠다. 돈 문제로 아들에게 깐깐하게 굴어대고, 아이들을 티나게 버거워하는 까칠한 남자였지만, 죽음을 앞두고는 조금씩 무너져간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새 애인은 변했다고 잔소리, 아들 산드로는 유산타령, 운전 교습 받으러 온 아들 애인의 고모는 통제불가… 명줄 앞당기는 주변 사람들 속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거부하는 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평화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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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네버엔딩
Au Bout Du Conte, Under The Rainbow, 2013



 

누구나 한번쯤은 운명의 사랑을 꿈꿀 때가 있다. 영화는 그 운명의 사랑이 한 편의 동화 같은 허상은 아닌지 물음을 던지면서 정말로 소중한 것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 영화 <해피엔딩 네버엔딩>의 감독은 프랑스의 여류감독 ‘아네스 자우이’로 연출, 각본, 연기까지 도맡아 하는 재능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명성이 높다.


<
타인의 취향>, <룩 앳 미>, <레인> 등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영화는 관찰자적 시각으로 등장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며, 드라마틱하거나 과장된 클라이막스가 아닌 일상적인 에피소드식 스토리 구성으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매력과 아기자기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동화 속 운명의 사랑을 믿으시나요
영화는 처음 만나는 남자마다 “운명을 믿으세요?”라고 다소 백치미 넘치는 질문을 할 것 같은 24세의 몽상가 로라의 꿈에서 시작한다. 로라는 꿈속에서 숲 속을 헤매다 천사가 손짓으로 가리키고 있는 어떤 왕자님 복장을 한 남자를 만나는데, 이 남자에게 안겨 두려움 없이 하늘을 날면서 황홀한 감정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꿈이란 흔히 이성적 사고가 잠자고 있을 때 슬그머니 깨어나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숨겨진 욕망의 발현인데, 로라는 그 꿈처럼 동화 속 왕자님과 첫눈에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를 원하는 것이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것처럼 이유도 모른채 누군가에게 갑작스레 빠져들며, 몸과 마음이 둥실둥실 들뜨고 그 사람과 함께하면 뭐든지 가능할 것만 같은 열띤 감정. 남자건 여자건 한번쯤 이런 강렬한 사랑에 빠지는 로망을 꿈꾸곤 할 것이다. 로라는 이런 감정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면서 이혼녀이자 무명배우인 고모 마리안느(영화 감독인 아네스 자우이)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로라는 어느 파티에서 음악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작곡가 지망생인 산드로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로라는 자기의 꿈속에서 본 것과 똑같이 천사상이 가리키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산드로가 바로 그 꿈 같은 사랑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산드로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급히 파티를 나서고, 급한 나머지 신발 한 짝을 흘린다. 서로 엇갈리던 시간을 지나 산드로와 로라는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후로 급속도로 친해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산드로와 만나게 된 과정에서 일어난 우연의 연속이 로라로 하여금 산드로를 운명의 연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로라의 이러한 생각대로라면, 어떠한 우연의 연속도 운명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로라는 나중엔 바람둥이 맥심과 자꾸 마주치는 우연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맥심에게 한눈을 팔게 되고,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여겼던 산드로와의 관계에 회의를 갖게 된다. 사실 우연은 작은 확률이긴 해도 말 그대로 별 인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일어난 일일 뿐이지 그게 겹친다고 운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나 사랑이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불가항력의 운명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삶을 수 백 번 반복해도 같은 일이 생기고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지를 봐야 한다. 즉 우리는 어떤 일이나 사랑이 운명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단 한번만 지금의 ‘나’로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게다가 로라는 ‘우연의 연속이 인도한 운명적인 것 같은 사랑’과 그것이 주는 달콤한 감정에 빠진 것이지 산드로라는 사람 그 자체를 제대로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우연이 자꾸 겹치면 운명이라고 믿는 것을 뭐라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사랑하게 된 사람을 제대로 보고 그의 꿈과 불안을 함께하며 감정을 나누고 깊은 이해를 구축해가는 진짜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일 수 있다.


