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파티
A Few Best Men , 2012

<마지막 파티>는 <프리실라>, <아이오브 비홀더>, <이지 버츄> 등 휴먼 드라마와 퀴어 영화, 코미디 장르를 능란하게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테판 엘리엇의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 데이빗이 투발루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미아와 결혼식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미아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데이빗의 소망을 번번이 꺾어버리는 덜 떨어진 그의 세 친구들을 비롯해, 미아의 가족들이나 마약 거래상 등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준다. 한편 가족의 의미와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소심한 놈, 거친 놈, 우울한 놈이 벌이는 사고의 향연
투발루라는 지중해의 한 섬에서 처음 만난 데이빗과 미아는 며칠간의 꿈같은 휴가를 함께하면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다. 데이빗이 고아인 탓에 미아의 가족이 있는 호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데이빗의 20년 지기 친구들이 신랑 들러리로 호주로 함께 가게된다.
이 세 명의 인물은 소심하고 엉뚱한 그래험, 여자를 밝히고 거친 언행을 일삼는 톰, 사라라는 여자친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는 루크이다. 어디 내놓아도 번드르르한 멋진 친구들이 아니라, 어디 내놓기가 걱정스러운 사고뭉치들인 이들의 캐릭터는 꽤나 개성이 강해 영화 내내 각자 맡은 바 충실하게 웃음을 선사한다.

호주에 도착하고 보니 미아의 아버지는 호주의 유명하고 부유한 의원인지라, 데이빗은 친구들에게 행동을 더 조심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인 불가능하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이 아닌가?
데이빗을 미아네 집에 먼저 보내놓고 톰과 그래험, 루크는 그날 밤 총각 파티에 쓸 약을 구하러 레이라는 마약 판매상의 집에 가게 된다. 정글 같은 숲 속 한 복판에서 살고 있는 딱 봐도 마약쟁이 인 것 같은 비주얼의 레이는 어쩐지 그래험을 마음에 들어하며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약은 공짜라며 가져가라고 선심을 쓴다.

한편 데이빗은 미아네 집에서 미아의 어머니인 바바라, 여동생 다프네와 아버지 짐을 만나 집 이곳 저곳을 안내 받는다. 짐은 램지라는 양을 키운 후로 승승장구 했다면서 자신이 키우는 양도 보여준다. 친구들이 도착하고 난 뒤 데이빗은 절대 술을 안 마시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면서 광란의 밤을 보내게 된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뻔하지 않은 웃음
그런데 다음날 눈을 떠보니 수습 안 되는 상황들이 즐비하게 데이빗을 기다리고 있다. 짐이 애지중지 하는 램지는 엉망인 꼴을 하고 있고, 그래험은 레이네 집에서 자기의 가방이 아닌 약이 잔뜩 든 레이의 가방을 가져왔고, 루크는 사라에게 계속 전화를 걸며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다.
이쯤 되면 친구가 아닌 원수에 가깝지만 한편으론 데이빗이 자기들을 떠나 호주에서 정착하는 것을 서운해 하는 모습과, 의도하지 않은 사고에 허둥대거나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지만 영 어설픈 모습 등은 관객이 이 세 친구들을 황당해 할지언정 미워하지는 못하게 하는 매력을 부여한다.

데이빗의 입장에서는 친구들에게 화가 나고 어이가 없겠지만, 이들이 자기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려 할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을 보며 관객은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사실 ‘주인공의 결혼식 날에 막장인 친구들이 사고를 친다’는 설정이 다소 뻔해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이 <프리실라>에서 보여줬던 퀴어 감성의 코믹 요소가 이 영화 곳곳에서도 드러나면서 디테일한 내용면에서는 예기치 못한 독특한 웃음을 보여준다.

피를 나누지 않았어도 가족
결혼식이 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어가자 미아의 아버지 짐은 데이빗에게 결혼식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완벽하진 않은 친구들이지만 이들이 내 가족이고, 내 옆에 항상 있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자신 또한 완벽하진 않은 사위겠지만 미아와 가족을 만들어 가기 위해 그녀의 옆에서 늘 노력하겠다는 데이빗의 다짐은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가족의 정의가 반드시 혈연관계를 포함할 필요는 없다.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옆에서 함께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또 그 누군가가 나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여 주고 있다면 그런 존재를 우리의 가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가족이 처음 탄생할 때에도 생판 남인 두 사람이 만나서 시작되는 것을 보면 가족=혈연이라는 공식이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가족을 정의 한다면 천애 고아라 하더라도 가족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며, 새롭게 가족을 만들어 가는데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미아와 가족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데이빗의 바램이 결국 이루어질 지는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마지막 파티>는 <프리실라>의 유머러스함과 괴짜스러움이 결혼식 소동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만나서 맘껏 웃게 만드는 영화이다.
또 내 곁에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준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