로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연의 연속을 운명으로 생각하라는 것도, 어떤 사랑이 우연인지, 운명인지 따지라는 것도 아니다. 내 곁에 다가온 한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면 그 사람을 제대로 보며 깊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현실주의자에게 찾아온 죽음
한편 프랑스 영화답게 또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며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가게 된다. 산드로의 아버지 피에르는 자기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나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는 자기 여자친구인 엘레노어의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간은 죽으면 그냥 썩어 해골이 될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하드보일드 현실주의자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데 익숙하지 않은 폐쇄적인 비밀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도 자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점쟁이에게서 자신이 죽을 날짜를 들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그 날짜를 헤어진 부인에게 물어본다. 이 후에는 그 날짜에 온 정신을 사로잡혀 괴로워하게 된다.


피에르는 미신을 믿은 적이 없는 자신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미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믿는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그 절대 진리가 자신을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새삼스럽고도 강렬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죽음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언젠가 아버지처럼 관 속에 아무것도 없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누워서 썩어 들어가다가 결국엔 해골만 달랑 남게 될 거라는 그 적나라한 죽음의 공포감에 짓눌리게 된다.







꿈 속 왕자님을 쫓아 이리저리 방황하는 로라가 몽상 때문에 현실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는 캐릭터라면, 피에르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탓에 삶이나 인간관계,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없고 그 때문에 자기 혼자 괴로워하다 여자친구를 떠나 보내는 서로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결국 영화는 중용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 같다.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고독과 죽음이 존재하는 현실에는 약간의, 그러나 지나치지 않은 몽상, 기대감, 믿음과 내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법이라고.


홀로 관속에서 썩어가는 죽음의 공포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해온 피에르를 바꾸어 놓는다. 그는 점쟁이가 말한 죽을 날이 되자 아들을 찾아가 할아버지 유산을 받으라며 포옹을 하기도 하고, 헤어진 부인에게 사랑한다는 전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또 여자친구의 아이들이 공연하는 극장에 찾아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해지기도 생과 사의 갈림길 속에서 덮쳐오는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도 힘들다. 우리는 피에르처럼 ‘난 괜찮아’라고 외치곤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의 존재감과 애정의 위력을 과소평가하지는 말자. 죽을 날이 오기 전에 그 위력과 소중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 애정을 나누어야 할 테니.




 

영화, 동화를 만나다
영화의 특이한 점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각종 동화책이 모티브가 되어 여러 장면에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는 시작에서 끝까지 하나의 그림 동화를 펼쳐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이 넘어 갈 때는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그림에서 실제 화면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또 영화 곳곳에서 누구나 한번쯤 접했을 동화의 향연이 펼쳐지니 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어 로라와 산드로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산드로가 신발을 떨어뜨리는 것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상징하고, 산드로를 짝사랑하는 클레망스가 백조가 떠있는 호숫가를 바라보는 장면은 백조의 호수, 로라의 엄마가 로라의 젊음을 질투하며 사과를 내미는 장면은 백설공주, 로라가 맥심을 처음 만나는 장면은 빨간 두건 동화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는 복잡스레 얽혀있지만 동화를 모티브로 피어나는 이러한 장면들이 다행히도 영화를 좀 더 가볍고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한편 모든 동화가 아름답기만 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다. 동화 속에는 인간의 질투, 욕망, 배신과 복수 등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감정들과 배드엔딩들도 많다. 꿈에서 본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는 식의 아름다운 동화 속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로라만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다른 인물들은 그런 운명적인 만남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내 곁에서 함께하면서 계속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애정을 주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결국 사랑을 발견한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나에게 둘도 없을,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할 운명 ‘같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







Under the rainbow
어딘가에 나에게 딱 맞는 멋진 백마탄 왕자님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서로 애정과 이해를 주고 받고 이것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이 탄생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어딘가)’에서의 멋진 일들을 꿈꾸지만 막상 그 곳에서 온갖 역경을 겪고 나니 사실 소중한 것은 모두 ‘Under the rainbow’, 무지개 아래 자신이 살던 곳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기도 한 ‘Under the rainbow’는 <오즈의 마법사>에서의 교훈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저 먼 동화의 나라 어딘가에 운명의 사랑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 내 곁에 운명 같이 멋진 사랑의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동화 같은 운명의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
프랑스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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